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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종환은 ‘정윤회 문건 배후설’ 확신하는 것으로 느꼈다”

지난해 12월18일 심야 술자리에서 무슨 일이…참석자 이준석이 말하는 ‘K·Y 파동’ 내막

이승욱 기자 ㅣ gun@sisapress.com | 승인 2015.01.19(Mon) 19: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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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승리 2주년을 불과 몇 시간 앞둔 2014년 12월18일 늦은 밤. 박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인근에서 벌어진 심야의 한 술자리가 청와대와 새누리당 등 여권 핵심부를 송두리째 뒤흔들며 새해 정국을 다시 파국으로 몰고 있다. 이날 술자리의 주인공은 박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기여한 당·청의 젊은 공신들이다.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불리는 이준석 전 새누리당 혁신위원장과 대선 캠프에서 전략통으로 네거티브 대응 업무를 주로 맡았던 음종환 청와대 홍보기획수석실 선임행정관(1월15일 면직)이다.

한때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뜻을 함께했던 두 사람은 지금 ‘정윤회 문건 배후설’ 발언의 진위 여부를 두고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음 전 행정관이 청와대의 비선 실세 의혹을 키운 ‘정윤회 문건 파동’의 배후에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한다. 음 전 행정관은 이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 시사저널 이종현
사건이 불거진 직후 음 전 행정관의 사표가 즉각 수리되고 면직 처리되면서 발언의 진위 여부는 사실상 가려지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이른바 ‘십상시(十常侍)’로 지목된 청와대 행정관이 술자리에서 여당 대표인 김무성 대표와 중진인 유승민 의원의 이름을 문건 파문의 당사자인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및 박관천 경정과 결부지어 거론한 것만으로도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과연 2014년 12월18일 문제의 술자리에서는 무슨 이야기가 오간 것일까. 시사저널은 1월14일 이준석 전 위원장을 서울 마포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나 얘기를 들었다. 이를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서너 달에 한 번꼴로 만나 대화하는 자리”

12월18일 밤 10시쯤 이준석 전 위원장은 손수조 새누리당 부산 사하 당협위원장으로부터 ‘술자리가 있으니 올 수 있느냐’는 연락을 받았다. 당시 강남 선릉역 인근 자신의 사무실에 있던 이 전 위원장은 회사에서 남은 업무를 보고 11시쯤 돼서야 사무실을 나섰다. 그가 청와대 인근 바에 도착한 시각은 대략 11시40분쯤. 당시 술자리에는 손 위원장과 함께 음종환 청와대 행정관, 신용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 이동빈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실 행정관 등 4명이 있었다. 뒤늦게 알려진 바지만, 음 행정관과 이 행정관, 그리고 음 행정관의 지인 등이 먼저 모였고, 이후 신 위원장과 손 위원장이 차례로 술자리에 합석했다. 대선 캠프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들은 대선 이후에도 가끔씩 만나는 사이였다. 이 전 위원장은 “서너 달에 한 번꼴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정도였지 특별히 형식이 있었던 모임은 아니다”며 “하지만 당시는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시끄럽고 십상시가 회자되던 시점이라서 만나는 게 꺼려지긴 했었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장이 바에 들어섰을 때 테이블 위에는 이미 양주 한 병이 비워져 있었고 두 번째 양주병이 올려져 있었다. 이 전 위원장이 바로 들어선 후 자연스럽게 바깥 자리에 앉게 됐다. 마침 그 자리는 음 전 행정관의 옆이었다. 이 전 위원장이 자리에 앉자마자 두 사람의 논쟁이 이어졌다. 이 전 위원장의 우려대로 이 전 위원장이 등장하자마자 술자리 분위기는 썰렁해졌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 전 위원장은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나와 음 전 행정관이 서로 지적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싸우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옳다’ ‘선배가 틀렸다’는 식의 대화가 오고 갔다”며 “우리끼리 만나면서 속된 말로 이렇듯 계속 지적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그날은 십상시나 문건과 관련해서는 서로 굉장히 의견이 엇갈렸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발언은 이 전 위원장과 음 전 행정관이 옥신각신 논쟁을 벌이는 와중에 나왔다는 것이 이 전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 전 위원장은 당시 문제의 발언이 나올 무렵 두 사람의 대화를 요약해 기자에게 들려줬다.

   
이 전 위원장: “(음 전 행정관으로부터 잔소리를 듣자) 계속 뭐가 사실관계가 틀린 것이라고 말하느냐. 내가 하는 아침 방송은 신문을 보고 기사를 근거로 평론하는 방송이다.”

음 전 행정관: “신문에 나오는 이야기가 다 맞느냐.”

이: “사건이 엄중한데 선배(음 전 행정관)가 혹시 사실관계 밝히는 데 도움이 되는 고급 정보가 있으면 알려달라. 그러면 방송에 반영하면 되는 거 아니냐.”

음: “네가 이번 사태의 본질이 뭔지 아느냐.”

이: (반문하듯) “조응천·박관천이가 나쁜 짓 했다는 것 아니냐.”

이 전 위원장은 “내가 반문하듯 묻자 (음 전 행정관이) 배후는 따로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했고, 그때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의 이름도 나왔다”며 “내가 너무나 당황스러웠고 몇 차례 다시 확인을 했는데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음 전 행정관의 주장은 상반된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술자리에서 김 대표와 유 의원의 이름을 거론한 적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조응천 전 비서관이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김 대표와 유 의원에게 줄 대고 있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 내부 문건 유출 사건의 몸통이 조 전 비서관인데, 그가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위해 김 대표와 유 의원에게 줄을 대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자리에 동석했던 손수조 위원장은 “(음 전 행정관과 이 전 위원장) 둘이서 그런 얘기를 나눴는지 모르겠지만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고 말했고, 신 위원장도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음 전 행정관의 ‘문건 파동 배후설’ 발언 이후 배후설의 근거를 대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음 전 행정관이 중요한 대목에서는 장난을 치듯 말을 하지 않고 피했다고 했다. 그러나 김 대표의 수첩에서처럼 “두고 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는 게 이 전 위원장의 설명이다. 다만 이 전 위원장은 “(음 전 행정관이) 근거는 대지 않으면서도 진지한 표정으로 ‘두고 봐, 곧 알게 될 거야’ 하는 정도의 느낌으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음 전 행정관이 취중이었던 만큼 당시 발언이 단순한 말실수였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한다. 하지만 이 전 위원장은 “그동안 음 전 행정관과 만나 술자리를 여러 차례 했다. 하지만 혀가 꼬일 수는 있지만 언어적으로 실수를 한 적은 없었다”며 “대선 캠프에서 전략기획을 담당할 정도로 능력 있는 음 선배가 확신하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행정관이 배후설 떠들고 다니면 위험하다 생각”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수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이틀 후인 1월14일 오후 기자는 이준석 전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을 서울 마포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이 전 위원장은 1시간 동안 진행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음종환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정윤회 문건 파동 김무성·유승민배후설’ 발언에 대해 강한 확신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음 전 행정관의 협박 논란과 관련해서는 “사찰을 걱정했거나 협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위협적으로 받아들인 건 맞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식으로 간략히 정리했다.


지금 심경은.

시간이 지날수록 논란이 수렴하는 지점을 찾아가고 있다. 처음에는 (음 전 행정관 쪽에서) 사실무근이라고 했는데, 조응천·박관천 이야기는 했다고 하지 않나. 대충 맥락이 잡혀가고 있는 것 같다.

술자리가 있은 지 3주쯤 후인 1월6일 김무성 대표가 참석한 식사 자리에서 당시 술자리 발언을 전했다. 왜 늦어진 것인가.

처음에는 (음 전 행정관의 배후설) 발언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12월18일 술자리 이후 (음 전 행정관의 발언을) 크로스 체크하는 차원에서 친한 기자에게 말했는데 역시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당·청 간 갈등이 커지고 친박과 김무성 대표 사이에 다툼도 빚어졌다. 당 대표라면 이런 이야기가 도는 것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당·청 간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일개 행정관이 (배후설을) 떠들고 다니면 위험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김 대표의 수첩에는 ‘K·Y’라는 이니셜로 쓰여 있다.

1월6일 식사는 상당히 편한 자리였다. 당연히 정치 현안 이야기도 나왔는데, 나는 마치 툭 던지듯 “청와대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니깐 당에 있는 사람을 (문건 파동의) 배후로 지목하더라”고 말했다. 그런데 다른 참석자가 “그거 ‘음’(음종환 전 행정관 지칭) 이야기 아니냐”고 했다. 내가 이름도 이야기 안 했는데 그런 반응이 나와서 놀랐다. 알고 보니 (문건 파동 배후설은) 국회에서는 상당히 돌았던 이야기였다. (김 대표가 작성한) K·Y는 가공된 것이고 직접적인 워딩을 딴 것은 아닌 것 같다.

음 전 행정관이 (이 전 위원장의) 여자 교제와 방송 출연 문제를 언급했다는데.

사실 특정 언론에 곁가지이니 기사화하지 말라고 부탁했는데 결국 기사로 나왔다. (음 전 행정관이) 그 여자의 이름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지만 직업은 이야기했다. 그런데 나는 그걸 사찰이라고 몰고 싶지는 않다. 방송 출연 문제도 ‘방송 못 나가게 하겠다’는 식은 아니었다. ‘방송 요즘 많이 하는데 정확한 소리를 해야 한다. 나 어떤 사람인지 알지’ 정도의 발언이었다. (협박을 했다고 보지는 않지만)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 자체는 위협적으로 받아들였다.

음 전 행정관으로부터 이후 연락은 받았나.

연락이 오기는 하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고 싶지는 않다. (이번 사건의) 본질에 근접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청와대 대응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있다.

아직도 아쉬운 것은 애초 청와대 정무 라인에서 이걸 풀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적어도 유승민 의원이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에게 사실관계를 묻지 않았나. 그러면 내 연락처가 청와대에 없는 것도 아니고 나한테 확인했으면 내 버전을 얘기해줬을 것이다. 청와대 내부 감찰이라든지 부서 간 조율라든지 이런 것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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