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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시간엔 탕진과 실정만 있었다”

이명박 정권 자원외교 반박한

엄민우 기자 ㅣ mw@sisapress.com | 승인 2015.02.09(Mon) 14: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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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짓이다.” 이명박(MB) 정부의 실정을 고발한 책 <MB의 비용>은 이와 같은 말로 서두를 시작한다. 책 제목과 함께 시작하는 첫머리부터 이 책을 왜 쓰게 됐는지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말 그대로 <MB의 비용>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고발하고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의도를 담은 책이다.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RHK)이 출간되기도 전에 화제를 일으킨 데 이어 곧바로 출간된 <MB의 비용>(알마)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서점가에는 때 아닌 MB 바람이 불고 있다.

유종일·박창근 교수 등 정치·경제·사회 등 각계 전문가 16인으로 구성된 집필진이 쓰고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가 엮은 <MB의 비용>은 크게 ‘1부 탕진’과 ‘2부 실정’ 두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탕진’ ‘실정’이란 소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책에는 자원외교, 4대강 사업, 원전 사업 등 MB 정부 시절 추진한 여러 정책이 실려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다룬 분야가 자원외교다.

   
2012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카타르의 하마드 국왕을 만나 자원외교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AP 연합
“자원 매장량을 자주 개발 물량으로 계산”

재미있는 것은 마치 이 전 대통령이 쓴 <대통령의 시간>을 미리 읽고 쓴 듯 이 전 대통령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통해 “자원외교는 그 성과가 10년에서 30년에 걸쳐 나타나는 장기적인 사업이다. 퇴임한 지 2년도 안 된 상황에서 자원외교를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당시 자원외교를 주도했던 MB 정부 관계자들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줄기차게 내놓고 있는 주장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MB의 비용>은 이 같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자원개발 투자금 회수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탐사-개발-생산’의 단계를 모두 거쳐야 하기 때문인데, MB 정부 시절 자원 투자를 탐사 단계부터 한 경우는 별로 없다. 대부분은 이미 생산하고 있는 해외 광구에 대한 단순 지분 투자였다. (중략) 이 같은 성격의 투자는 지분에 비례해 매년 수익이 배당되기 때문에 투자 성과도 바로 확인된다.

 

이와 더불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주장하는 ‘에너지 자주 개발률 상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에너지·자원 자주 개발률도 크게 상승했다. 석유·가스의 경우 2008년 5.7%에서 2011년 13.7%로 상승했으며, 유연탄·우라늄·철·동·아연·니켈 등 6대 전략 광물 자주 개발률은 2007년 18.5%에서 2011년 29%로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자주 개발률이란 국내로 수입되는 해외 자원 중 국내 기업이 직접 개발해 도입한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에 대해 <MB의 비용>에서는 아예 ‘꼼수로 부풀려진 자주 개발률’이라는 섹션을 만들어 이 전 대통령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당시 투자한 곳 중 실제 국내로 자원이 들어온 물량은 ‘0’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MB 정부는 어떻게 실제로 들어온 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자주 개발률이 높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이 책은 그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석유공사를 예로 들어보자. 공사 자료에 따르면, MB 정부 5년간 해외 자원개발과 관련해 진행된 227개 사업 중 석유공사가 자체적으로 탐사한 사업은 12개에 불과했다. 이 12개 사업에서조차 실제 국내로 들어온 물량은 전무하다. MB 정부는 탐사 과정에서 매장량만 확인되면 그 사업을 우리 기업이 주도한 것인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자주 개발 물량으로 계산했다.

 

이 책에서는 MB 정부가 지분 투자를 한 경우도 그 투자 지분만큼 자원이 확보된 것으로 계산했다고 고발하고 있다. 

 

연간 1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A기업에 10% 지분을 투자하면 연간 10만 배럴의 원유를 확보한 것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석유공사가 지분 투자 방식으로 투자한 9개 사업으로부터 실제로 국내로 도입된 물량은 하나도 없다.

또 <MB의 비용>에서는 자원외교와 관련해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한승수 전 총리를 사실상 자원외교를 주도한 인물로 지목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책은 이상득 전 의원, 박영준 전 차관 등 정권 핵심 실세들이 직접 자원외교를 위해 백방으로 뛰며 자원외교를 주도했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현재 논란을 빚고 있는 ‘자원외교 비리 3사(석유공사·가스공사·광물공사)’ 사장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해외 자원개발 실무는 공기업 사장들이 맡았다.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 주강수 가스공사 사장, 김신종 광물자원공사 사장 등은 모두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MB 정부 자원외교의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해외 자원개발 실무는 공기업 사장들이 맡아”

<MB의 비용>에서는 쿠르드 유전 개발,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인수,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 사업 등 개별적인 자원외교 건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지적하며 MB 정권의 실정을 꼬집었다.

특히 캐나다 정유사 하베스트 날 인수와 관련해서는 아예 책 전체 프롤로그부터 대표적 실패 사례로 소개하며 ‘부실 종합선물세트’라고 비판했다.

<MB의 비용>은 자원외교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대해 반박하기 위해 쓰인 것처럼 구성됐다. 자원외교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을 노리고 있는 곳이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특위만이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다. 실제로 이 책을 낸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는 참여연대·민변 등과 함께 ‘MB 자원외교 사기의혹 및 혈세 탕진 진상 규명을 위한 국민모임’을 결성해 이 전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서점에서도 잘 팔리고 있어 <대통령의 시간>에 대한 맞불처럼 출간된 이 책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다음은 이 책 자원외교 마지막 부분에 쓰인 문구다.

 

MB 정권에서 벌어진 여러 실패한 사업들에는 권력 실세들이 개입돼 있고, 이로 인해 수많은 절차와 제도가 무시되고 무리하게 사업이 추진됐다. 엄중한 책임 규명이 있어야 이런 일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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