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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이준익… 거장들의 귀환

2015년 상반기 기대작…클린트 이스트우드·팀 버튼 신작도 기대

허남웅│영화평론가 ㅣ 승인 2015.01.01(Thu) 17: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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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영화 팬에게는 엄청난 기대작이 기다리고 있다. 1월부터 한국 영화, 외국 영화 할 것 없이 극장으로 가고 싶게 만드는 영화들이 이어진다. 6월 상반기까지 줄을 잇는 기대작의 면면을 살펴보자.

2015년의 한국 영화 기대작 라인업을 살펴보면 세 가지 흥미로운 패턴이 읽힌다. 소설 원작의 영화, 베테랑 감독의 귀환, 사극의 여전한 강세가 그것. 소설 원작 영화야 매년 있었지만, 그동안 한국과 일본의 장르소설에 편중됐던 것에 반해 2015년은 중국과 영미권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하정우가 출연은 물론 연출까지 맡아 화제를 모은 <허삼관>은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영화화했다. 가족을 위해 피를 팔아 생계비를 버는 가장의 이야기가 코믹하면서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상반기 개봉작은 아니지만,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와 홍지영 감독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각각 영국 작가 세라 워터스(<핑거 스미스>)와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허삼관> ⓒ NEW 제공
한국 작가의 경우, 정유정의 <내 심장을 쏴라>와 김훈의 <화장>이 동명의 제목으로 곧 개봉된다. 워낙 문단에서도 이름값이 높은 작가라 영화화된 작품에 대한 기대치도 높은 편이다. <내 심장을 쏴라>는 신예 문제용 감독이 맡아 청춘을 위로하며, 거장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화장>은 암으로 죽어가는 아내와 젊은 회사 여직원 사이에서 갈등하는 중년 남성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반가운 감독의 이름도 눈에 띈다. 유하 감독은 <강남 1970>으로 개발이 한창 시작되던 시기의 강남 땅을 둘러싼 남자들의 의리와 배신을 묘사한다. <시라노: 연애 조작단>(2010년)을 통해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펼쳤던 김현석 감독은 포크 열풍의 진원지였던 ‘쎄시봉’을 배경으로 <쎄시봉>을 선보인다.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으로, 나홍진 감독은 <곡성>으로 그들이 장기를 가진 범죄물에서 선 굵은 남자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사극이 가장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상반기만 해도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년)의 속편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과 이병헌·전도연·김고은이 출연하는 <협녀: 칼의 기억>, 1000만 감독 이준익과 1000만 배우 송강호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사도>가 개봉을 기다린다.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 <관상>(2013년), <명량>(2014년) 등이 해당 연도에 엄청난 관객몰이를 했던 것을 고려할 때 사극 중에 2015년 최고 흥행작이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2015년 상반기 외국 영화 기대작 중 가장 관심을 끄는 작품은 단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다. 워낙 인기가 높은 슈퍼히어로물이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서울이 주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는 이유에서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등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화장>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 디즈니스튜디오코리아 제공
사극에서 최고 흥행작 나올 듯

<어벤져스>처럼 주목할 만한 시리즈물을 꼽자면,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와 <쥬라기 월드>다. 모두 4편에 해당하면서 전편(<매드 맥스 3>(1985년), <쥬라기 공원 3>(2001년))이 만들어진 지 오래됐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한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에는 이제는 멜 깁슨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지만, 조지 밀러 감독이 여전히 참여한다는 점, <쥬라기 월드>는 스필버그가 감독은 아니지만, 진화한 공룡 CG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올라 마치 유명 시리즈물 같은 기대감을 높인다. 원작이 ‘여성용 포르노’라는 별칭을 가진 만큼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에 어떤 장면이 등장할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는 마블 코믹스 원작을 디즈니가 제작해 화제를 모은다. 마블 코믹스 특유의 히어로물을 순수한 감성의 디즈니가 어떻게 소화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상반기 외국 영화 기대작의 중요한 특징 하나를 꼽자면 거장의 귀환이다. 1월부터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팀 버튼의 신작이 찾아온다. 각각 <아메리칸 스나이퍼>와 <빅 아이즈>를 연출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적군에게는 악마이면서 아군에게는 영웅으로 불리는 스나이퍼를 통해 전쟁의 생리를 폭로한다. 팀 버튼은 특유의 무대미술을 약간 누른 대신 ‘빅 아이즈’를 그린 화가를 쫓는 스릴러로서의 재미로 새로운 면모를 구축한다.

그 밖에 워쇼스키 남매는 <주피터 어센딩>으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는 <버드맨>으로, 마이클 만은 <블랙코드>로 한국 관객을 찾는다. 이들 영화의 장르가 제각각이라는 것이 흥미롭다. SF <주피터 어센딩>은 워쇼스키 남매가 지구에서 우주로 공간을 확장한 스케일이, 감동 드라마 <버드맨>은 한물간 할리우드 스타의 눈물겨운 재기 스토리가, 범죄물 <블랙코드>는 총격전에 강점을 보였던 마이클 만의 사이버 범죄로의 소재 이동이 눈길을 끈다. 

   
<아메리칸 스나이퍼>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 리틀빅픽처스 제공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바바라 오코너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그럼 외국 영화인가. 아니다. 한국 제작사가 미국 출판사로부터 판권을 사와 한국을 배경으로 만들었다. 기본적인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지소(이레)에겐 집이 없다. 엄마와 남동생과 함께 봉고차에서 한 달째 생활 중이다. 곧 집을 구하겠다는 엄마의 말을 믿을 수 없는 지소는 단짝 친구와 함께 모종의 음모를 꾸민다. 이름하여,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평당 500만원’이라고 쓰인 전단지를 ‘분당 옆 평당 지역’의 500만원짜리 집으로 오해한 지소는 고급 레스토랑의 개를 납치(?)해 돈을 받아내려 한다. 

황당한 이야기다. 하지만 아이의 상상력이라면 능히 수긍할 만하다. 그렇지 않아도 영화는 철저히 아이의 시선에서 진행된다. 개를 납치하는 계획을 짤 때, 지소는 스케치북에 크레파스로 동선을 그린 후 개 그림 위에 감옥 모양의 색종이를 붙여 입체 놀이 책처럼 구성한다. 이 장면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정체성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이 영화를 연출한 이가 <거울 속으로> (2003년), <무서운 이야기 2>(2013년) 등의 공포물을 만든 김성호 감독이라는 사실은 놀라움을 더한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기대치가 높은 작품은 아니지만, 예상외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검증된 원작을 바탕으로 할뿐더러 감독의 노련한 연출이 꽤 인상적이다.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만큼 이를 뒤에서 받쳐줄 성인 연기자의 캐스팅은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김혜자·최민수·강혜정의 존재는 영화를 든든하게 받쳐준다. 영화 속이든, 현실이든 이것이 아이를 대하는 어른의 역할일 것이다. 그런 만큼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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