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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가 좋아야 기술이 잘 먹힌다?

프로골퍼, 골프채 바꿨다가 슬럼프 빠지는 경우 많아

안성찬│골프 칼럼니스트 ㅣ 승인 2015.02.11(Wed) 14: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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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급 프로골퍼에게 생명과도 같은 것이 있다. 바로 클럽과 볼이다. 그중에서 드라이버와 아이언, 퍼터는 선수의 기량을 좌우하는 ‘잣대’ 역할을 한다. 클럽을 바꿔서 한동안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고, 클럽을 교체한 후 우승을 하는 선수도 적지 않다. 프로골퍼는 대부분 용품업체에서 계약금을 받고 클럽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좋든 싫든 계약사의 용품을 쓴다. 다만 프로는 용품업체를 옮겨도 최소 6개월 정도는 새로운 스폰서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전의 클럽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 드라이버와 퍼터는 용품 계약에서 제외하기도 한다. 원하는 것을 사용하겠다는 생각에서다. 클럽을 새로 장만하면 손에 익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물론 선수는 거의 맞춤클럽을 쓴다. 클럽 메이커는 선수에게 최적의 클럽 피팅을 해준다.

주마다 대회에 나가고, 매일 수백 개씩 볼을 때리는 등 연습량이 많은 선수들은 아이언을 대개 6개월마다 바꾼다. 강력한 파워로 볼을 치기 때문에 헤드의 페이스 홈이 망가지거나 닳아서 못 쓰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헤드와 샤프트 성능에 변화가 생겨 사용을 못한다. 그만큼 드라이버나 아이언은 예민하다.

   
로리 매킬로이, 김효주 ⓒ 안성찬 제공
클럽이 선수의 스코어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클럽과 볼은 ±5% 정도라는 게 일반론이다. 아마추어 골퍼에게 이 숫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1타 차이로 우승을 다투는 프로골퍼는 다르다. 클럽과 볼이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스코어가 엉망이 된다. 특히 교체한 클럽으로 스코어가 잘 나오지 않으면 그 클럽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경기력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클럽을 교체하고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던 대표적 선수는 세계 골프 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26·북아일랜드)다. 타이틀리스트 클럽으로 영광을 누리다가 나이키골프로 갈아탄 후 무너졌다. 2013년 일이다. 매킬로이는 모든 골프용품 사용 조건으로 10년간 2억5000만 달러(약 2746억원)를 받았다. 물론 보너스는 별도였다. 나이키는 20대 초반의 무한한 가능성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하지만 매킬로이는 클럽을 바꾸고 처음 출전한 유럽프로골프 투어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에서 보기 좋게 예선 탈락을 했다. 2013 시즌 첫 경기였다. 신무기를 들고 나섰지만 결과는 ‘꽝’이었다.

   
타이거 우즈 ⓒ AP연합
세계 랭킹 1위 매킬로이, 클럽 교체 후 예선 탈락

전문가들은 부진 이유로 장비 교체를 들었다. 매킬로이의 드라이버샷은 엉망이었다. 그의 장기인 드로 구질은 온데간데없었다. ‘송곳’ 같던 아이언샷은 무뎌졌다. 퍼터도 심술을 부렸다. 결국 2라운드에서 그동안 사용하던 타이틀리스트사의 스코티 카메론 퍼터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장비 교체로 인한 혼란은 손에 익은 클럽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매킬로이는 “그린 스피드가 느려 퍼터를 교체했다. 나이키 퍼터가 가벼워서 좀 더 무거운 퍼터로 교체했을 뿐이다. 새 장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할 필요는 없다”고 변명했다.

매킬로이는 2012년 16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4승을 올렸다. 2013년에는 클럽 교체 후유증으로 16개 대회에서 1회 컷오프, 1회 기권했다. 우승 없이 2위만 단 한 번 했을 뿐이다. 페덱스컵 랭킹도 2위에서 50위로 추락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매킬로이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클럽이 자신의 몸과 조화를 이루면서 17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3회, 2위 2회를 하며 페덱스컵 랭킹을 3위로 끌어올렸고, 여유 있게 세계 랭킹 1위를 꿰찼다.

매킬로이의 캐디백 속에는 자신이 직접 개발에 참여한 베이퍼 프로 드라이버(로프트 8.5도), 15도·19도짜리 우드, VR 프로 블레이드 아이언, 59도·46도·54도짜리 웨지, 메소드 006 퍼터가 들어 있다.

매킬로이는 올 시즌 유럽프로골프 투어 첫 대회인 오메가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서 22언더파 266타로 우승했다. 신병기 드라이버를 들고 나와 4라운드 평균 327.5야드를 때렸다. 이 드라이버는 볼의 회전량을 줄이고 빠른 헤드 스피드에 적합하도록 테스트하며 제작됐다. 특히 아이언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그린 적중률은 83.3%였다. 대회 4일간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는 317.9야드로 출전 선수 가운데 1위였다. 출전 선수의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 289.5야드보다 28.4야드 더 나간 것이다.

‘골프 지존’ 타이거 우즈(40·미국)는 올 시즌 새해 처음으로 출전한 WM 피닉스오픈 2라운드에서 11오버파 82타의 최악의 스코어를 내고 컷오프됐다. 그러나 우즈는 신병기로 무장하면서 거리가 몰라보게 늘어났다. 클럽과 볼을 바꾸면서 전성기 때의 볼 스피드와 헤드 스피드를 찾아가고 있다. PGA투어 최장타자인 버바 왓슨(37·미국)의 드라이버 헤드 스피드는 126마일이다. 전성기 때 우즈는 124마일이었다. 피닉스오픈에서 우즈는 이틀간 323.2야드, 최장타는 340야드를 날렸다. 1998년 나이키와 계약한 우즈는 볼을 세 번 바꿨다. 우즈는 맨 처음에는 나이키 ‘투어 애큐러시’, 그다음에는 ‘원 투어 D’, 최근엔 ‘RZN 블랙’으로 교체했다. 매킬로이도 우즈와 같은 드라이버와 볼을 사용한다.

괴력의 장타자 버바 왓슨은 지난해 드라이브 평균 314야드를 날려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가 사용하는 핑크컬러 헤드는 다름 아닌 핑의 G30이다. 지난해 페덱스컵 우승을 차지하며 1000만 달러 보너스의 ‘잭팟’을 터뜨린 빌리 호셸(29·미국)도 핑 G30 드라이버를 쓴다. 호셸은 클럽 교체 후 지난해에 비해 평균 비거리가 288야드에서 300.3야드로 12야드 늘어났다.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 리디아 고(18·고려대)는 지난해 퍼터를 오디세이 탱크 크루저 V라인으로 바꾸면서 대박을 터뜨린 경우다. 페이스에 가까운 솔 부분의 무게를 조절할 수 있는 탱크 퍼터는 균형 잡힌 퍼팅이 가능하도록 도와준다는 게 리디아 고의 설명이다. 리디아 고는 아마추어 자격으로 2012·13년에 캐나다여자오픈에서 2연패를 달성했고 이를 발판으로 2013년 10월 프로로 전향했다. 캘러웨이골프와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LPGA투어 정회원 자격을 획득하면서 ‘골프 신동’의 경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리디아 고는 지난해 7월 LPGA투어 마라톤 클래식 정상에 오르며 LPGA투어 사상 최연소로 상금 100만 달러를 돌파했다. 11월에는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시즌 3승째이자 우승 상금 50만 달러, 보너스 100만 달러를 거머쥐었다. 개인 통산 5승째다. 나이 17세 6개월 30일로 LPGA투어 사상 최연소 5승 기록이다.

김효주, 클럽 교체 후 페어웨이 안착률 높아져

이처럼 선수들은 자신의 기량에 맞춰 용품을 수시로 바꾼다. 그것은 때로 큰 행운을 가져다준다. 국내 선수 중에서도 클럽을 교체해 성공한 프로가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김효주(20·롯데그룹)다. 지난해 4월 타이틀리스트에서 요넥스로 장비를 바꿨다. 그러고 나서 2013년 페어웨이 안착률을 69%대에서 81%대로 끌어올렸다.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는 페어웨이 안착률이 무려 82.69%였다. 김효주는 자신의 스윙과 몸에 맞춰 활용하고 있다. 헤드는 크기 445cc, 로프트 9도다. 45.25인치의 샤프트를 장착했다. 샤프트의 무게는 55g, 강도는 SR, 스윙 웨이트는 D2다. 드라이버가 효녀 노릇을 톡톡히 해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5승(메이저 대회 3승)을 차지해 상금왕과 대상, 최저타수상, 다승왕을 휩쓸며 최고의 해를 보냈다.

윤채영(28·한화)도 클럽을 바꿔 우승한 행운아다. 기량에 비해 9년 동안 우승이 없던 윤채영은 지난해 야마하 리믹스 드라이버로 교체한 후 첫 우승 꿈을 이뤘다. 윤채영은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박인비(27·KB금융그룹)를 연장전에서 이겼다. 159전160기였다. 드라이버 정확도가 2013년 69.23%에서 2014년 77%로 쑥 올라가면서 정상에 오른 것이다. 캘러웨이골프에서 테일러메이드로 교체한 이민영(22)도 마찬가지. 이민영은 클럽 교체 후 처음 출전한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제트스피드 드라이버를 사용해 우승한 데 이어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는 SLDR 드라이버로 우승했고, 지난해 말 열린 왕중왕전에서도 이 제품으로 정상에 올랐다.

박인비는 지난해 던롭 젝시오8 드라이버(9.5도)와 젝시오 포지드 아이언(NSPRO 950)을 사용해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등 3승을 거두며 14주 동안 세계여자골프 랭킹 1위를 했다. 허윤경(25·SBI)은 지난해 혼마골프와 계약해 혼마 TW717 드라이버로 시즌 2승을 획득했다.

이렇게 클럽 등 골프용품은 정상급 선수들과 ‘찰떡궁합’을 이루며 우승을 합작해낸다.

 

잘 되면 실력, 안 되면 장비 탓  


   
베이퍼 스피드 볼트 드라이버 ⓒ 나이키 골프PX850 포지 드 아이언 ⓒ 미즈노
‘공 좀 쳤다’는 아마추어 골퍼 중 틈나는 대로 클럽을 바꾸는 유형이 있다. 신제품이 나왔다는 소식이 들리면 일단 매장에서라도 만져봐야 직성이 풀린다. 이들은 대개 좋은 클럽을 쓰지 않아서 좋은 스코어가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스코어는 클럽 등 장비보다는 자신의 기량이나 기술에 의해 달라진다. 하지만 아마추어 골퍼는 용품 쪽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운다. 필드에 나가서 친구가 새로 구입한 드라이버라고 자랑하면 라운드 끝나고 반드시 산다. 특히 동반자의 드라이버를 빌려 썼는데 우연히 잘 맞아 거리가 평소보다 많이 나갔다면 동반자의 드라이버를 빼앗아오든지, 바로 구입한다.

초보자들은 대개 잘 알려진 브랜드를 선택한다. 어떤 것이 자신에게 맞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레슨을 해주는 코치가 추천해주거나 지인들이 알려준 것을 사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자신에게 맞지도 않는 클럽을 사서 다시 교환하기도 한다.

클럽을 한번 사면 몇 년은 족히 쓴다. 따라서 어느 정도 스윙이 되는 골퍼라면 피팅을 받아보는 게 좋다. 기성 제품보다 조금 비싸지만 자신의 몸에 맞출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해볼 만하다. 메이커도 대부분 피팅센터를 갖추고 있다. 조금 규모가 큰 골프숍을 찾아가보면 피팅센터가 있다. 피팅만 전문으로 하는 곳도 적지 않다. 프로골퍼나 클럽챔피언만 피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에는 아마추어 골퍼도 피팅클럽을 선호한다.

피팅은 어떻게 이뤄질까. 미즈노·캘러웨이·핑·브리지스톤·MFS 등 클럽 메이커는 피팅센터를 마련해놓고 고객에게 맞는 클럽을 선택해준다. 전문 피터가 상주하고 스윙 분석기가 마련돼 있다. 센터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공통된 것은 현재 사용 중인 클럽의 스펙, 구력, 연습량, 사용하고 싶은 모델과 이유,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한다. 아울러 손의 크기, 키와 체중, 핸디캡도 기입한다. 그런 다음 스윙을 시켜보고 스윙 패턴과 볼의 구질 등을 분석해준다. 특히 미즈노는 헤드 스피드, 스윙 템포, 킥 앵글, 밴딩 계수 등의 수치를 모아 평균값인 스윙 DNA를 진단한다. 최적의 클럽을 찾아주기 위한 것이다.

피팅을 하는 이유에 대해 클럽 전문가 강성창 피터는 “내 몸에 맞는 드라이버를 사용하면 거리뿐 아니라 정확성도 높일 수 있다”며 “피팅은 최적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도록 스펙을 추천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골프는 멘탈 게임의 성격이 강한 만큼 자신이 신뢰하는 클럽을 사용하면 골프가 즐거워지고 스코어를 더 줄일 수 있는 1석2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피팅을 하는 이유에 대해 클럽전문가 강성창 피터는 “내 몸에 맞는 드라이버를 사용하면 거리뿐 아니라 정확성도 높일 수 있다”며 “피팅은 최적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있도록 스펙을 추천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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