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이 두렵다
  • 전성인 |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 승인 2015.01.0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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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은 사건과 사고로 점철된 한 해였다. 2013년 말에 터진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로 한 해를 시작했고 세월호 침몰 사고라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친일론이 초여름을 달구더니, KB국민은행 사태가 여름과 가을의 단골 메뉴가 됐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현대차는 10조원을 땅 투기에 쏟아부으면서 주식시장에서 실망 투매를 자초했다. 정윤회 문건 유출과 땅콩 회항은 연말의 대미를 장식했다.

중간중간에 양념도 있었다. 적십자사 회비를 미납한 사람을 총재로 앉히고, 친일 문제 때문에 하차한 문창극을 지지한 사람은 국영방송사 이사장이 됐다. 관피아를 청산하겠다며 야심 차게 새 출발을 다짐했지만, 김영란법은 후퇴하고 관피아 중의 관피아인 모피아를 청산하는 금융 감독 구조 개편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 틈을 타고 모피아는 야금야금 다시 전진해 한편으로는 핀테크(금융 기술)로 위의 환심을 사고, 다른 한편으로는 LIG손해보험 편입 승인으로 금융기관과 거래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배구조 모범 규준에서 임원의 자격 조건을 ‘금융회사’ 근무 경력에서 ‘금융’ 경력으로 슬그머니 바꿔 자신의 퇴직 후 진로를 다시 확보했다.

이런 일련의 사건과 사고를 보면서 우리가 떠올렸던 단어는 어떤 것들이었을까. 불의, 부정, 부패, 무능 그리고 불신 그런 정도가 아닐까. 우선 우리 사회는 정의롭지 못하다. 갑과 을의 수직적 관계를 선명하게 보여준 사건은 ‘땅콩 회항’이다. “야, 너 내려!”는 땅콩항공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까라면 까는” 세상은 드라마 속 ‘미생’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부정과 부패 역시 그 어느 때 못지않게 만연해 있다. 땅콩항공의 잘못을 땅콩항공 퇴직자들이 조사하는 세상이다. 이번 정부에서는 집권 3년 차가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조금이라도 국물이 있는 곳에는 한두 개 연줄 가진 사람들로 문전성시다. 낙하산 인사를 척결하겠다는 말은 신화가 되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무능과 불신이다. 정부는 무능하다. 세월호 사태에서 국민이 분노하고 실망한 이유는 가라앉고 있는 배를 빤히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 정부의 무능 때문이었다. 어디 세월호뿐이랴. 신용정보가 유출돼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한수원이 해킹당해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정부 발표에 대한 불신 역시 극에 달하고 있다. 정치적 사안에 대한 해명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경제 문제에까지 거짓말이 횡행하고 있다. 가장 쇼킹한 것은 기재부와 한은의 경제 전망치마저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됐다는 점이다. 다음 연도를 장밋빛으로 착색해서 국민과 국회를 현혹한 뒤 새해가 되면 슬그머니 전망치를 현실화하면서 적당히 둘러대는 일이 벌써 몇 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이러면 나라가 망한다. 벌써 IMF 외환위기를 다 잊었는가. 필자는 2015년이 두렵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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