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가장들이여, 왜 행복하지 못한가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5.01.1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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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 경제적 행복지수 조사 결과 분석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은 주관적이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몇 가지 기준을 세우면 근사치를 뽑을 수는 있다. 특히 경제적 관점에서 그렇다. 현대경제연구원에서는 2008년 1월부터 대한민국의 경제적 행복지수를 연간 2회씩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조사한 15회 차 결과가 나왔다. 시사저널은 지난 8년간의 경제적 행복지수의 누적된 결과를 토대로 한국의 경제활동 지형도가 어떤 모습인지 알아봤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행복한 사람에 속하는 그룹은 2014년 12월 기준으로 ‘20대-미혼-전문직-여성-대학원 졸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제적으로 가장 불행한 그룹은 ‘40대-이혼-자영업-남성-대졸자’였다. 젊을수록, 가능성이 열려 있을수록 경제적 행복지수가 높았다. 나이 들고 선택지가 좁아질수록 지수가 낮다는 것이 대략적인 결론이다.

대졸 40대 직장 남성의 ‘몰락’

최근 조사의 특이점은 ‘40대-대졸-직장 남성’의 경제적 몰락이다. 예년 조사에서 학력별 경제적 행복지수를 보면 대개 학력 순으로 지수가 달라지는 흐름이 나타났다. 중졸보다 고졸, 고졸보다 대졸, 대졸보다 대학원 졸업자의 경제 행복지수가 컸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대졸자의 경제적 행복지수(43.8)가 고졸자(45.0)에 밀렸다. 연령별 행복지수에서도 40대가 50대와 60대에 밀려 꼴찌였다. 대개는 40대가 50~60대보다 경제적 행복지수가 높았다. 인생 중 가장 많이 벌고 많이 쓰는, 그래서 경제 활동이 가장 왕성할 나이인 40대가 왜 꼴찌로 추락한 것일까.

2012년에 실시한 10, 11회 조사 결과에서 40대의 경제적 행복지수는 각각 40.3, 40.4였다. 그때 50~60대의 경제적 행복지수는 40이 안 됐다. 즉 40대의 경제적 행복지수가 이번 조사에서 추락했다기보다는 50~60대의 경제적 만족감이 커진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 측은 “60세 이상 고령층의 경제적 행복지수가 역대 최고치(44.9)를 기록했다. 거기에는 2014년 7월에 확대 지급된 기초연금 효과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연금제도가 정착된 선진국의 경우 60세 이상 고령층은 20대 젊은 층과 마찬가지로 행복감이 상당히 크다. 그래서 20대에서 60대까지의 연령별 경제적 행복지수는 U자형을 그리고 있다. 60세 이상 세대의 이전 경제적 행복지수 최고치는 2010년 6월 조사(6회)에서 나온 43.6으로 당시 40대와 50대의 경제적 행복지수를 앞섰다.

2010년을 포함해 2009~11년 구간에서 경제적 행복지수가 가장 낮은 연령대는 50대였다. 2008년 당시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경제가 위축되고 구조조정 칼바람이 몰아쳤던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는 2009~11년 구간에서 직장인의 경제적 행복지수가 주부의 경제적 행복지수에 밀리거나 비슷한 수치를 기록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불황이 찾아오면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한 직장인의 회의가 커지고 자존감이 작아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문직·공무원 행복지수 부동의 투톱

전문직과 공무원의 경제적 행복지수는 시류를 거의 타지 않는다. 변함없는 부동의 투톱이다. 반면 자영업자는 직업을 갖고 있는 계층 중 경제적 행복지수에서 늘 하위권이다. 주부에게도 밀리고 심지어 2009년에는 ‘기타·무직’(38.0)에도 뒤진 34.6을 기록했고 15회 차에서는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경기를 가장 민감하게 타고, 경제적으로 가장 크게 불안감을 느끼는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자존감이 바닥을 긴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에 활력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역별 경제적 행복지수는 15회 차 결과를 누적 비교할 수 없다. 현대경제연구원 측에서 11회 차까지는 지역별로 경제적 행복지수를 발표했지만 이후에는 발표하지 않다가 이번 15회 차 조사에서 6~15회 차까지의 평균 수치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김동열 정책연구실장은 “모집단이 작아 변별력에 문제가 있어 발표 기준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래서 15회 차와 1~11회 차에 공개된 자료에서 상위 5개 지역에 자주 호명된 빈도를 따져봤다. 사람의 행복감은 비교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자주 호명되는 지역의 경제적 행복지수가 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상위 5위권에 가장 자주 이름을 올린 지역과 횟수는 울산이 7회, 대구 6회, 서울·경북·대전·경기가 각각 5회로 나타났다. 상위권에 포진한 지역이 모두 전통적인 경부선 라인으로 일제 강점기 이래 부의 지도가 흔들리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과를 종합하면 울산에 살고 대학원을 졸업한 20대의 미혼 전문직 여성이 지금 한국에서 가장 경제적 행복지수가 높은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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