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맞짱 뜨려면 어설픈 필살기론 어림없다
  • 수희향│서울산업진흥원 창업컨설턴트 ()
  • 승인 2015.01.0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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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현역으로 살 수 있는 ‘1인 기업’ 대표 5명의 창업기

2015년은 여전히 불안의 시대일 것이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한국인은 역사 이래 그 어느 때보다 긴 수명인 100세 시대를 누리게 됐지만 ‘고용 안정성’은 마치 경제 성장의 반대말처럼 난타당하는 분위기다. 구조조정 혹은 명예퇴직 1순위로 거론되는 40~50대 직장인들은 남은 50년의 생애 또는 남은 30년의 경제활동 기간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부담스럽다. 미디어에서는 ‘1인 창조 기업’ 또는 ‘인생 2막’이란 말이 들려오지만 각 개인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40대 이후는 인생 후반부를 위해 ‘무언가를 알아서 준비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은데, 문제는 늘 ‘어떻게’에 대한 답을 그 누구도 선뜻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크 아탈리라는 프랑스 석학은 회사도 아니고 전문직도 아닌 오직 자신의 힘으로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는 1인 창조 기업가에게만 미래가 보장된다고 했다. 자영업조차 자신만의 스토리를 담아낼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 honeypapa@naver.com
어떻게 해야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 1인 창업의 길을 걷고 있는 남성과 여성 사례를 조사해보면 의외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들은 ‘무엇보다 먼저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려면 우선 내가 누구인지부터 파악하라’고 한다. 지금까지 외부 환경에 맞춰 살아온 내가 아닌, 진정한 내가 누구인지를 먼저 살펴보라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세상의 시각에 맞춰 살아온 틀을 깨고 ‘쌩얼’의 나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일까. 이 변화 과정에서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힘겨워한다. 대한민국 남성은 인생 2막에서도 자신이 지금까지 누려오던 많은 것을 그대로 유지하며 고상하게 갈아타기를 하고 싶은데, 새로운 삶으로 전환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과거의 나를 잊어버리는 것부터다. 몇 년 만에 수억을 날린 황승덕 노펑크 타이어 대표처럼 말이다.

① 모든 상식을 뒤집어라 

할리데이비슨 마케팅 부서와 듀오 커플매니저를 거쳐 서울 신촌에 ‘숲으로 간 물고기’란 식당을 차린 임회선씨. 직장인이 자영업을 시작할 때 최우선 순위로 꼽는 것 중 하나가 예쁜 레스토랑이나 카페다. 그렇다 보니 경쟁률이 높아지고, 경쟁률이 높아지니 제아무리 든든한 프랜차이즈를 등에 업고 시작해도 버텨내기 쉽지 않은 분야가 또한 이 업계다. 그렇기에 임회선씨가 가장 먼저 포기한 것은 목 좋은 입지와 값비싼 인테리어였다. 아니, 레스토랑을 차리면서 입지와 인테리어를 내려놓다니. 동네 떡볶이 가게를 차릴 때도 안 할 일을 하고도 장사가 될까. 그런데 놀라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고객은 철저히 예약 손님만 받고 예약 시 고객이 적당한 가격 선을 정해주면 메뉴는 주인장 마음대로 내놓는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상식을 다 뒤집는 운영 방식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낮은 임대료, 최소한의 투자비 그리고 제로 인건비가 답이란다. 한마디로 처음 해보는 레스토랑 운영인 만큼 충분히 이 분야를 터득할 때까지는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혼자 운영하며 현실을 배우겠다는 생각이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성이 인생 2막에서 유리한 점이 엿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이 방법이 싫다면 조직을 나오기 전에 최대한 준비해서 나오는 수밖에 없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1인 창업가 ‘숲으로 간 물고기’ 임회선씨, 아리숨 김정식 대표, 황승덕 노펑크 타이어 대표, 고려대 평생교육원 액티브시니어 전문가 과정의 김경철 주임교수. ⓒ 시사저널 구윤성·김정식·김경철·황승덕 제공
② 현장 학습은 너무 비싸다

KT에서 33년 근무하고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는 판단 아래 독립을 한 노펑크 타이어의 황승덕 대표. 그가 처음 선택한 길은 직장 상사와의 동업이었다. 이 방법은 조직원이 조직을 떠나 가장 먼저 시도해볼 수 있고, 시도하는 길인 것 같다. 그러나 동업은 깨지고 이후 독자적으로 노펑크 타이어란 회사를 만들었지만 초창기 몇 년 동안 수억 원을 날린다. 단 한 번도 자기 사업을 해보지 않은 이에겐 실패라는 말보단 배움의 과정이라는 표현이 맞겠지만, 이 모든 것을 혼자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기에 현실은 힘들 수밖에 없었다. 수렁 깊이 빠지고 나서야 그는 비로소 자신이 아무 준비 없이 사업에 뛰어들었음을 깨닫고 그때부터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쫓아다니며 공부하고 준비해 결국 혼자 힘으로 200쪽에 달하는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2014년 정부 지원 사업을 따낸다. KT를 나온 후 모든 것이 초토화된 폐허를 딛고 8년 만에 이룬 성과다. 정부 지원 사업으로 선정되던 날, 어머니 산소 앞에서 목 놓아 울었다는 황 대표. 그는 이제 KT 후배와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준비하고 시작해야 하는지 강의도 하고 있다. 황 대표가 걸어온 길은 너무도 힘겹게만 느껴진다. 조금 작게 시작해서 조금 덜 힘들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일까.

③ 조직에 있을 때 미리 준비하라

엠아이전략연구소 소장인 김용한 대표는 법대를 나와 백화점에서 근무한 이력을 갖고 있다. 백화점에서도 특유의 성실함과 뚝심으로 잘나가던 중 1997년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경제 위기를 맞아 조직이 흔들리는 것을 목격하고 그때부터 새 삶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경영학 석사, 박사에 이어 경영지도사 자격증을 따기까지. 조직에 몸담고 있고 없음에 상관없이 그는 자신의 방향성을 정하고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조직에서 나왔을 때 대개 사람들이 자신이 하던 일의 연장선에서 무언가를 시도하든지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자영업을 선택하는 것과 달리, 벤처가 미래의 흐름이란 판단 아래 그는 과감하게 벤처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역시 첫 벤처 사업은 동업 형태로 시작했다. 하지만 제조업이 아니라서 비교적 큰 자본 손실 없이 짧은 기간 내에 사업을 정리하고 곧바로 진정한 1인 창조 기업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제는 정부 사업까지도 단독으로 수주할 수 있는 경영컨설턴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는 비서 한 명 없이 모든 일을 단독으로 처리하고 있다. 고정 비용의 최소화는 인생 2막을 걷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단단히 마음에 새기고 가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이미 조직을 나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조직이란 울타리를 벗어나 현실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떨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한시바삐 그 길을 벗어날 수 있을까.

④ 뛰면서 생각하라

다니던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합병됐지만 나아지는 것 하나 없이 시어머니만 늘어나는 현실 앞에 좌절감을 느끼고 조직을 뛰쳐나온 아리숨 김정식 대표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자동차회사 영업사원이었다. 밥이 급했다. 하지만 포 떼고 차 떼는 영업사원 일은 최소한의 밥 이외에는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도저히 앞이 안 보인다”는 판단 아래 실내공기 개선이라는 다소 생소한 프랜차이즈 일에 개인 사업주 개념으로 뛰어들었다. 거기서의 경험을 발판으로 2014년 드디어 자신만의 아리숨이란 브랜드로 독립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자동차 영업을 할 때도 힘들었고, 프랜차이즈 밑에서 개인 사업주로 일할 때도 힘들었다. 독자적인 브랜드로 활동할 때도 여전히 힘들다”고 한다.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독자적인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비즈니스가 조금씩 커져가는 모습이 보이고 그 속에서 비전을 발견하면 그게 힘이 된다는 점이다. 자신의 길을 걷는다고 단박에 조직 생활보다 편해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걷다 보면 자신만의 일에서 오는 무언가가 생긴다는 의미다.

⑤ 파워포인트부터 자격증까지

고려대 액티브시니어 전문가 과정의 김경철 주임교수는 동부건설에서 32년을 근무하면서 그토록 힘들다는 사다리 꼭대기까지 올라갔던 경력이 있다. 회사원 시절 어느 날 아침 회의를 하다 대표로부터 “이제 그만 정리하자”는 말을 들은 그는 다음 날 다시 회사에 나가 짐을 싸는 일만큼은 죽어도 못할 것 같아 점심도 굶고 오후 3시쯤에 짐을 싸들고 회사 문을 나섰다. 그가 아직 밖이 훤할 때 회사 문을 나선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절치부심 2년. 모든 사회적 관계를 끊고 파워포인트 작성부터 웰다잉 강사 자격증까지 정말이지 인생 2막 재창조를 위해 배울 수 있는 건 모두 배웠다. 그리고 자신처럼 힘들게 사투를 벌일 또 다른 시니어를 위해 배운 모든 것을 쏟아부어 액티브시니어 전문 과정이란 프로그램과 함께 다시 세상 밖으로 걸어나오게 됐다.

 

이들 활동을 보면 퇴사 후, 자기자본 없이 1인 창조기업의 길을 걸을 때 현역 연봉 대비 50%에 도달하기까지 약 3~4년이 걸린다. 물론, 모든 사람이 여기까지 도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전 연봉 50% 달성 기점으로 다른 2~3년이 더 중요하다. 이때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으면 이전 연봉 100% 도달도 가능해진다.

개인이 시장과 맞짱 뜨며 밥을 벌기 위해서는 어설픈 필살기로는 어림없다. 그래서 더욱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선택권 자체를 조직에 내맡기고 하루하루 불안에 떨고 있다면 이 순간부터 자신을 들여다보라. 그것이 바로 그 길을 먼저 간 이들이 말하는 준비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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