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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 살인극 저지른 박춘봉은 사이코패스

배꼽 기점으로 한 시신 훼손이 계획성 강하게 암시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 경찰학과 교수(프로파일러) ㅣ 승인 2014.12.24(Wed) 09: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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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4일 수원시 팔달산 경기도청 뒷산 등산로 바로 인근에서 검은 비닐봉지 안에 든 토막 시신이 발견됐다. 범인은 재중(在中)동포 불법체류자 박춘봉이고, 피해자는 그의 이전 동거녀였다. 둘은 동거 관계였으나, 여자가 11월 초 언니 집으로 들어간 후 만나주지 않았고, 범인은 이에 앙심을 품어왔다고 한다.

11월26일 오후 1시30분쯤 박춘봉은 피해자가 일하는 대형마트를 찾아가 반강제로 데리고 나온 뒤, 오후 2시 팔달구 매교동 전 주거지로 데리고 들어가 목 졸라 살해했다. 그는 매교동 전 주거지와 교동 반지하방 두 군데에서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한 후, 팔달산과 주거지 인근 등을 돌며 버리고 귀가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이 세간에 초미의 관심사가 된 이유는 ‘지리적으로 2012년 오원춘 사건의 발생지와 거의 근접해 있다는 사실’ ‘시체를 토막 냈다는 사실’ ‘신장의 일부를 제외한 장기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 등이다. 대다수 언론은 이런 사실들을 교묘하게 결합해 시신에서 장기가 없는 이유에 대해 오원춘 사건과의 연관성에 집중했다. 영화 <황해>에서와 같이 조선족들에 의한 장기밀매나 인육 캡슐 등과 같은 지점에 주목했던 것이다. 일반 국민은 영화에서처럼 사람을 납치해 장기를 빼내고 인육 캡슐을 만드는 잔혹하고 엽기적인 범죄가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했다는 점에 경악했다.

   
12월17일 토막 살인 피의자 박춘봉이 수원 팔달산 등산로에서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연쇄살인범 정남규 떠올리게 해

그러나 장기 밀매와 인육 캡슐 등은 사실이 아니었다. 정작 이 사건에서 필자와 같은 강력범죄 전문 범죄심리수사관(Profiler)이 주목했던 사항은 시신 훼손의 위치와 방법, 그리고 유기의 방법과 공간 등이었다. 일반적으로 언론에서 통용되는 ‘토막살인’이라는 개념은 사실 적당한 표현법이 아니다. 즉 살아 있는 사람을 ‘토막’ 내서 죽이는 것이 아니므로, ‘살인 후 토막(훼손)’이 정확한 표현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에서 이런 ‘살인 후 토막’은 대부분 사타구니와 어깨 등을 중심으로 훼손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인데, 이 사건의 경우는 그와 달리 배꼽을 기점으로 훼손한 것이 특징이다. 전자와 같이 사지를 중심으로 훼손하는 경우는 대부분 유기 자체를 목적으로 하며 이때 살인의 동기 또한 계획성보다는 우발성이 강하다. 즉 우발적인 살해 이후 다급한 마음에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으로 훼손해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지게 땅에 깊이 묻거나 물속에 투기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반면 이 사건과 같은 경우는 배꼽 아래의 생식기와 관련된 부분을 의도적으로 감출 때 사용되는 방법으로, 이는 범인이 이런 종류의 훼손에 경험치가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되며 우발성보다 계획성을 추정하게 한다. 또한 근육과 뼈로 이루어진 부분과 내부 장기 등을 명확하게 분리해서 처리하는 수법은, 경험치를 전제로 범인이 이 사건이나 피해자를 대하는 심리 상태를 추정하는 데 근거가 된다. 또한 신원을 알 수 있는 신체 부위는 멀리, 알 수 없는 것은 가까이 처리하고, 부패나 설치류 등에 의해 빠르게 처리될 가능성이 큰 장소와 시간도 고려했는데, 이 점 또한 범인이 이전에도 이런 종류의 범죄에 대한 경험치가 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이는 피해자에게 가지는 범인의 감정 상태를 일정 정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은 주도면밀한 판단력과 평가 능력, 수행 능력, 인내심, 회피 능력 등이 범행의 시작부터 종료까지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직까지 어떤 도구를 사용했는지 진술하지 않고 있지만, 비교적 긴 시간 동안 별다른 거부감 없이 꾸준한 작업을 했다는 점 또한 이 범인의 심리적 특성과 이 범죄를 대하는 자세를 추정할 수 있게 한다. 이런 면은 마치 정남규(2004년 1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총 14명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 연쇄살인범)를 떠올리게 한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박춘봉은 사이코패스다.
 
미국식 중산층 이상 사이코패스는 오해

사이코패스로서 범인의 행적 중 눈에 띄는 점은 여성에 대한 소유욕과 과도한 집착이다. 착실한 사람이라고 생각되어 피해자의 언니가 자기 여동생을 소개했다고 하는데, 실제 동거를 해보니 본성(소유욕과 과도한 집착)이 드러났고, 이에 범인에게서 떠나려고 하니까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즉 자기의 소유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행동은 범인의 자존감을 자극해 존재 자체를 극단적으로 부정하는 방식으로 살해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과도하게 시신을 훼손하게 되는 것이고, 같은 맥락에서 비닐봉지에 담아 마치 쓰레기 투기하듯이 야산이나 더러운 개울가에 던져버리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사이코패스들은 자신을 잘 감추고 또한 최소한 3명 이상의 이성과 관계를 가진다. 이는 한 여자에게서 만족하지 못하는 점을 다른 여자에게서 찾고, 또 그 여자에게서 만족하지 못하는 점을 또 다른 여자에게서 찾는 것과 같은 이치다. 모두 소유의 관계지만, 본인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더 낮은 집단에서 그 대상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 효용이 다한 여성은 지금 이 사건과 같이 죽이거나, 이에 준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즉 다른 남자를 만나지 못하게 얼굴에 상처를 내거나, 여성의 상징 부분(앞가슴·생식기 등)에 상처를 내기도 한다. 그리고 하나를 처리한 이후에도 별다른 감정의 동요 없이 자신이 처리한 여자와 유사한 유형의 다른 여자를 찾는 것이다.

사이코패스에 대해 언론 등을 통해 일반적으로 잘못 알려진 오해 한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통상적으로 영화나 미국 드라마 등에 나오는 사이코패스들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사이코>에서의 사이코패스나 <양들의 침묵>에서의 헥터 박사 등과 같이 말끔한 옷차림에 정돈된 몸가짐의 중산층 이상이라고 표현되지만, 실제 현실에서의 사이코패스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그것은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하는데, 우리 문화 자체가 미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렇게 느낄 뿐이다. 정남규와 같이 막노동꾼 차림의 사이코패스가 더 충분히 현실적인 것이다. 즉 중산층 이상 사이코패스의 정형화된 이미지는 미국 사회에서의 일면적 특성에 대한 반영일 뿐, 곧 바로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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