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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세론 굳혔다” 박지원 “대세론 깨졌다”

새정치연합 당 대표 선거 막판 혼전…호남 ‘전략적 선택’이 좌우할 듯

엄민우 기자 ㅣ mw@sisapress.com | 승인 2015.02.04(Wed) 09: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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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정말 앞으로 많이 부딪치게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우리도 미리 맞춰서 준비해야 되는 것 아닌가?” 새누리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최근 한 모임 자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당대회를 화제로 올렸다. 문재인 후보가 제1야당 대표가 되면 강경한 ‘친노(무현)’의 목소리가 커져 엇박자 정국이 예상된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문재인 대세론’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야당 내부에서조차 “볼거리 없다”며 흥행을 끌지 못하고 있는 새정치연합 2·8 전당대회의 유일한 관전 포인트는 ‘문재인 대세론이 뒤집히느냐’ 여부다. 전당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박지원 후보가 막판 스퍼트로 문 후보를 꺾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선거에 나선 문재인 후보(왼쪽)와 박지원 후보. ⓒ 연합뉴스
일부 의원들, ‘문 후보 캠프 지원’ 조용히 지시

박 후보 측은 “이미 대세론은 옛날이야기”라며 자신만만해하고 있지만, 문재인 대세론을 완전히 불식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다. 바로 ‘비노(무현)’ 진영 핵심 인사들의 적극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다. 문 후보가 분위기를 잡아가는 데는 인지도 높은 대권 후보인 그를 간판으로 총선을 치르는 게 더 유리하다는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문재인 대세론은 결국 총선을 누구의 얼굴로 치르는 것이 당선에 더 유리하냐에 대한 당내 구성원들의 판단이 결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후보가 대세론을 뒤집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안철수 전 대표 등 대중성이 뛰어난 비노 대권 주자들이 자신을 위해 움직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까지는 관망하는 모양새다.

우선 ‘문재인 대세론’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새정치연합 내 다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현재까지의 분위기를 볼 때 문 후보가 약간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들쭉날쭉한 여론조사 결과는 차치하더라도(38쪽 상자 기사 참조) 우선 당내 돌아가는 분위기가 그렇다는 것이다. 당내 선거 전략가로 활동해온 한 관계자는 “몇몇 의원이 아랫사람들에게 문 후보 캠프를 사이드에서 지원하라고 지시를 내리고 있다. 슬슬 ‘문(후보)’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일반 선거와 달리 전당대회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는 보통 은밀히 이뤄진다. 당내 선관위에선 의원들의 직접적인 선거운동 등을 금지하고 있고, 깊게 발을 들일 경우 결과에 따라 정치적 입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해당 캠프에 자신의 사람을 접촉시키는 방식으로 조심스레 지지 의사를 표명한다. 일종의 ‘성의 표시’다.

몇몇 친노 인사는 문 후보 당선 이후를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이 아니면 사실상 전면에 나서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도 그 한 예다. 2012년 대선 때 문 후보 캠프의 지식기반사회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대표적인 ‘친문(재인)’ 인사로 알려져 있다. 그가 최초로 성남시 중원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선거 체제에 돌입하자 주변에선 “참 빠르게 움직인다”는 말이 터져 나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문 후보는 지금의 세를 지켜나가며 상대적으로 취약한 호남 쪽에 공을 들이겠다는 계획이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우위에 있지만, 대표가 된 이후 당을 이끌 동력을 위해서라도 압도적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호남 지역의 마음을 얻는 데 남은 일정을 집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는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주에는 전북 및 광주를 방문하고 수도권으로 돌아올 계획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호남에서 문 후보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호남 지역 당원들은 그가 ‘호남 총리론’을 거론한 것과 관련해 “충청권뿐 아니라 호남 쪽에서도 듣기 거북해하고 있다”고 전한다. “의도가 너무 눈에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박 후보 측 “비노 인사들 우리 돕고 있어”

문재인 후보 측근의 말처럼 문 후보의 ‘호남 다독이기’는 당 대표가 된 이후까지 계산해 나온 것이다. 유력 대권 주자인 문 후보는 박지원 후보나 이인영 후보와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당 대표가 되고 대권 가도까지 안정적으로 달려가기 위해선 재·보선과 총선 승리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세론에 대한 색다른 분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문재인 대세론은 호남 당심이 어느 정도 작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지금 호남이 대권 주자인 문 후보를 시험대에 올리기 위해 당 대표로 밀려고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의 호남 지역 한 핵심 당직자는 “대권 주자인 문 후보는 당 대표 도전이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당 대표가 되면 모든 선거 승리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전했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하는 대권 주자에게 책임을 요하는 당 대표라는 직책은 큰 부담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1월18일 ‘전라남도당 정기대의원대회 및 합동연설회’에서 박지원 후보가 안철수 의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 뉴시스
문 후보가 호남 당심 잡기에 주력하는 동안 박 후보는 반대로 문 후보 우세 지역인 비호남 지역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박 후보는 비노 진영 인사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고 만나는 등 적극적으로 접촉하는 중이다. 박 후보에게 비노 인사들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이제 문재인 대세론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안다. 손학규 전 고문이나 안철수·정세균 전 대표 등도 내색은 못하지만 그 밑의 사람들은 (우리를) 돕고 있다. 이심전심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잡힌 것 같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더불어 “문 후보 측근들은 지난 대선 때도 마치 청와대에 곧 입성할 것처럼 하더니 결과는 어땠나. 스스로 ‘대세’라고 주장하는 것은 바림직하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 후보에 대한 비노 측의 보이지 않는 지원 사격은 있지만, 조직력과 세를 겸비한 친노 세력에 맞서기 위해선 더욱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아직까지 비노 측 움직임은 조심스럽고 소극적이다. 가장 중요한 인물은 역시 안철수 전 대표다. 박 후보는 최근 공개적으로 안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는 “지금 안 전 대표도 우리 새정치연합의 중요한 대통령 후보군의 한 분이고 당의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에 제가 당 대표가 되어서 공정한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MBC <100분 토론>에서는 “만약 당 대표가 되면 (안 전 대표를) 대통령 후보군으로 격려하고 모셔서 정권 교체하는 데 큰 힘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안 전 대표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안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안 전 대표 입장에선 지금 누구를 지지한다고 할 필요가 없기에 적극적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안다. 누가 되든 안 전 대표 입장에선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유리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박 후보가 현 상황에서 어느 한 세력의 적극적 지원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당 안팎에서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건 문 후보를 맹추격하는 이가 바로 인맥 쌓기에 탁월한 수완을 가진 ‘박지원’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제각각 “내가 1등이라니까”  


새정치민주연합의 2·8 전당대회와 관련해 가장 혼란을 주는 부분은 바로 여론조사다. 기관마다 들쭉날쭉한 결과가 나오고 있고 후보들은 이를 바탕으로 “내가 대세”라며 홍보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와 박지원 후보 양측은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서로 앞서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당권 선거에서의 여론조사 결과는 일반 선거에 비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직접 한 표를 행사할 선거인단조차 이런 이야기를 한다. 다음은 새정치연합 한 대의원의 말이다.

“당 선거 때가 되면 업체들이 먼저 각 후보 측에 여론조사를 해주겠다고 접근하는데, 사실상 당 선거는 공직선거법 적용을 안 받기 때문에 조사 대상자 성향을 적절히 분배해 실시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대의원들이 얼마나 속을 드러냈을지도 의문이다. 나도 전화를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

최근 문 후보와 박 후보는 서로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공방을 벌였다. 박 후보 측은 ‘조원씨앤아이’가 대의원 985명과 권리당원 1018명을 대상으로 당 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대의원 51.5%, 권리당원 47.7%의 지지를 받아 각각 31.9%와 34.6%를 기록한 문 후보를 앞섰다고 발표했다. 문 후보 측도 이에 질세라 곧바로 ‘한승마케팅리서치’가 대의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36%의 지지를 얻어 박 후보(30.4%)를 눌렀다며 반격에 나섰다.

이인영 후보 역시 호남 지역 일반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24.6%를 얻어 26.3%인 문재인 후보와 오차 범위 내 접전이라며 “변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당권 선거에서는 일반 선거보다 판세가 중요하다.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대세를 따르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후보들이 들쭉날쭉 여론조사 결과를 갖고 날 선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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