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스타 X파일] #7.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도망치듯 떠나다
  • 이기진│PD ()
  • 승인 2014.12.1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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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결혼전력과 새 여인 관계로 여론의 뭇매…스캔들 대처 잘못하면 나락

올해 하반기 연예가 최고 화제 주인공은 이병헌이다. 톱스타 이병헌이 여성 신인 연예인들과 얽힌 스캔들을 대처해가는 과정은 보기에도 눈물겹다. 더구나 그는 톱스타 이민정과 결혼한 지 불과 1년여밖에 되지 않았다. 여전히 서로 간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선 가운데, 그는 급기야 법정에 출두해 성적 관계를 내세워 자신을 협박한 피고인들과 처절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사실 이 사건의 쟁점은 구속된 신인 연기자들이 이병헌에게 요구한 50억원 협박 사건이다. 하지만 사건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언론과 대중은 이병헌이 매력적인 신인 연예인들과 어떤 관계였는지, 그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관심을 집중했다.

아무튼 이병헌은 사건 초기 자신과 가족에게 닥칠 큰 파장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돌이켜보면 연예가에서는 순간의 선택이 스타의 인생을 좌지우지한 사건이 참으로 많다. 수많은 스타가 잘못을 감추려고 편법을 동원하다 나락에 빠진 경우를 필자는 수없이 목격했다. 그중 일부는 영원히 연예계를 떠나 잊히기도 했다.

차승원(왼쪽 사진)과 이용은 가족 관계와 관련한 스캔들이 있었으나 대처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 AP연합·연합뉴스
김수희, 생방송에 숨겨둔 딸 데리고 나와

1980년대 초, 당대 최고 인기였던 한 방송사의 생방송 가요 프로그램. ‘금주의 1위 곡’이 발표되자 당시 최고 인기 가요 <멍에>를 부른 김수희가 등장했다. 한데 뜻밖에도 한 어린 소녀가 그의 손을 잡고 함께 무대 중앙에 등장했다. “저는 딸아이를 가진 엄마입니다!” 그의 느닷없는 고백은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열창하는 그의 모습이 전국에 생생하게 방송됐다. 유부녀 가수가 존재할 수 없었던 시대, 그의 용기 있는 고백은 당시 대단한 화제를 몰고 왔다. 그 후 김수희는 더욱 큰 인기를 얻었다.

얼마 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톱스타 차승원의 아들을 둘러싼 친부 논란도 비슷한 예다. 어느 날 한 남성이 차승원의 아들인 차노아군의 친부임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대중은 놀랐고 언론은 앞 다퉈 연일 기사를 쏟아냈다. 며칠 후 차군이 차승원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과거 차승원의 아내가 자서전 등에서 밝힌 ‘차승원과의 만남, 아이 출산’ 등 여러 이야기들이 모두 거짓말이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물론 우리는 차군의 친부모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또 헤어지는 과정에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또 이혼하며 무슨 약속이 있었는지, 그동안 그들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확실한 건 그동안 ‘아들바보’로 알려질 만큼 자식에게 끔찍했던 차승원이 실제로는 양아들을 친자식보다 더 잘 키우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건은 극적으로 마무리됐다. 정면돌파를 선택한 차승원은 단숨에 멋진 남자가 되었다. 사건이 극적으로 반전된 것은 그의 태도 때문이다. 차승원은 사건이 알려진 후 당당하게 자신이 양부임을 밝히고, 아들을 위해 자신과 아내가 그동안 선의의 거짓말을 했음을 대중 앞에 솔직하게 고백했다. 대중과 언론은 일제히 차승원 감싸기에 나섰다. 또한 그를 진정한 남편이자 아버지로 치켜세웠다.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이런 모습은 과거 연예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미지를 먹고 사는(?) 연예인의 특수성 때문에 과거 연예인이나 기획사들은 쉽사리 정면돌파를 선택하지 못했다. 과거 연예계에서는 데뷔 때 결혼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았다. 유부남·유부녀란 사실이 인기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뒤늦게라도 당당하게 자신의 상황을 공개하고 대중의 이해를 구한 후 더 인기가 올라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더 숨기려다 대중에게서 영영 멀어져버리기도 했다.

1980~90년대 스크린과 방송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린 미남 배우 임성민이 있었다. 그는 데뷔 후 오랜 시간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데뷔 시절 이미 결혼을 하고 딸아이를 가진 아빠였던 것. 그는 인기 절정이던 어느 날 잡지를 통해 뜻밖의 고백을 한다. 자신이 아이를 가진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공개하고 대중에게 이해를 구했다. 당시 그를 좋아하던 여성들이 받은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고 그의 인기는 추락했다. 하지만 그의 인기는 오래지 않아 회복되었다. 그의 정면돌파가 대중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그의 진정성이 인정받으면서 그는 더 큰 인기를 얻었다.

임성민, 잡지 인터뷰에서 유부남 사실 고백

1980년대 중반, 떠오르던 스타 이응경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어려서 아이를 낳았으나 이를 숨기고 데뷔했던 그는 스타가 된 후, 사실이 밝혀지자 “당시 너무 어려워 돈을 벌어야 해서 숨길 수밖에 없었다”고 진솔하게 고백했다. 데뷔 전인 대학교 2학년 때 결혼했던 모델 변정수는 해외 촬영지에서 시어머니와 통화하다 스태프들에게 들키자 언론에 당당하고 유쾌하게 유부녀란 사실을 밝혀 대중의 지지를 받은 경우다. 플레이보이지 모델과 결혼한 이파니는 최근 자신이 싱글맘임을 당당하게 밝혀 화제가 되었고 허수경도 싱글맘임을 당당하게 공개해 화제가 되었다. 청춘 스타 재희도 뒤늦게 아들이 있음을 공개해 팬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1980년대 초·중반, 이용은 정말 잘나가던 가수였다. 5공 정권이 야심 차게 준비한 대형 프로젝트 ‘국풍 81’을 통해 혜성같이 등장한 그는 <바람이려오>와 <잊혀진 계절>의 초대형 히트로 단숨에 최고의 가수로 올라섰다. 당시 가요계는 조용필의 독주 시대. 그 누구도 그의 아성에 도전할 수 없었으나, 신인 이용이 난공불락이던 ‘조용필 성(城)’을 단숨에 무너뜨렸다. 그러나 그처럼 어렵게 오른 정상에서 그는 너무도 쉽게, 아니 어이없이 무너져내렸다. 안타깝게도 그 이유는 너무 단순했다. 총각인 줄 알았던 그에게 가정이 있었고, 그가 인기를 얻자 과거 어려운 시절을 함께한 아내를 차갑게 버렸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미국 공연 중 만난 새 여인과의 사랑과 아내와의 결별. 언론은 그에게 뭇매를 가했고, 조강지처를 버린 ‘파렴치범’으로 몰린 그는 자신의 노래 가사처럼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쫓기듯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그렇게 잊혀져갔다. 오랜 시간이 지나 그는 돌아왔다. 하지만 그를 맞이한 것은 차가움과 냉소, 그리고 여전히 진행형인 대중의 분노였다. 그는 밤업소를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야 했고, 끊임없이 무대 위로 날아오는 객석의 야유와 분노에 가슴을 까맣게 태워야 했다. 그들 가족 사이의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한마디 변명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필자와 술잔을 기울이며 그는 수차 자신의 억울함을 이야기했다. 많이 아프고 안타까웠지만, 또 한편으로 이해는 하면서도 필자 역시 그를 위해 그 무엇도 해줄 수가 없었다.

우리는 그동안 참으로 많은 유사 사연들을 듣고 보아왔다. 중요한 것은 사건은 늘 일어날 수 있고, 또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어떻게 진정성 있게 대처하는가 하는 점이다. 성큼 다가온 추위에 옷깃을 여미는 시간, 스타들의 ‘잊혀진 계절, 되찾은 계절’은 다시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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