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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적용 이전이나 이후나 차이가 있겠나”

위헌 논란 ‘김영란법’ 실효성도 의문…검·경 관계자들 우려

엄민우 기자 ㅣ mw@sisapress.com | 승인 2015.03.10(Tue) 09: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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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은 위헌 여부와 함께 법안 통과 과정에서의 졸속 심사다. 애초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내놓았던 안과 달리 기존 법안이 크게 훼손되면서 논란이 확산된 것이다. 그런데 이 법안이 최종 확정될 경우 관련 법규에 따라 일선에서 수사를 진행해야 할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에서는 좀 더 현실적인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더라도 지금의 법안으로 과연 효과를 제대로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공직자(언론인과 교육자 포함)나 그 배우자가 100만원 이상의 금품 및 연간 300만원을 초과한 금품을 수수하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관계없이 무조건 처벌된다. 대가성을 입증할 필요 없이 주고받은 사실만 확인하면 법 적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수사하는 입장에선 한결 편해 보인다.

이 때문에 당장 국민들 사이에서는 김영란법 확정 이후 부정 청탁과 뇌물 수수 관련 수사가 활발해지고, 그 여파로 비리가 근절될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법 적용 이전이나 이후나 별 차이가 없든가, 오히려 음성적으로 더 만연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국민 기대치에 못 맞출 경우 그 비난을 자신들이 뒤집어쓸 수도 있다는 걱정인 셈이다. 

   
3월5일 대한변호사협회 강신업 홍보이사(왼쪽)와 채명성 법제이사가 김영란법에 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하는 입장에선 기존과 달라질 게 없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청탁 및 뇌물 수수 사건의 특성에 있다. 사정기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청탁 사건은 철저히 제보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돈을 전달하는 현장에 직접 가서 검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뜩이나 공판중심주의 때문에 막상 조사를 받을 땐 돈을 줬다고 진술했더라도 법정에서 부인하면 그 전에 진술한 것들은 증거 능력을 상실할 수 있다. 이런 악조건이 많아 사정기관에서 뇌물 사건으로 기소하는 경우는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김영란법 역시 이런 추세를 뒤바꾸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대다수 뇌물 수수 사건처럼 김영란법도 대부분 제보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이 부정부패를 뿌리 뽑자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수사권을 가진 사정기관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법의 실효성과 직결되는 문제라서 그렇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김영란법 수준으로는 “기존과 별반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김영란법에서 대가성이 없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고 뭔가 수사가 원활히 이뤄질 것 같다는 기대들을 하지만 사실 돈을 주고받은 사실 자체를 입증하는 게 어려운 것이다. 수사하는 입장에서는 100만원 뇌물이나 100억원 뇌물이나 주고받은 것을 입증하기는 똑같이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 역시 “심리적 압박을 주는 정도지 돈을 주고받는 것 자체를 잡는 게 어렵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히려 김영란법으로 인해 신종 범행 수법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을 통과시킨 국회 법사위 관계자조차 “현금 100만원이면 얇은 봉투 하나만으로도 가능한데, 얼마든지 보이지 않게 주고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결국 주고받은 이들의 양심에 의존해야 한다. 변호사들만 좋은 일 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 역시 “아직 법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공직자나 배우자 등 금품을 주고받은 사람들이 제보를 제대로 하겠나. 다른 수사를 하다가 100만원 이상 돈을 주고받은 정황이 나오면 모를까”라고 말했다.

정치권 및 사정기관에 따르면, 대다수 뇌물 사건은 돈을 준 사람의 제보로 수사가 이뤄진다. 돈을 줬는데 청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 불만을 품고 폭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탁이 달성될 경우 서로 조용히 넘어가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이는 청탁이 성공하면 적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국회 법사위 관계자는 “청탁 중 문제가 되는 것은 성공한 청탁이다. 이는 정책 등에서 부정한 결과물이 나왔다는 것인데 김영란법으론 이런 것들을 잡을 수 없다. 결국 예전과 마찬가지로 실패한 청탁에서 나오는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은 실효성에서 여러 가지 허점을 지니고 있다. 향후 논의 과정을 통해 어떻게 구멍을 메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권조항 알박기로 빠져나갈 구멍 파뒀다" 
SNS에서 조롱받는 국회의원들

김영란법이 3월3일 국회를 통과하자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시끌벅적하다. 찬반 양론이 있지만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공직사회 부정부패에 대한 실망감이 깊다는 뜻이다. 한편으로는 이 법의 통과 배경 및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이 일면서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글이 늘어나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bulkoxxxxxx는 “김영란법 허점은? 돈 받아도 교사는 유죄, 이사장은 무죄. 국회의원들의 세상에는 늘 잔챙이들만 보이나”라고 지적했다. @hsyxxxx 역시 “김영란법의 대상자가 약 1800만명에서 300만명으로 줄었다는 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구멍을 제도적으로 만들었다는 의미다”라고 주장했다.

부정 청탁 금지 예외 조항을 통해 국회의원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비판거리로 떠올랐다. 트위터 아이디 @Chexxxxx는 “김영란법에도 예외 없이 ‘특권 조항 알박기’의 빠져나갈 구멍을 파둔 국회의원들이다. 이 법이 애초에 겨냥한 건 국회의원들인데 말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법안 시행일과 관련해 @qwerxxxxxx는 “당장 시행해도 될 것을 내년 선거 이후로 미루는 건 국회의원들의 장난이다. 이럼 꼼수가 정치 혐오증을 키운다”고 비판했다.

법안 통과 하루 만에 수정 작업 이야기가 나오는 국회의 현실도 질책의 대상이었다. @Honeyxxxxx는 “법안 통과 하루 만에 수정 작업? 당신들 국회의원 맞나?”라고 비꼬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서민 경제 위축을 우려하며 김영란법 수정을 시사하자 “그럼 원래 받던 대로 받아 드시든가”라는 글이 트위터 사용자들의 지지를 받으며 많은 리트윗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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