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변화와 혁신이고, 문재인은 현실이고 안주다”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5.01.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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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론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인영 후보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 내에서 쇄신에 대한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던 지난해 3월, 이인영 의원은 기자와 만나 “이제는 ‘비노(무현)’도, ‘친노(무현)’도 아닌 새로운 얼굴이 앞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후 이인영 의원은 문재인과 박지원이라는 ‘친노’와 ‘비노’를 대표하는 거물들과 당권을 두고 겨루고 있다. 이인영 후보는 1월7일 컷오프 경선에서 ‘빅2’보다 더욱 관심을 받았다. 시사저널은 1월9일 ‘86(80년대 학번, 60년대 생)세대’를 대표해 세대교체론을 들고나온 이 후보를 만났다. 지방 일정 관계로 이 후보와의 인터뷰는 전화와 서면으로 진행됐다.

 

ⓒ 시사저널 이종현
컷오프 통과 후 첫 행보를 광주로 잡은 이유는.

광주정신은 우리 당의 뿌리다. 김대중 대통령을 선택해 독재를 극복했고 노무현 대통령을 선택해 지역을 초월했다. 당이 분열을 극복하고 계파·지역·과거를 넘어 미래로 가기 위해 되살려야 할 우리 당의 소중한 가치다. 그 가치를 되살리겠다는 의미로 광주에서 시작한 것이다.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후 구(舊)묘역을 찾아 이한열 묘소를 참배했다. 광주정신 그리고 6월항쟁의 정신을 되새기며 정당 혁명의 각오를 다졌다. 이후 현대자동차 계열사인 현대비앤지스틸 사내 하청 간접 고용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하는 것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간접 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만난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이 다시 진정한 ‘서민과 중산층 정당’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와 캐릭터가 비슷하다는 시각이 있다. 지지층이 겹칠 수도 있다는 건데.

그건 그야말로 프레임일 뿐이다. 이제는 프레임을 쳐서 유리한 구도를 따낼 생각만 하는 그런 ‘꼼수 정치’와 절연하고 미래로 갈 정직한 경쟁을 해야 한다. 난 2 대 1의 싸움이라고 본다. 과거로 회귀하자는 박지원·문재인 후보와 미래로 가자는 이인영 후보가 싸우는 것이다.

문 후보는 오히려 자신이 세대교체론을 펼 적임자라고 하지 않았나.

당장 자신의 계파나 패권과 절연하겠다는 강력한 선언이 있어야 한다. 두 분 다 계파에 묶여 있고 지역에 얽혀 있음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않나. 친노가 지지하면 친노 대표가 되는 것이고, 비노가 지지하면 비노 대표가 되는 현실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게 낡은 것이다. 세대교체는 나이도 정치 입문 시기도 아니다. 패배를 반복한 기존 리더십을 바꾸자는 것이다. 세대교체는 그래서 세력교체다.

문 후보는 안철수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측근들을 캠프에 불러들이는 등 ‘탈계파 무지개 팀’을 짜는 모습을 보였는데.

단순히 모양이나 문양이 중요한 게 아니다. 범(汎)계파가 아니라 탈(脫)계파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있는 사람들 모아서 범계파로 두루 모으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탈탈 털어서 단결과 통합을 이루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문 후보가 대세라는 일부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분이 (당 대표 선거에서) 대세가 아니라고 하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닌가. 그런데 그 대세론이나 존재감은 과거로부터 상속된 것이고 우리 당 안의 존재감일 뿐이다. 당과 국민은 패배하고 당내 계파는 승리하는 모순은 끝내야 한다. 지금 우리 당은 대세론, 존재감 이런 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절박감과 혁신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와 문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을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과거와 미래가 어떻게 단일화할 수 있겠나. 단일화는 없다. 나는 변화와 혁신이고, 문 후보는 현실이고 안주다. 이인영은 커다란 가능성이고, 문재인은 작은 안락함이다. 오히려 나를 중심으로 두 분이 단일화한다고 하면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다.

친노 진영 일각에선 “이 후보가 문 후보의 지지층을 흡수할 힘을 지닌 것은 맞지만, 결국에는 당원들이 전략적으로 문 후보를 선택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관성에 젖어 현실을 택하리라는 기대는 혁신과 세력교체를 바라는 당심과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컷오프 전부터 지역을 돌며 당원과 국민을 만났다. 변화와 혁신, 주류 세력 교체에 대한 높은 열망을 확인했다. 오히려 전당대회 날짜가 다가올수록 변화와 혁신, 그로 인한 승리 가능성을 확인한 당원과 국민이 저 이인영을 선택할 것이다.

만약 대표가 되어도 두 후보에 비해선 세력이 약해 제대로 당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우려도 있다.

지금 광주·전남·전북을 다 돌았다. 다 만나 뵙진 못했지만 이대론 안 된다, 흐름이 바뀌어야 한다는 게 완강한 당심이고 민심이었다. 아직은 관성과 당내 집권 질서 등으로 눌려 있지만, 그런 만큼 더욱 강력한 에너지가 잉태돼 있고 곧 터질 것 같다. 광주와 호남 민심이 김대중과 노무현의 손을 잡고 반독재, 지역주의 타파의 길로 갔듯 호남 민심이 손을 들어줄 것이란 느낌을 받았다.

문재인 후보는 ‘대중성’, 박지원 후보는 ‘호남 당심’이 강점으로 꼽히는데, 이인영 후보는 무엇을 승부수로 띄울 건가.

딱 세 가지를 계속해서 말하고 있다. ‘세대교체보다 더 강력한 야당을 만들 방법은 없다. 세대교체보다 더 완벽한 통합의 길은 없다. 세대교체보다 더 확실하게 이길 방법이 없다’고 반복적으로 말하는데, 그게 내 승부수다.

이 후보에 대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평가는 많지만, 유력 1위 후보라고 말하는 목소리는 별로 없다.

다른 후보들은 이미 전국 유통망이 다 깔린 대기업이라 기성제품을 출시하면 그만이지만 난 이제 겨우 신상품 깔고 판촉하고 있는 단계다. 우선 만만치 않은 강소기업의 면모를 보이고 한 달 후에는 캐스팅보트가 아니라 내가 주역이 될 것이다. 누가 마지막에 웃을지 지켜봐달라.

지난해 3월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통합 직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만약 대표가 된다면 대선까지 안철수 전 대표와의 관계를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가.

그때는 우리 당이 제대로 혁신하지 못하고 있어 통합이 맞는 방향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연대나 당내 재편 등을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당내 혁신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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