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간통죄는 1953년 신설된 형법 제241조 그대로 62년간 유지됐다. “간통죄는 우리 민족 최초의 법인 고조선의 ‘8조법금(法禁)’에서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통설”이라고 헌법재판소가 2008년 결정문에서 밝힌 만큼 그 역사는 우리 민족과 함께했다 해도 무방하다.
간통죄는 벌금형 없이 징역형 선고만 가능하다. 이는 결혼 후 다른 상대와의 만남은 ‘형법’에 의해 엄격하게 처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통죄란 것이 가정을 지키기 위해 혹은 바람피운 남자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고 생각하면 큰 잘못이다. 1905년 공포된 대한제국 형법대전에서 유부녀가 간통한 경우 그와 상간한 사람을 6월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부인의 간통은 엄격히 처벌했지만, 남편은 처벌을 받지 않았다. 간통죄는 남편의 경우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던 것이다.
1953년 간통죄 신설되면서 10만명 처벌
1953년 간통죄가 신설되면서 남녀 모두 처벌 대상이 되는 ‘남녀 쌍벌 규정’이 생겨났다. 간통죄가 신설되고 처벌받은 사람은 10만명. 1985년 이후 30년간 간통죄로 기소된 사람은 5만2982명에 이른다. 이 중 3만5356명은 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2008년 헌법재판소에서 5 대 4로 팽팽히 맞서는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위헌이라고 보는 재판관이 5명이나 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간통죄에 관해 많이 너그러워져가는 법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들어 구속 기소 비율 또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008년 10월 이후 기소된 5466명 중 구속된 이는 22명으로 0.4% 수준이다. 지난해는 892명이 간통 혐의로 기소됐지만 단 한 명도 구속되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유명했던 사법연수원 불륜 사건도 상대 여성은 무죄가 됨으로써 간통죄 폐지가 예고됐다.
2014년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과 제3항을 개정하면서 형사보상금의 대상을 축소했고, 2015년 들어 간통 사건 재판들이 미뤄지면서 2월26일 간통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입장은 확고해 보였다.
우리 사회에서 간통죄는 법으로 존재하지만 처벌하지 않는 법, 즉 사문화된 법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프랑스는 244년 전인 1791년 간통죄 처벌 규정을 없앴고 덴마크는 1930년, 독일은 1969년에 삭제했다. 가까운 일본조차도 1947년에 폐지했으며 미국은 20여 개 주에 존재하지만 처벌은 없다. 타이완과 이슬람 몇몇 국가에서만 존재하고 있다.
7명의 헌법재판관이 위헌이라고 판단함으로써 이제 간통은 위헌이 됐다. 100년 역사를 가진 간통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어제까지 고소돼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공소 취소가 되고 2008년 이후에 간통죄로 구속됐던 사람들은 형사보상금을 받게 된다. 하루아침에 신세가 바뀌는 것이다.
헌법재판관들이 간통죄를 위헌으로 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는 간통과 상간 행위의 처벌 자체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점이다.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배우자 아닌 사람과 성관계를 한 것에 대해 국가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 이제 더 이상 국민의 인식이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는 성적 성실 의무가 없는데도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간통죄가 현실적으로 혼인 관계의 회복이 불가능한 파탄 상태로 인해 배우자에 대한 성적 성실 의무를 더 이상 부담하지 않게 돼 비난 가능성이나 반사회성이 없는 경우나 상간자가 미혼인 경우 애당초 배우자에 대한 성적 성실 의무라는 개념 자체가 없으므로 그에 대해서는 국가가 형벌로 규제할 대상이 아니다. 결국 국가의 과잉 제재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있는 것은 차별이며 위헌이라는 견해다. 간통 및 상간 행위에는 행위의 양태에 따라 죄질이 현저하게 다른 수많은 경우가 존재함에도 심판 대상 조항이 간통 및 상간 행위에 대해 선택의 여지 없이 반드시 징역형으로만 응징하도록 한 것은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 또는 제한해 책임과 형벌 간 비례의 원칙에 위배돼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일본 등에서는 간통죄 대신 중혼죄를 처벌하고 있다. 간통은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으로 처리하되 중혼은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것이다. 우리는 중혼에 관해서는 민법적으로 금지만 하지 처벌은 간통죄에 의지하고 있다.
독일은 형법 제172조에서 기혼자임에도 혼인을 하거나 기혼자와 혼인을 한 자는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에서 결혼을 한 뒤 숨기고 다시 국내에서 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혼인을 한 사람이 숨기고 또 다른 가정을 꾸리고 사는 경우도 있다.
이제 간통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중혼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간통죄가 사라진 것이지 간통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불륜이란 말도 사라진 것이 아니다. 이제 어떻게 손해배상을 할 것이며 그 금액을 어떻게 산정할까 하는 것은 오롯이 재판부의 몫으로 넘어갔다. 많은 사람이 변호사와 함께 치열한 싸움을 하게 될 것 같다. 불륜 현장을 잡기 위해 경찰을 부르던 모습은 사라지겠지만 간통에 대한 싸움은 계속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