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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한국의 가벌] #17. 트럭 한 대로 거대한 창공을 열다

조중훈, 1945년 한진상사 설립…동생 조중건과 베트남에서 큰돈 벌어

소종섭│편집위원 ㅣ | 승인 2015.03.05(Thu) 16: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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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요즘 인생에서 가장 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 같다. 재벌가 3세로서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아온 그의 삶은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일거에 뒤틀렸다.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영어의 몸이 된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이근수 부장검사)는 지난 2월17일 조 전 부사장 사건에 대한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앞서 조 전 부사장 측도 항소를 했다. 항공기항로변경죄 등을 둘러싼 법정 공방 2라운드가 시작된 셈이다. 조현아의 부친은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할아버지는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이다.

조중훈 회장은 1945년 고향인 인천에서 일제의 기업정비령에 따라 받은 돈과 저축한 돈을 합쳐 트럭 한 대를 구입해 무역업과 수송업을 하는 한진상사를 창립했다. 이것이 오늘날 148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2014년 기준 매출 24조7660억원, 자산총액 39조5220억원 규모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한진그룹의 시발이었다. 맨주먹으로 시작해 엄청난 부를 일군 셈이다. 조중훈의 동생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은 자서전 <창공에 꿈을 싣고>(도서출판 선미디어)에서 “한진(韓進)은 한자 그대로 ‘한민족의 전진’을 의미한다. 우리 형제는 이렇듯 회사 이름을 지을 때도 조금이라도 국익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1998년 1월 한진그룹 조중훈 창업주(가운데)가 ‘한진 오슬로호’를 배경으로 자식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4남 조정호, 3남 조수호, 조중훈, 장남 조양호, 차남 조남호 ⓒ 뉴스뱅크 이미지
박정희 권유로 대한항공 인수

한진의 성장은 군과 관련이 깊다. 1956년 7만 달러짜리 미군부대 화물 운송 계약을 성사시키면서부터 한진은 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는 대한민국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100달러도 안 되던 때였다. 한진이 재벌 반열에 오른 데 큰 힘이 됐던 것은 베트남 전쟁이었다.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당시 경제시찰단의 일원으로 베트남 시찰에 나선 조중훈은 크리스마스이브에 비행기를 타고 베트남의 퀴농 상공을 날고 있었다. 착륙하기 위해 비행기가 하강하자 항만 풍경을 내려다보던 그의 머리에 ‘번쩍!’ 사업 아이템이 떠올랐다. 화물이 꽉 차 있는 배가 30척 넘게 짐을 실은 채 마냥 바다에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역할 사람과 장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것이다!”

한진은 1966년부터 5년간 베트남에서 미군 군수품 수송을 맡아 1억5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재벌 반열에 올랐다. 1967년 대진해운을 설립했고 1968년엔 한국공항과 한일개발(한진중공업 전신)을 세웠다. 그해 9월에는 인하공대까지 인수하며 승승장구했다. 1968년에는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해운센터빌딩(현 한진빌딩) 기공식을 가졌는데 이 빌딩 부지는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과 조홍제 효성그룹 회장이 공동으로 갖고 있던 땅이었다. 한진이 급성장한 배경에 권력과 나쁘지 않은 관계를 형성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조중건은 자서전에서 “나는 박정희 대통령과 매우 친근한 관계였다. 나를 친아우처럼 아껴주셨고, 가끔 당시 혁명 주체들이 내 형(조중훈) 집에서 모여 회의를 했다. 만약 마음만 먹었다면 얼마든지 이권과 청탁으로 돈을 긁어모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나 형은 그런 방식으로 돈을 버는 것은 신기루와 같다고 여겼다”고 기록했다. 

한진상사 창립 23주년인 1968년 11월1일, 조중훈은 박정희 대통령의 권유를 받아 만년 적자 공기업이었던 대한항공공사(대한항공 전신) 인수 의사를 정부에 정식으로 통보하며 항공업에 진출했다. 조중건은 당시 일화를 이렇게 기록했다.

‘어느 날 청와대로부터 호출이 왔다. 나는 혼자 가겠다는 형(조중훈)을 따라 차에 올랐다. 나는 “형, (인수를) 하지 마시오!” 하고 말했다. 형은 “내가 미쳤냐”고 했다. 청와대로 향하는 차 안에서 형제가 나눈 대화는 그것뿐이었다. ‘그분’이 계신 방 안에는 형님만 들어갔다. 한참 뒤 문이 열리면서 형이 걸어나왔다. 웬 시체가 걸어나오나 했을 정도였다. “아니, 인수한다고 그러셨소?”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따져 물었다. “어떻게 거부를 하냐” 형의 말이었다. “겁이 나서 이야기도 못하셨소?” 하는 내 말에 형은 “그럼 네가 가서 노(NO)라고 이야기해봐!”라고 답했다. 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조중훈이 인수할 당시 대한항공공사는 27억원의 부채에 프로펠러기 7대, 제트기 1대를 갖고 있었다. 당시 임원들은 “베트남에서 번 돈을 부실 항공사에 쏟아붓게 생겼다”며 극력 반대했으나 조중훈은 “우리나라 국적기를 타고 해외 나들이를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박정희의 말을 듣고 인수를 결정했다.

   
   
2005년 3월25일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맨 오른쪽) 자서전 <창공에 꿈을 싣고> 출판기념회. ⓒ 시사저널 임준선
조중훈, 집안 어른 중매로 김정일과 혼인

조중훈은 1920년 부친 조명희와 모친 태천즙의 4남 4녀 가운데 둘째로 태어났다. 조명희는 종로에서 작지 않은 규모로 포목상을 했는데 1930년대에 도산해 자녀들이 태어났을 때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조용하고 사색을 즐기던 형 조중렬은 한일개발 부회장을 지냈다. 2남 1녀를 뒀는데 한양대 교수인 장남 조지호는 박정희 정권 때 상공부장관(21대)을 지낸 이병호의 장녀 이숙희와 결혼했다. 조중훈의 첫째 여동생 조정옥은 전윤진 전 동양화재 감사와 혼인했다. 둘째 여동생 조정원은 사업가 박두진과, 셋째 여동생 조도원은 인하대학교 총장을 지낸 박태원과 결혼했다. 박태원은 서울대 공대를 나와 프랑스 르아브르 대학에서 명예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1984년 인하대 총장에 이어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사장을 지냈다. 조도원·박태원 부부는 박동훈(르노삼성자동차 부사장)·박동화(인하대 화공과 교수)·박동현(인하대 산업공학과 교수) 등 아들 셋을 뒀다. 막내 여동생 조경숙은 미국 외과학계에서 명성을 떨친 의사 박소회와 혼인했다.

남동생인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은 이상실 전 상공은행장의 셋째 딸 이영학과 결혼해 1남 3녀를 뒀다. 조중건(영어명 찰리)은 조중훈의 단순한 동생이 아니라 사업 동반자였다. 그는 통역과 포병장교로 6·25 전쟁에 참전하고,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수송학을 전공한 후 1959년 귀국해 한진에 합류했다. 조중건의 장남 조진호 한양대 교수는 이종남 전 감사원장의 큰딸 이경아와 혼인했다. 조중건과 이종남은 오랜 친구다. 장녀 조윤정은 이동원 전 외무부장관의 장남 이정훈과, 막내딸 조주연은 이명박 정권 때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대외전략기획관을 지낸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결혼했다. 막내 동생인 조중식 전 한진건설 회장은 미국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석사 학위까지 받은 후 한진에 입사했다. 당시 새로운 건축 공법인 에이치 빔(H-BEAM) 공법으로 서울 소공동 칼(KAL)빌딩의 설계 및 시공을 한 그는 김복수와 결혼해 슬하에 조현호·조명호·조성호·조장호 4형제를 뒀다. 장남 조현호는 자동차 관련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CXC홀딩스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조중훈은 1944년 집안 어른의 중매로 김정일 여사와 결혼했다. 조중훈·김정일은 조현숙·조양호·조남호·조수호·조정호 등 4남 1녀를 뒀다. 장녀 조현숙은 1968년 작은아버지 조중건의 중매로 서울지방법원 판사로 있던 이태희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1977년 한미합동법률사무소를 세운 이태희는 현재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다. 이 변호사는 흥아타이어 감사를 지낸 이상묵의 장남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고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런 인연으로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변호를 법무법인 광장이 맡고 있다. 광장은 그동안에도 한진가(家)의 법률대리인 역할을 해왔다. 이태희는 현재 대한항공의 사내이사와 대한항공 법률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의 사무실도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본관에 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1973년 이재철 전 교통부 차관의 장녀로 서울대 미대를 나온 이명희와 혼인했다. 이명희는 미술관인 일우스페이스 관장이자 부동산 임대 및 관리 회사이자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정석기업 이사를 맡고 있다. 조중훈과 이재철이 한 모임에서 아들·딸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다가 사돈 관계로 이어졌다. 결혼 당시 운수 기업과 주무 부처인 교통부의 고위층 집안이 맺어졌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이재철은 1976년 공직에서 물러난 후 인하대·국민대·중앙대 총장을 역임하는 등 교육계에서 활약했다.

형제들 가운데 유일하게 연애결혼을 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김원규 전 교육감의 차녀 김영혜와 테니스코트에서 만난 인연이 이어져 결혼했다. 원국·민희 등 1남 1녀를 두고 있다. 고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은 최은영이다. 1985년 상무로 한진해운에 입사해 해운업계를 주름잡던 조수호 회장은 2006년 11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일본 성심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최은영의 아버지는 최현열 NK그룹 회장, 어머니는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이다. 최현열은 차녀인 최은경을 통해 범(汎)현대가와도 연결된다. 고 정주영 회장의 막내 동생인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인 정몽익 KCC 사장의 부인이 최은경이기 때문이다. 조수호·최은영은 두 딸을 뒀다. 막내 조정호 메리츠증권 회장은 1987년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차녀 구명진과 혼인했다. LG그룹 창업주 고 구인회 회장의 둘째 아들인 구자학의 부인은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차녀 이숙희다. 두 사람은 효재·원기·효리 등 1남 2녀를 두고 있다.

조양호의 첫째 딸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다. 미국 코넬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서던캘리포니아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둘째는 조원태 대한항공 경영전략 및 영업부문 총괄 부사장 겸 그룹 경영지원실장이다. 조원태는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미국 마리안 고등학교를 거쳐 인하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누나 조현아와 마찬가지로 서던캘리포니아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취미가 사진 촬영이다. 막내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정석기업 대표도 맡고 있다. 조현민은 서던캘리포니아 대학, 서울대 경영대학원을 나와 2005년 9월 LG애드에서 처음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대한항공 계열사인 진에어를 실질적으로 경영하고 있다.

조현아, 경기초 동창인 의사 박종주와 결혼

조현아는 성형외과 의사로 유명한 박종주 인천 인하국제의료센터 성형외과 전문의와 2010년 결혼했다. 두 사람은 경기초등학교 동창이다. 박종주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다. 인하국제의료센터는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로부터 투자를 받아 2012년 설립됐다. 항공과 호텔, 환자와 관광객을 동시에 유치하는 종합의료관광센터를 꿈꾸고 있다. 조현아·박종주는 쌍둥이 아들을 두고 있다.

둘째 조원태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김미연과 2006년 결혼했다. 김미연의 부친은 충북대 정보통계학과 김태호 교수이며, 할아버지는 3대 중앙정보부장과 8, 9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재춘 5·16민족상재단 이사장이다. 한진칼 소유의 ‘하얏트리젠시 인천’에서 치러진 두 사람의 결혼식에는 김종필·남덕우·강영훈·박태준·이한동·이수성·이홍구 등 7명의 전직 총리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등 정·재계 인사들이 몰렸다. 조현민 전무는 미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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