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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싼은 브라질 젊은이들의 로망”

현대차 돌풍에 큰 기여…3년 만에 빅5 진입

브라질 상파울루=김진령 기자 ㅣ jy@sisapress.com | 승인 2015.03.12(Thu) 16: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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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반구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브라질에서 현대차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7.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피아트·쉐보레·폭스바겐·포드·르노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올 1월에는 1만7566대를 팔아 르노(1만5391대)를 제치고 5위로 뛰어올랐다. 2012년 11월 브라질 현지 공장 완공 이후 단 3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2013년, 2014년 연속해 브라질 자동차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현대차만 치고 올라간 것이다.

브라질에서 현대차의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현대차 돌풍의 핵은 현지 발음으로 ‘아가베 빈찌’(HB20)라고 읽히는 현대차 브라질 전용 모델이다. 현대차의 글로벌 플랫폼인 i20을 바탕으로 현지화한 아가베 빈찌는 2012년 10월 판매 개시 이후 그해 11월에 올해의 차로 선정될 만큼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홍영종 주상파울루 총영사는 “여기서 돈 100만 달러가 있으면 ‘아가베 빈찌를 몇 대 살 수 있는 돈이다’는 식으로 말한다. ‘우리가 쏘나타 몇 대 살 수 있는 돈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만큼 아가베 빈찌가 브라질에서 새로운 스탠더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상파울루 주를 벗어나도 아가베 빈찌를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현지에서 완제품을 부품 형태로 수입해 조립 생산하는 투싼도 현대차 돌풍에 큰 몫을 하고 있다.

   
현대차 상파울루 매장 ⓒ 시사저널 김진령
브라질에서 태어나 직장인으로 일하는 김성호씨(26)는 “현대차의 투싼(구형)이 현지 젊은이의 로망”이라고 전했다. 현대차도 투싼의 인기가 워낙 높자 신형 투싼이 나왔음에도 단종하지 않고 있다. 신형은 ix35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구형은 투싼이라는 이름으로 그대로 팔고 있다.

‘아가베 빈찌’,  브라질 표준이 되다

아가베 빈찌가 돌풍을 일으킨 데는 현대차가 메인 스폰서를 맡았던 2014년 브라질월드컵 마케팅 덕도 크지만 무엇보다 현지 공장 준공과 브라질 전용 모델이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현대차보다 훨씬 먼저 브라질에 진출한 도요타는 소형차를 인도에서 들여와 팔고 있지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에는 일본 교민이 200만명을 넘고 이민 역사가 100년에 달할 정도라 일본에 대한 인식이 한국보다 훨씬 높다. 따라서 도요타·혼다·스바루 등 소형차에서 한 실력 한다는 강자가 모두 진출해 있지만 현대차의 3년 활동에 모두 뒤로 처졌다. 이에 비해 한국 교민은 5만명에 불과하고 대부분 상파울루 주에 모여 살고 있다.

아가베 빈찌는 세 가지 모델로 판매되고 있다. 해치백 스타일의 아가베 빈찌, 세단형 아가베 빈찌 에시(HB20S), SUV 스타일의 아가베 빈찌 시스(HB20X). 1000cc급 카파 엔진과 1600cc급 감마 엔진을 고를 수 있고 가격은 1300만원대 후반에서 1900만원대까지다. 코트라 상파울루 무역관의 이영선 관장은 “아가베 빈찌가 현지의 경쟁 차종에 비해 옵션이나 스타일 면에서 브라질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현지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요인으로는 현지 에너지 사정을 잘 활용한 점도 있다. 브라질은 산유국임에도 사탕수수를 이용해 에탄올을 생산하고 이를 자동차 연료로 활용한다. 주유소에서 가격표를 보면 에탄올이 제일 싸고, 그다음이 디젤, 휘발유 순이다. 현대차는 아가베 빈찌에 ‘flex’ 마크를 달고 있다. ‘flex’는 에탄올도 사용 가능한 엔진이라는 표시다.

현지 공장 건립으로 가격 경쟁력 확보

현대차의 이런 현지화 노력이 소형차 위주의 브라질 시장에서 통했다. 브라질은 1000cc급 소형차 판매 대수가 제일 많다. 부자도 많지만 빈부 격차가 크다. 많이 팔리는 차종은 소형차다. 때문에 피아트의 푼토나 우노·스트라다, 폭스바겐의 go·up·novo fox·saveiro 같은 다양한 1000cc급 차종이 피 터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1000cc급 차종에 짐칸이 붙은 소형 픽업이나 미니밴도 사랑받고 있다. 이런 차종은 현대차에는 없는 제품이라 향후 현대차의 대응이 주목된다. 

브라질에 현지 공장 건설을 선택한 전략도 성공적이었다. 브라질 헤알화가 워낙 널뛰기가 심한 탓에 현지 생산으로 환율 하락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를 극복했다. 현대차 브라질 법인에 따르면 외국(한국 포함)에서 수입해 차를 팔 경우 수입관세(35%)와 내국세인 공업세 차별(+30%) 및 물류비 등으로 소비자 가격의 대폭적인 상승을 피할 수 없다. 브라질에서 고급 차로 취급되는 아제라(그랜저)의 경우 현지 판매가가 7000만원이 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지 공장이 없는 기아차가 고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브라질 정부는 미국 중심의 자유무역협정(FTA)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남미경제공동체인 ‘메르코수르’에 힘을 쏟고 있다. 기아차는 메르코수르의 옵서버 회원국인 멕시코에 현지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도 아가베 빈찌의 돌풍이 계속될 수 있을까. 브라질 현대차 관계자는 “브라질은 연 300만대 이상 새 차가 팔리는 세계 4위 시장이다. 돈 있는 사람은 계속 차를 살 것이다. 디자인과 품질이 호평을 받으면서 생산 초기에는 계약부터 인도까지 4개월이나 걸렸다. 공장을 완전 가동해도 연간 18만대 생산 규모다. 경쟁 업체는 연 70만~80만대를 생산한다. 현대차는 프리미엄 모델로 인식되고 있다. 소형차에서도 프리미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먹구름에 휩싸인 브라질 경제 


2014년 월드컵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브라질은 2016년 리우올림픽으로 다시 한 번 거대 스포츠 이벤트를 연다. 문제는 스포츠 이벤트가 대회 기간 중 나라 전체의 생기를 돌게 하지만 인프라 구축을 위한 막대한 재정투자를 요구하기 때문에 대회 뒤 해당 지자체와 나라 전체가 불황으로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올림픽의 저주’라는 말도 나왔다.

월드컵과 올림픽을 잇는 징검다리 해인 올해 브라질 정부도 경기 후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룰라에 이어 두 번째 연임에 성공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2기 정부가 1월2일 출범했지만 역대 최소 표차로 당선될 정도로 기반이 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3월에 대통령 탄핵 규탄대회가 예고돼 있는 등 정치 환경이 불안한 게 약점이 되고 있다.

브라질 경제는 원자재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데 중국의 경기 불황으로 수출에 악영향을 받는 등 전체적으로 먹구름에 싸여 있다. 올해 브라질 정부의 물가관리 목표가 6%였지만 이미 1월에 7.4%를 돌파했다. 이는 실물경제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브라질 자동차 시장이 1월에 전년 대비 30% 정도 줄어든 것이다.

홍영종 주 상파울루 총영사는 “브라질은 워낙 가능성이 큰 나라고 남미 경제의 중심인 만큼 거시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새로운 경제팀이 들어선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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