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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하는' 투기 좀 했기로서니…

어느 정권이나 장관 인사 땐 출신 지역·학교 먼저 따져

김현일 대기자 ㅣ | 승인 2015.04.01(Wed) 11: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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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언제부터 점잖았다고. 간도 쓸개도 없는 주제에….” 어느 전직 장관 A씨의 연설을 듣던 한 지인이 내뱉은 소리다. A씨와 함께 공직 생활을 했다는 그에게 이유를 묻자, 우연한 기회에 ‘못 볼 것을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호텔 방에서 대통령의 인척에게 무릎을 꿇고 ‘충성 맹세’를 하더라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직접 그랬어도 속이 메스꺼웠을 것이라며, 이후로는 A씨가 서푼 가치도 없게 보이더라고 했다. 이 얘기를 곁에서 듣던 국책은행 출신의 한 금융인이 끼어들었다. “10여 년 전, 선배 한 분을 모시고 서울 시내 L호텔에 갔다. 대선의 한 일등공신이 좌정하고 있었다. 그에게서 ‘자리’를 약속받은 선배는 넙죽 엎드렸다. 30여 분 지났을 때 ‘당선자’께서 들어섰다. 그 선배는 정권 5년 동안 잘나갔다.”

‘무릎’ 일화를 얘기하자면 끝이 없다. 국회의원 공천, 은행·공기업까지를 포함한 각종 공직의 승진·보직 과정에서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의 돈다발을 싸들고 가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는, 쑥덕공론이 아닌 실화는 무수하다. 보수·진보 정권 여부를 가리지 않는다.

   
2013년 3월11일 열린 박근혜 정부 첫 국무회의. 새 정부 출범 첫날인 ‘2월26일’,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 뒤 청와대 본관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게 역대 정부의 관례였지만 현 정부는 그러지 못했다. 때문에 ‘공식 사진’이 없다. 총리 이하 여러 장관 후보자들이 갖가지 의혹에 휩싸여 ‘빈자리’가 많아서다. ⓒ 연합뉴스
현 정부 투기·위장전입·다운계약 ‘3관왕’ 3명

물론 그중에는 장관 자리에 아예 손사래를 치는 인사도 없지 않다. 이들이 내세우는 대체적 이유는 은퇴자의 유유자적한 삶을 향유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속을 들여다보면, 부동산 투기 전력 등이 드러날까 염려해 공직을 마다한 이도 상당수다. 지금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필요 없는 고위 공직에 있는 L씨도 실제 여부와 상관없이 그래서 입방아에 오른다. L씨는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곤욕을 치른 이완구 총리 이전에 총리 ‘섭외’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개운치 않은’ 재산 축적 등이 까발려지는 게 꺼림칙해 고위 공직 자리를 고사한 인사가 많음은 주지하는 대로다. 1970~80년대 개발 시대는 물론, 이후 개발 지역에 몰려든 ‘복부인’ 집단에 공직자 부인 등이 빠지지 않는다. 개발 정보 등이 어떻게 흘러나갔는지는 많은 사람이 예상하는 것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현 정부에서 장관의 70%가 투기, 위장전입, 부동산 허위 거래(다운계약서 작성) 등의 비리와 무관치 않은 현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투기·위장전입·다운계약 ‘3관왕’만 해도 3명이나 된다. 이명박(MB) 정부 시절 감사원장 제의를 받았던 검사장 출신 S씨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내게 원장 얘기를 꺼내기에 제의 사실조차 언론에 안 나오게 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토로했다. 설령 공직에 전혀 관심이 없어 그랬을지라도, 으레 청문회를 통과하기 힘들 만큼의 어떤 구린 구석이 있어 그 좋은 자리를 뿌리쳤다고 매도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고위직의 대명사이자 출세의 상징인 장관 자리를 고대하는 ‘수요자’는 넘쳐난다. 역대 대통령들의 장관 임명에는 공통된 경향이 있다. ‘내 사람’에 집착한다는 점이다. 원활한 국정 추진을 위해 대통령과 뜻이 맞고, 호흡이 일치하는 인사를 기용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나친 게 문제다. 직군별로는 관료·정치권·법조·학계·군·언론·여성 등으로 역대 정부 때마다 차이가 있지만, 어느 정권이나 가릴 것 없이 공통되는 경향성의 첫 번째는 출신 지역이고, 두 번째는 출신 대학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장관 면면을 보면, 내무·재무·법무·국방 등 이른바 ‘권력 부처’는 영남 출신, ‘비권력 부처’인 농림·보사·건설 등은 호남 출신이 주조였다. 장관은 아니지만 검찰총장·국세청장 등 권력 유관 기관장도 자기 지역 출신을 쓰기는 마찬가지였다. 군 참모총장 중에서도 해·공군 총장 자리는 잠시 타 지역 출신에게 맡기지만 군의 주력인 육군총장만은 예외였다. 그런데 지역을 기준으로 한 이 오래된 임명 패턴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망정 역대 정부에서 거의 유사하게 답습됐다. 역대 정권마다 대통령의 출신지에 따른 장관 비율은 거의 일치한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출신 지역에 따른 장관(급) 배분의 연장선에서 다른 요직 인선도 이뤄졌다. 예컨대 청와대 민정비서실, 국세청 조사국 등은 기밀 유지 등을 빌미로 특정 지역 출신 일변도였다. 애당초 발탁하지도 않았지만, 설령 어쩌다 그 조직의 일원이 됐다 하더라도 얼마 배겨나지 못하고 떠나게 마련이었다. 또 ‘지역’만큼은 아니더라도 출신 학교도 장관 인선의 잣대가 됐는데, 나머지 하부 조직과 산하 공기업까지 ‘출신’을 기준으로 라인업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박 대통령 인사 참사의 ‘백미’로 꼽히는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 부동산 투기·병역·논문 표절 등으로 곤욕을 치른 다른 후보자들과는 달리 ‘자질 부족’ 시비에 휘말렸다. 일단 장관 임명은 됐으나 세월호 참사 이후 경질됐다. ⓒ 시사저널 박은숙
시간에 쫓겨 ‘얼떨결에’ 장관 임명 이뤄지기도

이렇게 형성된 ‘끼리끼리’ 한통속 조직 구조가 ‘관(官)피아’라는 폐단으로 연결됨은 당연하다. 세월호 참사, 원자력·방산 비리, 그리고 지금의 ‘포스코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노릇일 지경이다. 상호 감시는 고사하고 은폐·조장을 자행하다 보니 비리 규모가 상상을 넘어서는 것이다. 거기에 감독 기관은 감독이 아니라 기밀정보를 제공하며 공생하니, 불감증을 더하면서 천문학적 비리가 누적된다.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내각’ 별칭을 얻은 MB 시절 “사외이사 자리 하나도 영포(영일·포항) 라인이 아니면 쳐다보지 말고, 고려대 출신이 아니면 금융기관장은 넘보지 마라”는 항설이 한갓 우스개가 아니었음은 우리가 목격했던 그대로다.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는 단어까지 낳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이나 그 보좌관 출신인 ‘왕차관’ 박영준의 위세는 언급할 필요조차 없이, 정권 실세로 불리던 C씨의 보좌관에게 허리를 굽히는 몇몇 장·차관과 공기업 사장들의 모습은 지금도 종종 구설에 오르내린다.

대통령의 장관 혹은 여타 고위직 임명이 한결같이 합리적일 수는 없다. 그래서 존재 자체가 민망스러운 역대 장관도 여럿 있었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에게서 “내가 어쩌다 저런 사람을 장관 시켰지?”라고 개탄하는 말을 기자는 서너 차례 직접 들은 바 있다. 이 가운데는 아무개 종교 지도자의 특별한 청을 뿌리치지 못해 임명했다는 인사도 2명이 포함된다. 영부인의 간청을 받아들였다 낭패를 본 사례도 있었다. 엄중해야 할 장관 인사지만 순전히 정치적 고려에서 이뤄지는 전혀 ‘엉뚱한’ 인사도 가능했다. 믿기지 않을지 모르지만, 시간에 쫓긴 나머지 ‘얼떨결에’ 장관 임명이 이뤄진 경우도 실제 있었다.

역대 청와대마다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격이 될까 해서 쉬쉬했을 따름이지 그런 인사들이 심심치 않게 있었던 것은 알 만한 이는 다 아는 얘기다. 위헌 시비에도 불구하고 6명의 의원을 입각시킨 현 정부의 처사는 논외로 하더라도, 마치 장관들을 장기판의 ‘말’처럼 굴린 일들은 허다했다.

아닌 게 아니라 외부에서 바라보면 장관 자리가 대단하게 보일지 모르나, 최고 권력 내부의 시각은 딴판이다. 청와대 비서실의 수석비서관도 아닌 일반 비서관의 면박 투 지적까지 감수해야 하는 장관도 있었다. 역대 몇 개월짜리에서부터 며칠짜리  장관이 허다했던 게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정무장관을 세 차례나 역임했던 김윤환 전 장관의 부침은 특이한 사례지만, 장관 임면을 둘러싼 웃지 못할 해프닝은 흔하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온 김명수 교육·김병관 국방·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후보자(왼쪽부터). 김 국방·김 과학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개최전 사퇴했고, 논문 표절 의혹을 받은 김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청와대의 지명 철회로 하차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최준필
술이 약한 J씨는 공보처에서 문화부장관으로 

당초 공보처장관으로 구상했던 J수석을 문화부장관으로 돌린 김영삼 대통령의 조치에는 그런대로 ‘배려와 애교’가 배어 있었다. J씨가 술을 많이 마셔야 하는 공보처를 감당키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경우도 있다. 천안함 폭침 등의 후속조치로 국방부장관을 경질할 당시 청와대는 후보에 오른 7명의 현·예비역 대장을 놓고 고심했다. 결국 김관진 현 청와대 안보실장이 낙점됐는데 매서운 그의 호상(虎相)이 결정적이었다. 능력도 능력이려니와 그가 풍기는 이미지가 대통령에게 큰 점수를 받은 것이다.

장관들의 면면과 관련한 현 정부의 인사 점수는 낙제점 이하라는 혹평을 듣고 있다. 총리·장관 후보들의 어이없는 중도하차에다 ‘문고리 권력’ 국정 농단 시비까지 겹쳐 바닥 수준이다. 가까운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 트라우마’ 등을 감안하더라도 가장 짜임새 있는 인사가 가능하리라 기대했건만, 정반대의 모습이어서 실망스럽다”는 목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그래서 생뚱맞게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리더십이 등장하기도 한다. 12·12 쿠데타, 광주민주화항쟁, 거기에 ‘천문학적 비자금’으로 지탄을 받는 전 전 대통령이지만 경제수석과 관계 부처 장관들에게 힘을 실어주어 당시의 경제 난국을 무난히 넘긴 것은 평가할 만하다는 것이다. 정보통신 기반을 닦은 대목도 함께 거론된다. 이 또한 오명 당시 체신부장관에게 무한 신뢰를 보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를 들으면서, 믿고 맡기는 리더십이 조명을 받고 있다. 

어차피 현직 장관을 내칠 수도, 또 새 사람을 마냥 들일 수도 없는 게 현실이고 보면 존재감이 없다고, 능력이 부족하다고 질타만 할 게 아니라 제대로 기능할 수 있게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국정 수행의 전위인 장관들이 계속 언론에 의해 희화되고, 청와대의 눈치만 보는 현실은 결국 고스란히 대통령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장관다운 인물을 고르고, 장관답게 활용하라는 것이 국민의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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