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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이들이 어둠을 물리친다”

<호빗> 시리즈의 마침표 <호빗: 다섯 군대 전투>

이은선│매거진M 기자 ㅣ 승인 2014.12.25(Thu) 15: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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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뉴밀레니엄을 맞이한 우리를 찾아온 ‘중간계’라는 신세계가 있었다. 2001년 <반지의 제왕-반지 원정대>를 시작으로 장장 10년이 넘는 동안 세 편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세 편의 <호빗> 시리즈가 중간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거대한 여섯 편의 대서사시가 <호빗> 트롤로지의 마지막 편인 <호빗: 다섯 군대 전투>로 막을 내리게 됐다. 2000년대 영화계에 획기적인 발자취를 여럿 남긴 채.

<호빗>은 1937년에 출간된 판타지 소설이 원작이다. 작가 J.R.R. 톨킨이 아이에게 잠자리에 들기 전 들려줬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살을 붙여 써내려간 것이다. 그가 창조한 중간계의 신화는 날로 확장하면서 발전했고 이후 종말론적 분위기를 가미한 <반지의 제왕> 출간으로까지 이어졌다. 피터 잭슨 감독은 이 원작 소설의 열렬한 팬이었다. 뿐만 아니라 10대 시절 랄프 바크시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 <반지의 제왕>을 보고 본격적으로 이를 실사 영화로 만들겠다는 꿈을 꾸게 됐다고 한다. <호빗>을 먼저 영화로 만들고 <반지의 제왕>을 만들겠다던 그의 계획은 순서가 뒤바뀌었다. 작품 속 세계관을 충분히 설명한 뒤 시계를 돌려 신화의 기원을 그리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호빗: 다섯 군대 전투>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2000년대 흥행 제왕 오른 <반지의 제왕>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완성도와 연결성을 주장한 피터 잭슨의 뜻에 따라 세 편이 동시에 촬영됐다. 1999년에 시작한 촬영은 2000년 12월까지 14개월 동안 감독의 고향인 뉴질랜드에서 이뤄졌다. 3000컷에 가까운, 당시로서는 전무후무했던 특수효과도 뉴질랜드의 VFX회사 웨타가 담당했다. 피터 잭슨 감독이 시리즈 제작을 반대하던 미라맥스와 결별한 덕분에 뉴라인 시네마는 얼떨결에 ‘대박’을 맞게 됐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 즉 <반지 원정대>에서 <두 개의 탑>(2002년), <왕의 귀환>(2003년)에 이르는 3부작은 전 세계 극장가에서 29억 달러 넘는 흥행 수입을 올렸다. 그중 3편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은 개봉 당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타이타닉>(1997년)에 이어 역대 전 세계 흥행 순위 2위까지 오른 대작이었다.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과 감독상 등 모두 11개의 트로피를 휩쓸었다. 이는 <타이타닉> <벤허>(1959년)와 함께 최다 부문 수상 기록이다. 이 시리즈의 성공은 2000년대 할리우드에서 판타지 영화의 붐을 이끌었다.

사실 피터 잭슨에게 <호빗> 트롤로지 연출은 예정에 없던 일이다. 1편의 부제처럼 ‘뜻밖의 여정’에 가까운 사건이었다. 그는 <반지의 제왕> 3부작을 만들며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었고 이후 <호빗>에서는 연출이 아닌 총괄 프로듀서로만 나설 생각이었다. 2008년 제작이 가시화되면서 연출자 물망에 올랐던 이는 멕시코 출신의 판타지 장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었다. 하지만 그가 촬영 일정 조율에 실패하면서 연출은 결국 다시 피터 잭슨의 몫이 됐다. 원래는 2부작이 될 뻔했던 <호빗>은 그에 의해 다시 3부작으로 늘어났다. 2011년 5월부터 14개월간 이어진 촬영분에 2013년 5월부터 세 달간 찍은 추가 촬영분이 합쳐졌다. 그렇게 <호빗-뜻밖의 여정>(2012년), 2편 <스마우그의 폐허>(2013년), 거대한 여정의 종지부인 <호빗-다섯 군대 전투>까지 완성됐다. <호빗> 시리즈는 <반지의 제왕>과 달리 2010년 이후 제작된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 세 편 모두 3D, 그것도 그냥 3D가 아니라 HFR(High Frame Rate) 방식으로 촬영됐다. 일반적으로 영화가 1초당 24프레임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HFR은 48프레임을 구현해 좀 더 또렷한 화질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음향 역시 최신 기술인 돌비 애트머스 방식을 썼다.

<호빗> 시리즈, 첨단 영화 기술 진열장

<호빗> 시리즈는 <반지의 제왕> 3부작 이야기로부터 60년의 시간을 뒤로 돌린 프리퀄이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조카 프로도(엘리야 우드)에게 절대반지를 주었던 삼촌 호빗 빌보(마틴 프리먼)의 이야기를 담았다. 두 시리즈 모두 고향 샤이어를 떠나본 적 없는 호빗이 어둠의 존재 사우론으로부터 중간계를 지키기 위한 임무를 띠고 모험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호빗은 요정·인간·난쟁이·마법사·오크 등 중간계의 다양한 종족 중에서 가장 월등한 종족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난쟁이만 한 몸집에 평화를 사랑하는 이들이라 전투에 능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호빗>과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는 번번이 호빗이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아 모험의 선봉에 섰다. 프로도가 사우론이 간절히 원하는 절대반지를 모르도르의 화산에서 파괴해야 하는 ‘반지 운반자’였다면, <호빗> 시리즈의 빌보는 난쟁이 왕국이었던 에레보르를 지키고 있는 용 스마우그를 상대해야 했다. 왜 호빗일까. 그 이유는 <호빗> 1편의 마법사 간달프(이안 맥켈런)의 대사에서 찾을 수 있다. “오직 위대한 힘이 악을 몰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이들의 일상, 작지만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행동이 어둠을 물리칠 수 있다.” 보잘것없는 호빗이 다른 종족과 우정을 쌓고 힘을 합쳐 중간계의 평화를 수호하기까지의 여정. 이것이 피터 잭슨이 완성한 거대한 판타지 세계의 핵심이었다.

대미를 장식하는 <호빗: 다섯 군대 전투>는 전편에서 바로 이어지는 시점에서 문을 연다. 황금을 품고 에레보르 왕국을 지키던 용 스마우그(목소리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난쟁이와 인간이 자신의 황금을 노린다는 생각에 분노해 호수 마을을 불사르기 시작한다. 이에 용맹한 인간 바르드(루크 에반스)는 종탑에 올라 스마우그를 향해 활시위를 당긴다. 그는 전편에서 빌보와 난쟁이를 도왔을 뿐 아니라 200년 전 용 스마우그가 에레보르를 공격했을 때 검은 화살로 스마우그에게 상처를 입힌 인간의 후손이다. 호수 마을의 운명을 놓고 바르드와 스마우그가 벌이는 대결. 거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3편은 시작부터 혼을 쏙 빼놓을 만큼 흥미진진하다.

제목에 ‘다섯 군대 전투’가 붙어 있을 만큼 전투 장면이 압도적이다. 144분의 상영 시간 중 총 45분에 달하는 이 전투는 단연 영화의 백미다. 단순히 스펙터클만 강조되는 것은 아니다. 피터 잭슨은 전투 안에서 각 인물의 드라마를 구현하는 데 더 힘을 쏟는다. 빌보와 소린과 바르드, 숲 속 요정 왕 스란두일(리 페이스)과 아들 레골라스(올랜도 블룸), 요정 여전사 타우리엘(에반젤린 릴리)과 난쟁이 킬리(에이단 터너)까지 3부작에서 그들 각자가 펼쳤던 이야기들을 충실하게 마무리한다. 거대한 모험의 스펙터클도, 정든 중간계 캐릭터와 작별한다는 감회도 충분히 누리게 되는 것이다. 피터 잭슨 감독은 <호빗> 3부작까지 마무리하며 “이제야 큰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야 속이 다 후련하겠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못내 아쉬운 작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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