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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스타 X파일] #6. 말춤의 코믹함에 찐한 애환 담겼다

미 명문대 뛰쳐나와 오랜 방황 끝 월드스타 오른 싸이

이기진│PD ㅣ 승인 2014.12.11(Thu) 14: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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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행오버>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이후, TV나 공연장에서 싸이를 일절 볼 수가 없다. 최근 신해철의 장례식장에 언뜻 얼굴을 비쳤을 뿐, 장기간 침묵 중이다. 현재 그의 앞길엔 기대와 걱정이 교차한다. <강남스타일>의 대성공 이후 주변에서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그는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미국 본토 엔터테인먼트 주류 시장에 당당히 입성했고, 각종 음악 차트 정상에 올랐다. 또한 유튜브 조회수도 39억건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럼에도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그것은 그가 국민들의 기대대로 인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월드스타로서 롱런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다.

싸이의 미래에 대한 우려는 그동안 여러 곳에서 감지되어왔다. <강남스타일> 이후, 지난해 그가 야심 차게 발표한 <젠틀맨>과 올해 공개한 <행오버>는 기대보다 저조한 반응을 얻었다. 물론 대중은 여전히 싸이를 믿고 사랑한다. 그는 이미 미국의 최고 음반사와 계약을 했고,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듀서와 공동 작업을 하고 있다. 또 미국 현지의 체계적인 매니지먼트와 마케팅 시스템의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우리가 싸이를 믿고 기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의 간단치 않은 삶의 경험과 좌절을 이겨낸 의지다.

사실 그는 사고뭉치(?)였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사고나 행동이 남달랐다. 당연히 내재된 끼를 살려 연예인이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는 가업을 잇기를 바라던 부모의 뜻에 따라 유학길에 오른다. 그의 선택은 국제경영학을 공부하는 것이었다.

   
9월19일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강남스타일>을 열창하는 싸이. ⓒ Xinhua 연합
잠실 주경기장에서 신인 데뷔 무대 가져

“이 감독! 우짜노? 재상이(싸이) 이놈아가 사고를 쳤는데….” 1990년대 말, 필자와 절친했던 싸이의 삼촌이 어느 날 심각한 표정으로 찾아왔다. 내용인즉 미국에 유학 간 조카가 돌연 대학을 중퇴하고 음악 공부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싸이의 든든한 후견인으로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도 꽤나 마당발로 알려져 있던 싸이 삼촌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싸이가 명문 보스턴 대학을 뛰쳐나와 선택한 곳은 실용음악 분야의 명문인 버클리 음대였다. 그는 내친김에 1999년 대학 선배인 조PD의 음반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의 길에 들어선다.

“꽤 쓸 만한 친구를 하나 건진 거 같아. 실력 있고 쇼맨십도 있고, 또 끼가 장난이 아니더구먼….” 조PD에 이어 싸이를 전격 픽업한 사람은 연예계의 큰손으로 불리던 예당음향 변두섭 대표. 그는 싸이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흥분해 자랑을 늘어놓았다. 이와 관련해 재미난 일화가 있다. 변 대표의 자랑 때문에 기대가 잔뜩 부풀어 올랐던 예당음향 직원들이 귀국 당일 싸이를 직접 목격하고는 모두 뒤로 나자빠지고 만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단히 근사한 외모의 소유자일 것으로 기대한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은 ‘호빵맨’이었기 때문이다.

“이 감독, 우리 두 곡 해도 되지?” “무슨 얘기야? 신인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아냐.” 2000년 여름, 필자는 지인들로부터 지독한 고문(?)을 당하고 있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해마다 여름이면 전국을 돌며 펼쳐지던 한 이동통신사 주최 대형 콘서트의 총연출을 맡고 있던 필자에게 예당음향 변 대표는 선전포고 식으로 싸이의 첫 데뷔 무대를 요구했다. 그해 콘서트는 이미 부산·대구·광주·대전을 거쳐 마지막인 서울 잠실 주경기장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당대 최고의 빅스타 7~8팀만이 출연하는 콘서트에 난데없는 초짜 신인의 출연 부탁이라니. 더욱이 그 잠실 콘서트에는 1996년 전격 은퇴를 선언하고 사라졌던 서태지가 고국에 돌아와 출연키로 되어 있어서 모든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싸이 측은 집요했다. 급기야 모든 인맥을 동원한 무지막지한 압박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결국 ‘압력’에 못 이긴 필자는 어느 날 싸이의 연습실을 찾아갔다. 직접 보고 퇴짜를 놓을 심산이었다. 그런데 충격이었다. 아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는 게 맞다. 그가 짧은 시간 동안 들려준 노래와 춤은 필자의 마음을 뒤흔들어놓고 말았다. 결국 필자는 싸이를 위해 별도 오프닝 사전 무대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공연 당일 5만여 명이 들어찬 잠실 주경기장. 운동장을 가득 메운 서태지 팬들의 노란 물결과 함성 속에서 사전 무대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수많은 기자와 방송 관계자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무려 50명이 넘는 대규모 백댄서를 대동하고 나타난 싸이는 도저히 신인이라고 믿기지 않는 현란한 무대를 선보였다. 길이 60m가 넘는 대형 무대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특이한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그에게 뜨거운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그렇게 그는 가요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이후 뮤지션 싸이의 삶은 대중이 기억하듯 평탄치 않았다. 자유분방한 미국에서 살다 돌아온 그는 재기만큼이나 치기가 넘쳤고 노래는 끊임없이 문제가 되었다. 첫 앨범 가사에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았고, 이듬해 발표된 음반 역시 19세 미만 청취 금지 판정을 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어서 대마초 흡연 사건이 터진다. 이로 인해 방송에서 퇴출되고 긴 방황의 시간이 찾아왔다. 병역 문제로 인해 심한 지탄을 받기도 했다. 2003~05년 이미 병역특례로 군복무를 마쳤지만, 부실 근무 판정을 받아 현역으로 재입대하는 초유의 일을 겪은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낙천적 성격인 싸이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과거 가사나 춤 등에서 엿보이던 치기가 사라지고 대신 한결 세련되고 성숙한 음악과 춤으로 무장했다. 또한 “왜 이리 싸이가 후지냐?”면서 군 재입대를 독려한 아내와 함께 2세를 만들어 가정적으로도 안정을 찾았다.

가수 활동을 좀 더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2010년 대형 기획사인 YG로 전격 이적하고, 양현석 팀과 신곡 작업에 몰두한다. 그 결실로 탄생한 것이 바로 <강남스타일>이다. 겉보기에 <강남스타일>과 말춤은 코믹함의 극치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싸이가 겪은 롤러코스트 인생과 그것을 극복해온 눈물겨운 삶이 담겨 있다. 미국의 심장인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공연을 한 후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말했다. “과거 사건을 용서해준 한국 국민들 때문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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