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수술, 10배 비싼데도 “효과는 별로”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5.01.1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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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상업주의와 의사 명예욕이 빚어낸 ‘과대 포장’

한 갑상선암 환자는 2500만원이 적힌 로봇 수술비용 견적서를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 병원은 생색내듯 2000만원으로 깎아주겠다며 한사코 로봇 수술을 권했다. 로봇 수술은 건강보험 적용도 받지 못해 기존 수술보다 10배가량 비싼 수술비를 고스란히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고민 끝에 그는 다른 병원에서 일반 수술을 받고 170만원을 지불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로봇 수술을 선별 급여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선별 급여란 비용 대비 효과는 미흡하나 보험 적용 요구가 많은 항목에 대해 유용성, 사회적 요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본인 부담률 50~80% 범위에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제도다. 로봇 수술이 늘어나니 보험 혜택 테두리에 넣겠다는 의미다.

한 대학병원에서 로봇을 이용해 전립선암 수술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일부 수술비를 국민이 낸 세금인 건강보험으로 부담할 만큼 로봇 수술은 환자에게 이로운 것일까. 한국보건의료연구원(보의연)은 지난해 로봇 수술 효과를 여러 연구 문헌을 종합해 따져봤다. 특히 로봇 수술 빈도가 높은 암 수술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집중 분석했다. 그 결과 암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고 대체적으로 수술 후 회복에는 다소 도움이 되지만, 수술 효과(사망률, 합병증 발생률)에는 큰 이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제값을 못한다는 얘기다.

전립선암의 경우, 부작용(주변 장기 손상, 폐색전증 등)이 기존 수술보다 적고, 수술 후 성기능 회복이 빠른 것이 로봇 수술의 장점이다. 그러나 수술 시간이 길고, 무엇보다 수술 환자를 장기적으로 관찰한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립선암 환자에게 로봇 수술이 효과적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단계다. 양승철 강남차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전립선암에서 로봇 수술이 기존 수술보다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로봇 수술로 인한 합병증이 더 많이 보고되고 있는데도 드러나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직장암·자궁암만 로봇 수술 다소 유리

신장암도 마찬가지다. 로봇 수술은 신장 기능을 보존하는 측면에서 기존 수술보다는 다소 도움이 되지만, 수술 자체의 안전성과 유효성은 기존 수술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직장암은 로봇 수술이 다소 유리한 것으로 분석됐다. 환자의 배변 기능과 성기능 회복이 빠르고, 수술 중 출혈량이 적으며, 수술 후 가스 배출 시간과 음식 섭취 시간이 단축됐다. 보의연 측은 “직장암에서 로봇 수술의 활용도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위암에는 로봇 수술이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수술 중 출혈량이 적고 입원 기간이 짧은 것은 장점이지만, 수술 효과 면에서는 기존 수술과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암 전문가인 노성훈 연세의료원 암병원장은 “우리 병원도 국제학회에 위암에 대한 로봇 수술과 기존 수술의 사망률, 합병증 발생률 등에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수술 건수가 급증한 갑상선암도 로봇 수술이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용상 만족도는 좋은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로봇 수술이 기존 수술보다 일시적인 부작용(성대 마비, 부갑상선 기능 저하증) 발생 위험이 크고, 드물지만 로봇 수술로 인한 합병증(신경 손상)도 보고되고 있다. 보의연 측은 “수술비가 고가임을 고려할 때 로봇 수술이 갑상선암에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와 장기 연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규언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시야가 10~15배 확대된 3차원 고화질 영상을 볼 수 있고, 로봇 관절의 운동 범위가 자유로워 사람 손이 들어가기 힘든 좁은 공간에서도 정교하게 수술할 수 있어 갑상선암 수술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소리 신경을 안전하게 살릴 수 있다”면서도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로봇 수술은 비싸고, 합병증이나 수술 안전성에서는 기존 수술과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자궁암은 로봇 수술이 다소 유리한 것으로 분석됐다. 자궁내막암에 대한 로봇 수술은 개복 수술과 비교해 합병증 발생률이 낮았는데, 특히 상처 관련 합병증 발생이 적었다. 자궁경부암의 경우 로봇 수술이 개복 수술보다 합병증 발생률은 낮지만, 복강경 수술과 비교할 때 의미 있는 차이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후두암과 결장암에서 로봇 수술은 환자 입원 기간이나 회복 기간을 단축하는 효과만 보였다. 일반 수술을 받은 환자보다 로봇 수술을 받은 환자의 식이 시작일, 가스 배출일, 배변 시작일이 반나절 정도 빨랐다. 방광암에 대한 로봇 수술은 개복 수술과 비교해 수술 후 패혈증·농양·호흡부전 발생률이 낮았지만, 수술 후 협착 발생률은 오히려 높았다. 로봇 수술을 받은 환자의 가스 배출일과 식이 시작일은 기존 수술을 받은 환자보다 하루 정도 단축됐다.

그 외에 폐·기관지암, 식도암, 부신·신우·요관암에서 로봇 수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에는 현재 축적된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보의연은 의사들의 입김을 의식해 점잖게 근거가 부족하다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로봇 수술의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낸 것”이라며 “그럼에도 국내 대학병원은 낮은 수가를 보전하기 위해 앞 다퉈 최신 수술 로봇을 도입해 환자를 유인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으로 안전성·유효성 검증 안 돼

수술 로봇은 주로 대학병원에서 45대가량 보유하고 있다. 대당 가격이 30억~40억원, 연간 유지비용도 2억5000만원에 달해 중소 병원이나 동네 의원에는 ‘그림의 떡’이다. 큰돈을 투자한 만큼 수익을 내기 위해 병원은 로봇 수술 건수를 늘리는 추세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도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시립보라매병원은 로봇 수술 건당 30만~50만원을 의사에게 수당으로 지급해 논란이 됐다. 로봇 수술 수당 지급은 더 비싼 수술을 강요하는 돈벌이 진료 행태라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서울대병원노조는 “의사가 로봇 수술을 환자에게 권하면 환자는 하나뿐인 목숨을 이미 의사에게 맡긴 상황이라서 수술비가 비싸도 의사의 권유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병원의 상업주의에 의사의 명예욕이 편승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로봇 수술은 아직 안전성과 유효성은 물론, 비용 대비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의료 기술로 알려져 있다. 2013년 2월 미국의사협회지에 실린 로봇 수술의 비용 효과에 대한 비교 연구 논문은 합병증, 수혈, 재수술, 입원 일수, 사망, 비용과 관련해 로봇 수술과 복강경 수술의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이용식 건국대병원 두경부외과 교수는 “국내 한 대학병원이 국제 학회에 로봇 수술 유효성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자 미국에서는 이상한 진료로 이름을 알리려는 의사는 예나 지금이나 있다고 비웃었다”며 “기존 수술보다 나을 게 없는 로봇 수술에 대해 우리만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촌극”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의료 선진국인 일본도 로봇 수술을 우리만큼 많이 하지 않는 이유는, 부작용이나 사망 사례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이라며 “이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로봇 수술은 환자보다 의사를 위한 수단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의사는 환부를 몇 배 확대해서 볼 수 있고 의자에 편하게 앉아 수술할 수 있다”면서도 “사람 손은 감촉, 당기는 힘 등을 종합적으로 이용해 장기 손상을 줄일 수 있지만, 로봇은 감각이 없어서 장기 천공이나 장기 손상이 일어나도 잘 모르고 지나치기 쉬워 정작 환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교수는 “수술 도중 의사가 종양을 직접 접촉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금하는 원칙”이라며 “종양을 만진 후 복막 등 다른 부분을 만지면 암세포가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인데, 로봇은 이 원칙을 적용할 수 없어 암세포 전이에도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로봇 수술, 환자보다 의사 위한 수단

수술 로봇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수술을 척척 해내는 게 아니다. 본래 수술 로봇은 의사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환자를 수술하기 위해 고안됐다. 이를테면 전쟁터에 있는 부상병을 후방에 있는 의사가 로봇을 원격으로 조작해 수술하는 식이다. 노성훈 연세의료원 암병원장은 “개복 수술이든 로봇 수술이든 의사가 하는 것인 만큼 결국 의사의 숙련도와 학습 시간에 따라 수술 결과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2005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로봇 수술은 매년 51%씩 증가해 2012년 6월까지 로봇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는 2만4207명에 달했다. 로봇 수술이 크게 늘어났지만 의료보험 적용 대상으로 인정받지는 못한 실정이다. 비용 대비 효과가 기존 수술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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