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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머니 안 경제

김재태 편집위원 ㅣ | 승인 2015.03.26(Thu) 15: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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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근처를 지나가다 낯선 광경과 마주칩니다. 며칠 전까지 문을 열었던 가게의 셔터가 굳게 닫혀 있습니다. 몇 걸음 더 걷자 이번엔 새로운 가게 간판이 눈에 띕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창·폐업이 반복되는 거리의 모습은 더 이상 예전처럼 친근하지 않습니다. 마치 자영업의 정글이 되어버린 듯 살벌하고 섬뜩한 풍경입니다. 어렵사리 문을 열고 있는 가게라고 마냥 편안해 보이지 않습니다. 간판들의 비명이 곳곳에서 들리는 듯합니다. 얼마 전 폐업한 저 가게에서는 또 얼마만큼의 직장의 죽음이 있었을지를 미루어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지난 3월17일 박 대통령이 모처럼 여야 당 대표와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그동안 닫혀 있던 소통의 문 하나가 열렸다는 점만으로도 고무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그 뒤끝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한 말이 거친 논쟁의 소재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문 대표가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고 언급한 데 대해 청와대가 즉각 보도자료를 내며 반박했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국민과 경제 주체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는” 발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우리 국정의 삼각축을 이루는 지도자들이 때아닌 논란으로 열을 올리는 사이 한쪽에서는 또 한 번 서민들의 가슴을 후벼파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3월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서 체감실업률이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고치인 12.5%, 청년실업률은 16년 만에 가장 높은 11.1%를 기록했다는 내용이 그것입니다. 고용 문제가 이처럼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를 따지는 것이 과연 논리적으로 타당한지 쓴웃음만 나올 뿐입니다.

야당 대표가 반발이 빤히 예상되는 극단적 표현을 선택한 것도 다소 거북스럽지만, 그에 맞서 당·청이 함께 발끈하며 ‘우리는 잘하고 있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모습은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국민들은 하루하루가 힘든데 서로 잘났다고 싸우는 형국이 그야말로 가관입니다. 특히 경제에서만큼은 정부가 ‘성공’이란 말을 섣불리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가당치 않습니다. 모든 경제정책은 근본적으로 겸손해야 합니다. 통계 자료를 흔들며 이 봐라는 식으로 대할 수 없는 것이 경제이기 때문입니다. 무역 흑자가 몇 년간 계속 이어졌다고 지금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얼마나 나아져 있습니까. 당장 궁한 것은 국민들 호주머니입니다. 청년실업률의 상승곡선이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청년실신(실업자+신용불량자)’ 같은 우울한 신조어들이 떠도는 시대를 살아야 하는 청년들의 마음

   
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그런 헛된 논란을 자책하고 부끄러워해야 마땅합니다.

오늘도 치솟는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는 자영업자나 전셋값에 짓눌려 신음하는 세입자들, 그리고 늘 빠듯한 급여로 근근이 살아가는 임금노동자들의 가슴은 먹먹합니다. 그런 가슴에 대고 경제정책이 성공했다고 자부한다면 그 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이겠습니까.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처럼 민심은 국민 개개인의 호주머니에서 나는 것입니다. 지금은 뜬구름 잡는 논란을 당장 멈추고 윗목·아랫목 없이 국민 다수가 봄바람을 느낄 수 있는 정책을 세우는 일에 머리를 싸매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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