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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 같은 사람”

리퍼트 대사 습격한 김기종은 누구인가

조유빈 기자·김지영 인턴기자 ㅣ you@sisapress.com | 승인 2015.03.09(Mon) 14: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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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설립된 진보 성향 통일문화운동단체 ‘우리마당’의 김기종 대표(55). 그가 세간의 이목을 끈 것은 항상 과격한 행동이 돌출됐을 때다. 2007년에는 청와대 앞에서, 1988년 벌어진 ‘우리마당 성폭행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분신을 시도했다. 2010년엔 독도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며 일본 대사를 향해 시멘트 덩어리를 던졌다. 지난해 2월엔 서울 신촌번영회 정기총회에서 서대문구의회 의장을 폭행해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는 3월3일 자신의 블로그에 “설날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된 이유는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훈련 탓”이라며 미국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5일 오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주최한 조찬 강연회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를 과도로 습격했다. 테러 후에 김씨는 외쳤다. “나는 김기종이다. 남북통일이 돼야 한다.”

   
3월5일 김기종 우리마당 대표가 들것에 실려 서울 적십자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김씨는 이송되면서도 “키리졸브 훈련 반대”를 외쳤다. ⓒ 시사저널 박은숙
리퍼트 대사 테러 사건이 터지면서 공안 정국에 대한 우려와 함께 그의 과거 ‘운동 경력’이 관심을 끌고 있다. 전남 강진 출신으로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한 김씨는 1998년 우리마당 통일문화연구소를 설립했고, 2007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으로 위촉됐다. 통일부 측에 따르면 김씨는 2006년부터 2007년까지 개성공단에 총 7차례 방북했다. 방북 사유 중 6번은 나무 심기, 1번은 금강산 관광이었다.

“간질로 오랜 기간 약 복용했다”

김씨는 북한 및 남북 관계와 관련된 책도 여러 권 출간했다. 지난해 12월 펴낸 <통일문화만들기2>는 우리마당 통일문화연구소에서 개최한 학술토론회 발표 논문과 남북 관계 주요 자료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김씨는 이 책을 통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통일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방북을 준비했다”면서 “‘우리마당’은 남과 북 공동의 국기나 국호 탄생 역사가 그대로 간직된 단체”라고 주장했다. 이 책에는 1948년 북한의 헌법(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이 함께 실려 있다.

김씨는 자신을 ‘독도 지킴이’라고 주장하며 지속적으로 일본 정부에 항의를 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2006년 일본 시마네 현이 ‘다케시마의 날’을 선포하자 본적을 ‘경북 울릉군 독도리 38번지’로 옮겼다. 2010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시게이에 도시노리 주한 일본 대사를 향해 시멘트 덩어리를 던졌다가 징역 3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상황을 기록해 지난해 8월 <독도와 우리, 그리고 2010년>을 출간하기도 했다.

 김기종 대표가 상근한다는 ‘우리마당’ 사무실은 곧 그의 자택이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위치한 다세대주택 3층. 미혼인 김씨는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집세가 여러 달 밀렸다”는 집주인의 말처럼 실제로 우편함에는 밀린 고지서들이 가득했다.

김씨와 평소 인사를 하고 지냈다는 이웃 주민 황 아무개씨(83)는 “설 연휴 이후부터는 잘 보지 못했다”며 “내가 폐지 줍는 일을 하는데 김씨가 종이상자나 안 보는 책을 가져다주곤 했다. 그런 일을 할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오늘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씨를 지켜본 성균관대 동문들은 김씨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서대문구의회 의장 폭행 사건을 목격했다는 한 동문은 “(김씨가) 피해망상증이 있는 것 같다”며 “겉으론 멀쩡해 보여서 폭행으로 입건됐다가도 훈방돼 나왔다. 결국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은 꼴이 됐다”며 아쉬워했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대사관 앞) 수요시위에 나와서 과도한 발언과 행동을 할 때가 있었다. 그걸 제지했더니 어느 날 여성 실무자들만 있는 사무실에 쳐들어와 담당 간사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지르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한 적이 있다”며 “김씨의 행동이 통일운동과 과거사 관련 단체들의 모습으로 호도될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성균관대 민주동문회 사무국장으로 김씨와 알고 지냈던 후배 구자춘씨는 “(김씨는) 혼자 일을 추진하는 스타일로 남들과 일을 화합해서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책이나 유인물 만드는 일도 거의 혼자서 했다”며 리퍼트 대사 습격 사건도 단독 범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또 “선배(김씨)의 정신 상태가 합리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간질을 오래 앓아왔고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는 2013년 성균관대 동문 카페에 “어처구니없는 모순을 극복하고자 ‘사회 정의’를 외치며 청와대 앞에서 분신까지 했다”며 “분신 시도에도, 탄원서에도 답변이 없었다. 분신으로 인한 4도 화상이 아프다기보다 쓰리고 착잡할 뿐”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대학 후배들과 함께하는 술자리에서도 자신의 화상 자국을 내보이며 “내가 분신까지 했던 사람”이라는 말을 종종 했다고 한다.

   
“내가 분신까지 했던 사람” 자주 말하기도

지난해 11월28일 성균관대 대강당에서 열린 ‘2014 총회 성균인의 밤’ 행사에 참석한 김씨는 식순을 무시하고 자신의 책인 <독도와 우리, 그리고 2010년>이라는 책을 배포하기도 했다. 행사 진행자들이 이를 막자 “내가 이렇게 됐다고 너희들도 나를 무시하는 거냐”며 난동을 부렸다. 홧김에 마이크를 집어던져 제지를 당했다.

2014년 1월부터 박원순 시장의 교통정책에 대해 “신촌을 망쳤다”며 “신촌 연세로가 준공은 누군가와 담합한 것”이라 주장하던 김씨가 같은 해 2월13일 열린 ‘대중교통전용지구 특강’에 참석했을 때였다. 주민과의 대화 시간에 김씨는 박원순 시장에게 “정책을 추진하면서 한 번도 의견을 듣지 않았다”고 따졌고 이 과정에서 진행자와 승강이가 벌어지면서 고성이 오갔다. 박 시장이 강연장을 떠난 후 김씨는 앞줄에 앉아 있던 서대문구의회 변녹진 의장의 뺨을 때렸고, 이 사건으로 인해 지난해 12월 벌금형(70만원)을 선고받았다. 시사저널이 확인한 결과 김씨는 이 벌금 70만원을 아직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김씨의 변론을 맡았던 최혜윤 변호사는 3월6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피해자의 피해가 경미했고 김씨가 기초생활수급자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7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된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재판에서는 일본 대사를 공격했던 과거나 정신적인 문제 등은 전혀 언급이 안 됐다”고 전했다.

그의 행동을 ‘분노의 돌출’로 보는 시각도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를 주장하던 우리마당 사무실에서 4명의 남자가 여직원을 성폭행한 ‘우리마당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 직후 ‘정보사가 저질렀다’는 제보가 있었지만 군 당국은 부인했다. ‘재야 문화운동을 탄압하려는 목적으로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도 경찰 수사는 흐지부지 끝났고 이 사건은 결국 미궁으로 빠졌다. 김씨가 2007년 10월 청와대 앞에서 시도한 분신은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요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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