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친환경 급식 사업 ‘구린내’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4.12.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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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관련 사업자 고발…부패 먹이사슬 뿌리 깊어

2014년 여름 경기도교육청의 친환경 급식 실시 학교 792개교에 75억원의 가압류가 들어오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경기도 친환경급식지원사업 공급 주체인 ‘경기도친환경조합공동사업법인’(경기친환경조합)이 친환경 농산물 중간 유통업체인 ‘우리자연홀딩스’라는 회사에 지급보증을 섰다가 이를 기한 내에 갚지 못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경기친환경조합은 우리자연홀딩스의 자금난을 해결해주기 위해 약 1억원의 매입·매출 전표를 조작하기도 했다. 이를 적발한 감사원은 경기도 학교급식 관리기관인 ‘경기농림진흥재단’과 경기친환경조합에 각각 제재 조치와 주의 조치를 내리고, 허위 전표 발행과 관련해서는 정 아무개 전 경기친환경조합 대표와 전하술 우리자연홀딩스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초유의 학교급식 가압류 사태는 최근 정국을 뒤덮은 여러 굵직한 이슈에 묻혀 조용히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시사저널이 들여다본 경기도 친환경 급식을 둘러싼 부패 구조는 예상보다 뿌리가 깊고 복잡했다. 사적인 인연으로 얽히고설킨 먹이사슬이 형성되면서, 1000억원에 이르는 세금이 소수의 쌈짓돈으로 전락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여기서도 또 하나의 비리 카르텔, 즉 그들만의 마피아가 형성되었던 셈이다.

‘우리자연홀딩스’ 전하술 대표가 참석한 2014년 2월24일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장에 박근혜 대통령이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기친환경조합 정 전 대표 측근 곳곳 포진”

이번에 문제가 된 경기친환경조합과 우리자연홀딩스의 관계부터 살펴보자. 감사원에 따르면, 경기친환경조합의 정 전 대표는 2012년 초 홍보실장에게 “2012년부터 경기도 관내에 공급되는 친환경 농산물 가공품에 보조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유통업체를 설립하면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보를 제공하며, 홍보실장이 유통업체를 설립할 경우 재정 지원 등 편의 제공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말을 들은 홍보실장은 실제 경기친환경조합을 나와서 친환경 농산물 유통(가공)업체를 부리나케 만들었다. 이 회사가 바로 우리자연홀딩스이며, 그 홍보실장은 바로 이 회사의 대표인 전씨다.

정 전 대표와 전 대표는 농식품부 산하 농림수산정보센터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전 대표가 경기친환경조합 홍보실장으로 영입된 것은 2012년 1월이고, 같은 해 6월 우리자연홀딩스가 만들어졌다. 전 대표는 회사 설립 후 경기친환경조합에 납품하는 51개 친환경 가공품 중 37개의 공급권을 따냈다. 정 전 대표가 약속대로 편의 제공을 한 셈인데,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경기도 친환경 급식 사업 초기부터 이와 같은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는 것이다. 2009년 농림수산식품부가 진행한 광역클러스터 사업에 따라 경기도는 3년간 50억원을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비영리 조직인 ‘클린팔당’이 산학 연관으로 조직화됐고, 2010년에는 학교급식 지원 사업의 주관 사업자로 지정됐다. 클린팔당의 사무국장이 바로 정 전 경기친환경조합 대표다. 그런데 클린팔당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2년간 총회를 열지도, 감사를 진행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모든 결정이 클린팔당 대표와 사무국장인 정 전 대표 손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클린팔당 대표 ㅈ씨는 우리자연홀딩스의 임원으로도 참여한 인물이다.

문제는 2011년 터졌다. 같은 해 6월 클린팔당 내부 임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설립해 의사결정, 업체 선정, 사업 진행, 사업비 지출 내역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비대위가 지적한 여러 사업 중 가장 핵심적인 게 친환경 가공시설 설치 사업이다.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당시 경기도 농정국장인 이 아무개씨가 정 전 대표를 클린팔당 사무국장으로 천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때부터 경기도 친환경 급식 사업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며 이 전 농정국장을 거론했다. 경기도도 연루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비대위가 지적한 친환경 가공시설 설치 사업은 우리자연홀딩스의 행태를 연상시킨다. 이 사업은 2년간 20억원이 소요되는, 경기도 광역클러스터 사업 중 가장 큰 사업이다. 그런데 정 전 대표는 내부 협의를 전혀 거치지 않고 경북 봉화에 있는 ㅇ업체를 사업자로 선정했다. 비대위 측은 “경기도 친환경 농업 육성 사업을 펼치면서 경북 봉화에 있는 사업체를 선정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선정된 업체 관계자들 대다수가 사무국장(정 전 대표)의 측근들이다. 사무국장은 광역클러스터 사업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지연과 학연을 활용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여러 문제제기에도 바뀌는 것은 없었다. 경기도는 2011년 초 내부 감사를 실시했지만 증거 부족을 이유로 일단락 지었다. 앞선 관계자는 “정 전 대표와 당시 경기도 이 농정국장, 친환경농업팀의 ○○○ 팀장은 같은 대학 선후배 관계로 얽혀 있다. 학연으로 유착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와 비리를 알고 있음에도 개선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011년 클린팔당 비대위의 경기도 학교급식지원사업 관련 자료
경기도가 급식 물량 몰아주며 사태 키워

클린팔당 사무국장을 역임하던 정 전 대표는 학교급식 진행 과정에서 경기친환경조합을 설립하고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클린팔당이 비영리 업체인 탓에 다른 사업체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후 경기친환경조합은 경기도의 친환경 급식 물량을 독점 공급하게 된다. 이 과정도 석연치 않다. 지방계약법상 2000만원이 넘는 사업일 경우 공개 입찰을 거쳐야 하지만, 경기도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모든 물량을 경기친환경조합에 몰아줬다. 물량을 독식한 경기친환경조합은 수수료 명목으로 연간 수십억 원을 챙길 수 있었다. 비대위 관계자는 “친환경 급식 사업은 연간 1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경기친환경조합은 계약, 홍보, 정산, 콜센터 운영 및 잔류 농약 검사 명목의 수수료로 2%를 가져갔다. 가만히 앉아서 20억원을 챙긴 것이다”고 지적했다. 비대위 측은 복잡한 유통 구조에 따른 수수료가 50%는 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대위 측은 “당시 상반기 시금치 생산자 계약재배 가격은 kg당 3000원으로, 유통 물류 수수료를 더하면 4878원 정도였다. 그러나 실제 가격은 6640원이었다. 결국 kg당 1762원이 주관 사업자 주머니로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 수상한 업체가 끼어들었다. 이번엔 통합물류센터 운영을 맡았던 ㅊ업체다. ㅊ업체는 생산자에게 제품을 받아 분류 작업을 거쳐 배송업체에 전달하는 업무를 맡았다. 발생하는 매출은 총매출액 기준 7% 수준이다. 연간으로 따지면 50억원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ㅊ업체 역시 우리자연홀딩스와 마찬가지로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ㅊ업체는 2009년 7월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설립됐다. ㅊ업체의 주소지는 정 전 대표의 또 다른 회사인 ㅂ업체와 동일하다. 또한 ㅊ업체가 친환경 급식 사업의 물류 부문을 따낸 것은 2011년 2월인데, 정관의 사업 목적에 ‘친환경 농산물 물류’가 포함된 것은 그 직후인 3월이다. 사업을 먼저 따낸 후 그에 맞춰 정관이 생긴 셈이다. 비대위 측은 “ㅊ업체의 경우 2010년 12월부터 클린팔당 계좌의 상품대금 항목으로 동일한 금액이 입금되고 있다. 수익을 외부로 빼돌리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우리자연홀딩스와 마찬가지로 정 전 대표가 숨겨둔 회사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친환경 급식과 관련해 정 전 대표와 학연과 지연으로 얽힌 업체는 이외에도 10여 곳에 이른다고 한다. 비대위 측은 당시 정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관계도를 작성해 배포하기도 했다. 이 관계도에 따르면 컨설팅부터 외부 용역 사업까지 모든 부문에 정 전 대표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관피아에 빗대어 경기도 친환경 급식 사업이 ‘농피아’에 잠식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검찰·감사원 등 사정기관의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사저널은 정 전 대표에게 이와 관련한 입장을 듣고자 했다. 그러나 경기친환경조합 측에서조차 “정 전 대표는 물론 우리자연홀딩스 전 대표조차 연락이 닿지 않는다. 1월께 관련 소송이 진행되기 때문에 일단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과 우리자연홀딩스 대표가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을 올린 회사 홈페이지.
사상 초유의 학교급식 가압류 사태를 초래한 우리자연홀딩스는 박근혜정부의 ‘총아’였다. 현 정부 들어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자연홀딩스를 창조경제의 모델로 거론하며, 2014년 2월24일 경기도 시흥시 시흥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기업청 업무보고 때 전하술 우리자연홀딩스 대표를 옆자리에 배석시키기도 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우리자연홀딩스는 숱한 문제에도 정부 지원금까지 받았다. 우리자연홀딩스는 2014년 2월 경기도친환경조합공동사업법인에 공급한 농산물 대금을 담보로 50억원을 빌렸다. 그러나 대출 자금 상환 기일인 6월까지 대금을 갚지 못해, 같은 해 7~8월 사상 초유의 학교급식 가압류 사태를 일으켰다. 이보다 앞선 5월에는 감사원 감사 결과 허위 전표를 만들어 1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가 드러났다. 그럼에도 9월  초 농업·농촌의 6차산업 육성을 위한 ‘6차산업화 펀드’로부터 10억원을 투자받았다. 우리자연홀딩스는 2014년 상·하반기에 선정한 ‘6차산업 예비인증사업자’에 지정조차 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배후에서 누군가 손을 썼음을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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