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동생 사이좋게 챔피언 먹어요
  • 안성찬│골프 칼럼니스트 ()
  • 승인 2015.03.1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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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LPGA 개막 4연승…박인비·리디아 고·김효주 승부 관심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그린을 누가 평정할 것인가. 시즌 초반이지만 한국 선수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춘추전국시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4개 대회를 한국계 선수가 휩쓸었다.

관심의 초점은 이미 우승한 최나연(28·SK텔레콤)이나 김세영(22·미래에셋), 양희영(26)보다는 베테랑 박인비(27·KB금융그룹)와 ‘골프 천재’ 리디아 고(18·캘러웨이골프), 그리고 ‘슈퍼 루키’ 김효주(20·롯데)에 쏠리고 있다.

특히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한국명 고보경)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돌풍의 주역으로 의심할 여지가 없다. 시즌 3번째 LPGA 투어인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하더니 이어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뉴질랜드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2주 연속 우승이다. 그런데 뉴질랜드오픈 2라운드에서 ‘폭풍타’를 휘둘렀다. 18홀 11언더파 61타를 치며 골프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것이다. 이글 1개, 버디 10개, 보기 1개를 기록했다.

ⓒ 연합뉴스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 리디아 고는 프로 2년 차를 맞으면서도 여전히 아마추어 시절의 기량을 이어가고 있다. 2013년 이 대회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우승했던 리디아 고는 2년 만에 고국인 뉴질랜드의 내셔널 타이틀을 되찾은 것이다. 리디아 고는 이번 대회 1, 3라운드에서는 70타, 71타로 평범한 성적을 냈으나 2라운드에서 무려 11언더파 61타를 몰아쳤다.

‘베테랑’ 박인비, ‘뜨는 별’ 리디아 고

리디아 고는 경기 운영 능력이 탁월하다. 치고 빠질 타이밍을 잘 안다. 밀어붙일 때 돌풍을 일으키는 재주가 있다. 스코어를 줄여야 할 때와 방어를 할 때를 잘 안다는 얘기다. 그는 그렇게 장타자도 아닌데 이번 시즌 LPGA 투어에서 이글을 3개나 잡아냈다. 유럽을 포함하면 4개다. 리디아 고는 아이언을 잘 쓴다. 송곳처럼 날카롭다.

LPGA 투어 기록을 보면 아이언의 정확성을 나타내는 그린 적중률이 83.3%로 랭킹 1위다. 이를 바탕으로 평균 타수 69.75타를 기록하며 역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드라이브 평균 거리는 255야드로 29위, 페어웨이 안착률은 84.3%로 14위, 평균 퍼팅 수는 30.17개로 58위다. 톱10 진입 100%로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 46점을 얻어 혼다 LPGA 타일랜드 우승자 양희영(26)을 2점차로 따라붙고 있다. 시즌 상금도 31만5000달러를 벌어들여 랭킹 2위다.

이와 달리 ‘라이벌’ 박인비와 김효주는 아직 잰걸음을 걷고 있다. 리디아 고가 빠진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박인비는 공동 7위를 기록했다. 박인비는 올 시즌 큰 욕심이 없다. 3승 정도 하고 싶은 박인비는 브리시티오픈에서 우승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사실 박인비는 리디아 고나 김효주보다 LPGA 투어에 강하다.    

‘세리키즈’ 박인비는 박세리가 우승한 뒤 10년이 지난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진가를 발휘했다. 이후 일본에서 2012년까지 3승을 올렸다. LPGA 투어에서는 2012년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그의 골프 지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시즌 2승에 2위 6회를 따내며 상금 랭킹 1위에 올랐다. 이는 2013년에도 이어졌다. 메이저 3개 대회에서 연달아 우승하며 한 시즌 6승을 달성했다. 박세리가 기록한 5승(2001년, 2002년)을 뛰어넘는 대기록이다. 2013년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특히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해의 선수상까지 획득했다.

박인비는 이제 초반이어서 이렇다 할 성적이 없다. 기록 면에서도 리디아 고에 밀린다. 드라이브 평균 거리 248.58야드로 랭킹 76위, 페어웨이 안착률 82.7%로 30위, 그린 적중률 80.6%로 3위, 평균 퍼팅 수 30.25개로 62위다. 평균 타수는 70.08타로 5위에 올라 있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는 10점으로 12위다.

그런 박인비가 시즌 5번째 대회에서 날을 세웠다. 최근 대회에서 극과 극을 달리던 퍼팅으로 고민하던 박인비는 퍼팅에 변화를 주면서 감각이 살아나고 있다.

박인비는 볼을 보고 스트로크를 하는 스타일. 이 때문에 퍼팅 스트로크가 너무 흔들린다. 그래서 머리는 그대로 두고 눈으로 퍼트 스트로크를 따라가는 방법으로 바꿨다. 이것이 먹혔다고 자평했다.

‘백지 위에 그림 그리는’ 김효주

LPGA 정식 데뷔전을 가진 김효주는 만족할 만한 성과는 없지만 적응기로 보면 괜찮은 편이다. 시력 교정을 한 뒤 처음 출전한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합계 7언더파 281타를 기록해 공동 23위에 올랐다.

지난해 9월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으로 올 시즌 LPGA 투어에 ‘무혈입성’한 김효주는 데뷔전을 비교적 무난한 성적으로 치른 셈이다. 다른 선수들이 3개 대회에 출전할 동안 태국에서 전지훈련만 했기 때문에 실제 경기에서 적응 기간이 필요한 김효주는 “성적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만 나흘 내내 후반 9홀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특히 강도 높은 체력 단련을 통해 4일 내내 지치지 않고 플레이를 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리틀 세리키즈’답게 김효주는 대회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국내 대회에 출전할 때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했다고 한다. 국가대표 출신의 김효주는 ‘슈퍼루키’로서 손색이 없다. 국내와 달리 욕심도 조금 내고 있다. 오버파를 내지 않으려고 독기를 품고 플레이를 한다. 혼다 타일랜드 1, 2, 4라운드에서 오버파로 시작해 이븐이나 언더파로 끝낸 것이다. 그는 “시력 교정을 받은 뒤 그린 라인이 이전보다 잘 보인다. 쇼트게임을 보완하면 원하는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테랑 박인비, 뜨는 별 리디아 고, 그리고 백지 위에 그림을 그리는 김효주가 올 시즌 어떤 성적을 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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