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이부진 최고 주식 부자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5.01.2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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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CEO스코어 ‘3·4세 지분 가치 평가’…10명 중 6명 범삼성·범현대가

2015년 새해 초반 주식시장의 주요 이슈 중 하나는 지배구조 개편이다. 증시 개장 첫날부터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제일모직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키를 쥐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등이 고공비행을 펼쳤다. 특히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기 와병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오너십의 변화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올해 말 지주사 전환에 대한 세제 혜택 종료가 예정돼 있어 삼성·현대 등 주요 그룹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을 올해 안에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

이는 주요 그룹 오너 일가의 부의 재편이 이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14일 삼성SDS의 상장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 평가액이 3조8000억원대에서 7조8000억원대로 급등하며 재벌 3·4세 중 으뜸을 차지하기도 했다. 

시사저널은 CEO스코어에 의뢰해 재벌그룹 오너 일가 3·4세의 주식 가치 평가액 변동을 조사했다. 경영권 변동이 곧 부의 재편을 부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가장 큰 변화는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의 미상장으로 잠재적 주식 부자 1위로 꼽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부친인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어 국내 2위 주식 부자로 등극한 것이다.

지난해 11월14일 삼성SDS 상장, 12월18일 제일모직 상장으로 이 부회장의 주식 지분 평가액은 2013년 말 1조2000억원대에서 올해 1월13일을 기준으로 7조7954억원으로 뛰었다. 지난해 11월 이전 그의 앞에 있던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멀찌감치 앞선 것은 물론 6조원대의 주식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평가액을 제쳤다. 이 부회장의 지분 평가액 급상승은 제일모직 지분(25.10%)과 삼성SDS 지분(11.30%)이 기업 상장에 따라 평가액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이부진·이서현도 2조원대 주식 부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도 1년여 만에 지분 평가액이 각각 275.8%, 363.5% 늘어난 2조원대의 주식 부자로 발돋움했다. 제일모직과 삼성SDS의 상장이 이건희 회장의 3남매를 모두 한국 10대 주식 부호로 만들어준 셈이다. 12조원대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주식 평가액 1위 이건희 회장까지 포함하면 이건희 회장 직계 가족만 톱10에 4명이나 들어 있다. 한국인 부의 지도에서 삼성가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정의선 부회장 부자는 2014년에 주춤했다. 특히 지난해 9월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 부지 입찰에서 현대차가 10조5500억원에 낙찰받은 것은 현대차그룹의 주가 측면에서 보면 악재였다. 정몽구 회장의 지분 평가액은 2013년 말 7조원대에서 1년 만에 5조80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물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에게도 밀려 4위를 기록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31.88%와 기아차 지분 1.7%를 갖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오르고 한전 부지 인수에 참여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빠졌다. 그래서 정몽구 회장의 지분 평가액은 5조8000억원대로 떨어지고,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 평가액은 3조9000억원으로 오르면서 두 부자의 지분 평가액 차이가 1년 새 4조원대에서 2조원대로 좁혀졌다.

문제는 경영권 승계 없이 평가 차익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핵심 계열사 지분 확보를 위한 정 부회장의 행보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현대차에서는 1월 초에 현대글로비스의 정 부회장 지분을 블록딜로 매각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재계에선 정 부회장의 핵심 계열사 지분 확보를 위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정 부회장의 보유 지분 평가액이 당분간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몽구-정의선 지분 평가액 2조원 차이

조사 결과 재벌 3·4세 보유 지분 평가액 상위 10명 중 6명이 범삼성가와 범현대가 소속으로 나타났다. 이는 삼성과 현대차그룹 3세를 제외하고는 그룹별로 오너의 3·4세 지분 평가액이 지난 1년 동안 늘어난 경우보다 줄어든 경우가 훨씬 많은 게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LG그룹에서 분가한 GS그룹과 LS그룹, 두산그룹 4세들의 경우 한창 경영권 승계 과정에 있음에도 대부분의 지분 평가액이 1년 만에 10~30% 빠져 중위권 그룹이 고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두산그룹은 4세 그룹의 맏형 격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을 비롯해 지분을 갖고 있는 8명의 ‘원’자 돌림 4세의 지분 평가액이 모두 25% 이상 하락하는 기록을 세웠다. 지주회사 체제인 두산그룹은 3세인 박용만 회장 등 ‘용’자 돌림 4형제가 (주)두산의 지분 11.58%를 갖고 있는 반면 ‘원’자 돌림 10명의 사촌은 29.67%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그룹의 경영이 4세 체제로 전환된 상태다. ‘원’자 돌림 4촌 형제들의 지분 평가액이 1년 만에 4분의 1 토막이 난 것은 4세 경영 체제에 대한 경고음으로도 해석된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두산보다 지분 평가액이 1년 만에 더 떨어진 곳은 LS그룹이다.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19명의 LS그룹 3세의 지분 평가액이 지난 1년 동안 평균 30% 이상 떨어졌다.

30대 그룹 3세 중 가장 드라마틱하게 지분 평가액 하락을 기록한 이는 OCI 이수영 회장의 장남 이우현 OCI 사장과 차남 이우정 넥솔론 대표다. 지난 2007년 각각 50억원씩 출자해 태양광업체 넥솔론을 설립했다. 이들 형제는 둘이 합쳐 1000억원 이상을 넥솔론에 투자했지만 지난해 태양광산업이 불황에 빠지면서 넥솔론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큰 손실을 입었다. 특히 이우정 대표는 담보로 맡긴 OCI 주식 중 4만5000주가 채권단에 넘어가면서 지분 평가액이 98.7%나 줄어들었다. 이들 형제에게 더 뼈아픈 것은 시장에서 3세 경영 능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 승계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경영 실패라는 꼬리표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구광모 LG 상무, 평가액 35.9% 늘어

주식 지분 증가율이 플러스를 기록한 3·4세도 꽤 있다. 지난해 말 상무로 승진하며 LG그룹의 4세대 후계자 수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구광모 상무는 (주)LG의 지분 5.83%를 갖고 있는 3대 주주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지분 평가액이 35.9%나 늘어났다.

한진그룹 3세 3인방의 지분 평가액도 증가했다. 한진그룹은 한진칼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 한진칼의 지분은 조양호 회장이 15.6%, 그리고 조현아·조원태·조현민 3남매가 각각 2.5%를 갖고 있다. 3남매의 지분 차이가 거의 없는 상태이고 지분 평가액도 410억원대로 비슷하다. 재계에선 한진칼의 오너 일가 지분이 26.3%에 불과해 추가적인 합병과 지분 확보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땅콩 회황 사건으로 보직에서 모두 물러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입지가 이번 사건으로 영향을 받을 것인지, 삼남매에게 모두 똑같이 지분을 물려주던 조 회장이 경영권 승계자로 예상되는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지분을 더 몰아줄지가 관전 포인트다.

고 장병희-최기호 회장이 공동 창업한 영풍그룹은 3세 체제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두 집안의 3세 그룹 경영권 승계자 중심으로 지분 매집이 진행되는 양상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8명의 장씨, 최씨 3세들의 지분 평가액이 지난해 모두 늘어났다. 특히 장씨가의 상속자로 지목되는 장세준 영풍전자 부사장의 지분 평가액에 큰 변화가 없었지만 최씨가의 3세 대표 주자인 최윤범 고려아연 부사장은 지분 평가액이 77.5% 늘어났다. 하지만 최 부사장의 지분 평가액 2100억원은 장 부사장의 4657억원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영풍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주)영풍의 지분은 장씨 일가가 27%대, 최씨 일가가 13%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2~3년간 최씨 일가 쪽에서 적극적인 주식 지분 매집을 시도하고 있어 영풍그룹의 동업 체제가 향후 어떻게 될지 주목되고 있다.  

 

재벌가 3·4세 평균 31.5세에 임원 


재벌그룹 오너 일가에게 승진 속도는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미 회사 주식을 소유한 오너이기에 형식적인 직급은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이들은 입사하자마자 샐러리맨의 꿈이라는 임원 타이틀을 달기도 한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나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김신한 대성산업 사장,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등이 모두 입사하자마자 별을 단 경우다.

기업 경영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대주주 일가가 있는 30대 그룹 총수 직계 3·4세의 임원 승진 기간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평균 28세에 입사해 3.5년 만인 31.5세에 임원에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대상은 30대 그룹 총수 직계 중 승계 기업에 입사한 3·4세 44명이었다. 이 중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을 제외한 32명(남자 27명, 여자 5명)이 현재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 중이다.

이들 중 임원으로 데뷔한 3·4세는 9명이었다. 이 중 정유경 부사장은 24세에 조선호텔 이사대우로 입사해 재계 최연소 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재벌가 자녀 중 남자는 평균 28.5세에 입사해 32세에 임원으로 승진했고 여자는 25.6세에 입사해 29.7세에 임원 타이틀을 달았다. 여느 직장인이 40대 초반에 임원으로 승진하면 화제에 오르고 대개는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에 임원이 되는 것에 비춰보면 초고속 승진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재벌 3·4세 중 가장 늦은 속도로 임원 승진을 한 사람은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이다. 입사 후 임원이 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장남 허윤홍 GS건설 상무는 9.9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9.4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9년,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9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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