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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방과 정윤회 그냥 두면 ‘진짜 권력’ 돼”

청와대 비선권력 논란 바라보는 친박의 시선

서상현│매일신문 정치부 기자 ㅣ 승인 2014.12.17(Wed) 14: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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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 그런 문제 아니겠소.” 여의도가 박근혜 정부의 비선(秘線) 실세 파동으로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친박(親朴)’의 한 3선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다 ‘3인방’ 대목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요즘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은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을 말한다.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씨는 이들 3인방의 막후 실력자, 또는 리더로 알려져 있다.

예산 국회가 완료된 요즘 국회 주변에선 새누리당 의원들끼리 밥자리·술자리가 잦다고 한다. 그런데 말미는 비선을 주제로 한 이야기로 귀결된다고 한다. 덮는다고 덮일 이슈가 아니어서 형식적인 처방이라도 내놔야 한다는 대목까지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누가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는 대목에선 모두 허공만 쳐다본다고 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왼쪽)과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무엇이 진실인가 밝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이렇게 무기력하게 시간을 낭비해도 되느냐는 말을 많이 한다. 이러다 다 죽게 생겼다는 것이다. 답은 나와 있다. 대통령이 3인방을 내쫓거나, 그들이 스스로 청와대 밖으로 나와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야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는데…. 지금 여권에선 이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할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다. 대통령이 머리끝까지 화가 나 있는 상태인데…. 그야말로 청와대와의 결별을 각오하고, 정치생명이 끝장나는 것을 각오하고 해야 하는데….”

“3인방을 거쳐야만 통화되니 그게 권력”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지금은 ‘문고리 3인방’으로 묶어 부르지만 당시는 각자 이름이 불렸다. 이재만 비서관은 당시에도 외부와의 접촉이 거의 없었다. 친박 의원실에 있었던 한 4급 보좌관은 “좀 샤이(shy)한 사람이었다. 조용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그림자 스타일”이라고 회상했다. 정호성 비서관은 기자들과 만나 술과 밥을 함께할 정도로 스킨십이 있었다. 안봉근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외부 일정 현장에서 늘 만날 수 있었다. 작고한 고(故) 이춘상 보좌관은 박근혜 팬클럽 등 온라인 분야를 담당하면서 다른 의원실을 방문해 현안을 논의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여권 대선 후보로 대권에 점점 가까워지면서, 친박 의원들 사이에서 이들 4명 보좌진에 대한 불평·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친박 의원들과 당시 이들 의원을 모셨던 보좌진이 전한 이야기 중 공통된 부분은 이런 대목이다.

“의원이 보고서든 자료든 만들어서 직접 박근혜 의원실로 찾아갔거든요. 그러면 ○○○(3인방 중 한 명)이 이렇게 묻습니다. ‘이거 오늘 보고해야 하는 것인가요?’ 황당한 경우죠. 국회의원이 자료를 직접 들고 왔다는 것은 보고가 급하다는 뜻 아닙니까. 그런데 그게 중간에서 인터셉트되는 거예요. 그러니 그런 행태에 권력이란 단어가 붙었던 것입니다.”(18대 국회 친박계 초선 의원실 보좌관)

“일단 박 대통령과는 직접 전화가 안 되잖아. △△△(3인방 중 한 명)를 거쳐야만 통화가 되는데 그게 권력이지. 대통령이 누구와 통화를 했고, 또 누가 연락을 했고, 또 누구는 메시지를 남겨달라 부탁하고…. 직통이 안 되고 중간에 수문장이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잖나.”(친박계 3선 의원)

“누가 잘하려 하고, 누가 사심이 있는지, 누가 어떤 스타일인지 그 친구들이 제일 잘 알잖아. 그게 박 대통령 귓속에 들어가고, 그러니 그 친구들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이 워낙 많았어. 최근 박 대통령 발언을 봐도, (3인방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 드러나지 않나?”(친박계 다른 3선 의원)

친박 인사들은 3인방의 인간성을 거론하기보다는, 욕먹을 수밖에 없었던 그 자리를 탓했다.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엔 의정 시스템, 지금은 국정 운영 시스템이 열려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관료 출신으로 공직 시스템을 잘 꿰고 있는 한 초선 의원은 이런 말을 했다.

“검찰 조사를 지켜봐야겠지만 이런 파동을 겪고도 책임을 묻지 않으면 정윤회씨와 3인방은 ‘진짜 권력’이 된다. 아무리 조용히 있으려고 해도 사람들이 어디 가만두겠는가. 참여정부 시절, 농촌에 있었던 노건평씨를 사람들이 찾아가 법석을 부리는 것을 우리가 똑똑히 봤다. 공직자가 권력자의 좌장이나 실세가 되면 똥파리들이 끊이지 않는다.”  

“3인방과 가깝던 의원들 지금 다 어디 있나”

이 의원은 과거 5공 정권 당시 ‘쓰리 허’ 사건을 회상하며 이런 말도 들려줬다. “전두환 대통령 집권 당시 허화평(비서실 보좌관)·허삼수(사정수석)·허문도(공보 담당)가 정권 초반부 실세 중 실세였다. ‘쓰리 허’ ‘삼허’ ‘3H’로 불렸다. 이철희-장영자 사건이 터지면서 자리 이상으로 목소리를 키웠던 이들이 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고, 그때 전 대통령이 이들 모두를 청와대 밖으로 내쫓았다. 분란이 생기면 뿌리부터 잘라내야지 탈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대목이다.”

50%를 넘나들던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에 균열이 생기면서 여권 일각의 ‘공개 항명’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파동은 ‘국민’ ‘신뢰’ ‘원칙’으로 대표되는 박 대통령 이미지와 너무 다른 ‘구린 냄새’가 배어 있기 때문에 수술 부위를 서둘러 도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3인방 일선 후퇴’와 ‘정윤회 선 긋기’를 요구하는 움직임이다.

초·재선 모임에 나가고 있는 한 새누리당 의원은 “수도권 의원들은 특히나 이런 분위기로는 다음 총선을 치르기 어렵게 됐다고 토로한다. 우리부터 살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며 “사건의 성격상 도려내지 않으면 안 된다. 자꾸 아물만 하면 긁고 또 긁고 하면서 혼란만 거듭될 수 있다. 공멸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 “박 대통령의 견고한 지지율은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번 부서지면 다시 주워 모으기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며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분도 많다”고 덧붙였다.

“3인방이랑 그렇게 가깝게 지내던 친박들 다 어디에 있나. 그렇게 요란하게 존재감을 알렸던 ◇◇◇, XXX는 요즘 어디 짱박혀 계신 것 같다. 이게 바로 친박의 현실, 친박의 실체다.” 서두에서 언급된 친박 3선 의원은 이렇게 ‘자파’ 비판을 했다. 그러면서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각하’를 남발했던 이완구 원내대표나, ‘할 말은 하겠다’며 당선된 김무성 대표를 두고 손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고 혀를 차는 의원도 늘어나고 있다. 박 대통령과 나라를 위한다면 정씨와 3인방, 그리고 십상시로 불리는 이들은 대통령이 요구하기 전에 이 사태를 어떻게 풀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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