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해전술만 쓸 줄 알았는데 첨단 기술까지?
  • 모종혁│중국 통신원 ()
  • 승인 2015.01.2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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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현대화 힘 쏟는 중국…2030년 국방예산 미국 추월

지난 1월3일 중국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흥미로운 뉴스를 내보냈다. 중국군이 지난해 젠(殲·J)-20 시제기 2011호부터 2015호까지의 시험 비행을 무사히 마쳤다는 소식이었다. 환구시보는 “지난해 12월 처음 공개된 2015호의 경우, 기존 모델보다 기체의 꼬리 부분이 더욱 날렵해졌다”며 “이 전투기의 양산이 그리 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J-20은 스텔스 기능이 탑재된 5세대 전투기다. 중국은 세계 최초이자 현존 최강인 미국의 F-22랩터에 필적하는 성능을 지닌 전투기 개발에 매달려왔다. 그 성과물 중 하나가 J-20이다. 2011년 1월 첫 시제기인 2001호의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2013년 5월에는 두 번째인 2005호의 시험 비행을 마쳤다. 그 후 중국군은 다른 시제기의 비행 사실을 숨겨오다가 이번에 환구시보를 통해 공개한 것이다. 이를 유추해볼 때 중국은 모두 10여 대의 시제기를 제작해 성능 시험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미국 F-35에 대항해 만든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J-31. 검은색 모양이 날렵한 느낌을 준다.ⓒ Imaginechina
5세대 스텔스 전투기 J-31 선보여

지난해 우리 군은 미국이 개발 중인 F-35 40대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F-35는 100대가 넘는 시제기가 제작돼 각종 시험을 진행하고 있지만, 언제 전력화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미군 당국은 오는 7월까지 제작사인 록히드마틴 측에 개발 사업을 끝내라고 독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엔진에 문제가 생겨 이륙 도중 화재가 나는 사고가 발생해 영국 판버러 에어쇼 참가가 취소되는 등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을 추격하는 중국의 발걸음은 한결 빠르고 매섭다. 지난해 11월 중국은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에서 열린 에어쇼에서 또 다른 5세대 스텔스 전투기 J-31을 선보였다. 주하이 에어쇼는 세계 5대 에어쇼 중 하나이자 아시아 최대 에어쇼다. J-31은 F-35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이 개발해온 전투기다. 중국은 미국이 F-22랩터의 대외 판매를 금지하고 다목적용과 수출용으로 F-35를 개발한 것과 똑같은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J-31은 선양(瀋陽)항공기공업그룹이 2020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전력화하고 있다. 기체를 검은색으로 도장해 날렵한 느낌을 준다. 본래 젠(殲)은 중국어로 ‘섬멸한다’는 뜻이다. 크기는 F-35와 비슷하나 무기 탑재 공간은 좀 작다. 성능은 F-35보다 다소 떨어지지만, J-31은 서구 전투기가 따라오지 못할 강력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바로 가격이다. 우리 군은 F-35를 대당 1211억원에 도입하기로 미국 정부와 계약했다. 여기에 각종 부대비용을 포함한 프로그램 가격은 대당 1835억원에 이른다. 이에 견줘 J-31의 판매가는 약 7500만~9000만 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일정한 성능 보장과 F-35에 비해 엄청 싼 가격은 제3세계 국가들에 매력적이다.

중국은 스텔스기뿐만 아니라 무인전투기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군이 무인기인 드론을 이용해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전쟁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19일에도 미군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국경지대에서 활동하는 무장단체를 드론으로 공격해 요원 8명을 죽였다. 주하이 에어쇼에서 중국은 첫 무인전투기 ‘공격(攻擊)-1’을 선보였다. 공격-1은 각종 감시 장비와 공대지 미사일, 정밀유도폭탄 등을 탑재해 정찰과 공격 기능을 일체화한 무인기다. 공격-1뿐만 아니라 지난해 8월에는 차세대 무인기 ‘차이훙(彩虹)-4’를 공개했다. 한번 주유하면 무려 40시간, 반경 3500㎞나 비행할 수 있다. 중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날카로운 검’이란 뜻을 가진 스텔스 무인기 리젠(利劍)을 개발해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중국이 최첨단 전투기와 더불어 재래식 전력에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는 핵잠수함이다. 지상에 기반을 둔 핵미사일은 첩보위성을 통해 위치가 포착돼 적의 공격에 쉽게 노출된다. 발사해도 적국의 방공 미사일에 요격당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전략핵잠수함은 자국이 핵 공격을 받더라도 안전하게 전력을 보존할 수 있다. 또한 적국에 가까운 심해에서 순식간에 타격을 가해 사전 방어를 무력화시킨다. 이런 이점 때문에 냉전 말기 미국과 소련은 불꽃 튀는 전략핵잠수함(SSBN·SSGN) 개발 경쟁을 벌였다. 소련이 붕괴된 오늘날, 미국은 오하이오급 SSBN형 14척, 오하이오급 SSGN형 4척 등 세계 최강의 전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도전장을 낸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1990년대 해군력 강화에 전력을 기울이면서 SSBN 4척을 보유하게 됐다. 중국의 SSBN은 ‘진(晋)급 094형’이다. 길이 133m, 배수량 8000톤으로 수중에서 최대 40노트(시속 약 74㎞)까지 달릴 수 있다. 수중에서 70일간 잠행하면서 12발의 탄도미사일(SLBM)을 쏠 수 있다. 진급 094형 덕분에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육·해·공 어디든 핵무기를 쏠 수 있는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후속작인 ‘탕(唐)급 096형’을 개발하고 있다. 탕급 096형은 3세대 SSBN으로 길이 150m, 배수량 1만6000톤에 달한다. 장착하고 있는 탄도미사일 ‘JL-3’은 24발에 달하고 사거리도 1만2000㎞로 늘어났다. 중국 근해에서 쏴도 미국 본토까지 사정권에 드는 것이다.

경제력 성장 따른 막대한 국방예산

중국이 첨단 무기 개발에 성과를 내는 데는 막대한 국방예산이 뒷받침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영국 군사전문지 ‘IHS제인스’는 “중국의 국방예산이 1320억 달러(약 143조원)로 책정됐다”고 보도했다. 아직은 미국(5749억 달러)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급성장하는 중국 경제력으로 봤을 때 미국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다. ‘IHS제인스’는 “중국의 국방예산은 2012년 11.2%, 2013년 10.7%, 2014년 12.2% 등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2030년께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3~4일 이틀간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전군장비공작회의에서는 이런 중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연출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무기 장비는 군대 현대화의 중요한 지표로 국가 안전과 민족 부흥의 중요한 버팀목”이라며 “첨단 장비로 무장한 군을 건설하는 것은 우리 당의 목표”라고 공언했다. 이날 회의에는 판창룽(范長龍)·쉬치량(許其亮) 중앙군사위 부주석 등 중앙군사위원회 위원들, 인민해방군 4대 총부, 각 군구 사령관 등 중국군 지도부가 모두 참석했고, 연구기관과 군수기업 수뇌부도 총출동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중국군이 첨단 무기를 개발하도록 더욱 많은 자원을 투입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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