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100% 정규직’엔 차별이 있다
  • 김지영 기자(女) (abc@sisapress.com)
  • 승인 2015.04.0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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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파트 직군은 사실상 비정규직…임금·복리후생·승진 기회 등 큰 차이

이곳엔 ‘알바(아르바이트)’가 없다. ‘종업원(employee)’이라는 말도 없다. 다만 ‘파트너(partner)’가 있을 뿐이다. 매장 직원도, 회장님도 이곳에선 모두 같은 ‘파트너’다. 이곳엔 성별·나이·학벌·인종 등에 따른 차별이 없다. 검정고시 출신도 임원이 될 수 있는 이곳, 스타벅스다. 미국 시애틀의 구멍가게에서 어느덧 전 세계 66개국, 2만2000여 개 매장으로 우뚝 선 ‘스타벅스 제국’은 모두가 파트너라는 평등의식이 빚어낸 마술이었다.

“한국 스타벅스, 비정규직 없다”는 거짓말

스타벅스 마법은 한국에서도 계속된다. 스타벅스에선 모든 직원이 정규직이다. 공식적으로 그렇다. 고용노동부의 고용 형태 공시제에 나온 스타벅스코리아 전체 직원은 5741명이다(2014년 3월 기준). 이들은 모두 고용정책기본법 시행규칙에 나온, 근로계약 기간이 정해지지 않는 근로자다. 정규 직원이라는 얘기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3년 연속 고용 창출 우수기업으로 뽑혀 대통령상·국무총리상·고용노동부장관상 등을 휩쓸었다. 다른 커피전문점이 ‘공식적으로’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제는 이 정규직끼리 ‘차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커피를 서빙하는 사업이 아니라 커피를 서빙하는 사람 사업(human business)에 종사하고 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의 경영 철학이 한국에서 깨지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세계적으로 스타벅스 직급은 4가지다. 바리스타-시프트 슈퍼바이저(S.SV·바리스타 리더 격)-어시스턴트 스토어 매니저(ASM·부점장)-스토어 매니저(SM·점장)다. 스타벅스는 바리스타부터 점장까지 일정 기간에 따라 승진하는 피라미드 구조다.

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한국에 오면서 약간 변형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4가지 직급을 크게 A파트와 B파트로 나눴다. A파트군은 부점장·점장이다. B파트는 리더를 포함한 사실상 바리스타 전체다.  A파트와 B파트 간의 장벽은 높다. A파트너와 B파트너는 사원증부터 다르다. 노동 시간, 임금, 복리후생은 물론 승진 기회에서 차이가 난다. 심지어 B파트군에서 A파트군으로 승진할 경우 사직서를 내고 퇴사 후 재입사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B파트군은 사실상 ‘비정규직’인 것이다.

우선 A파트와 B파트는 근로 시간부터 다르다. 기본적으로 A파트군은 법정 근로 시간인 8시간을 근무하는 연봉제 정규직이고, B파트군는 5~7시간 근무하는 시간제 무기 계약자다. 바리스타의 근무 시간은 5시간이다. 바리스타 리더도 최장 7시간을 넘지 못한다. 반면 A파트군의 점장과 부점장의 근무 시간은 모두 8시간 법정 근로 시간을 준수한다.

근무 시간이 다른 만큼 임금도 차이가 난다. B파트는 최저임금에 준하는 시급을 받는다. B파트군인 바리스타와 바리스타 리더는 각각 시간당 5700원, 6300원을 받는다. 최저임금(5580원)보다 겨우 200~800원 높은 수준이다. 그래서 바리스타의 경우 연장 근무나 노동 강도가 센 심야 근무를 해야만 겨우 평균 70만~80만원 안팎의 돈을 손에 쥘 수 있다. 바리스타보다는 낫지만 시프트 슈퍼바이저(바리스타 리더)도 심야 근무나 연장 근무를 해도 월 평균 120만~140만원을 넘기 힘들다. 반면 A파트군은 월 평균 160만~200만원을 받는다. 커피의 계절인 11~12월에 받는  100%대의 인센티브는 별도다.

복리후생에서도 차이가 난다. B파트너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음료 할인을 받는 게 복리후생의 거의 전부다. 반면 A파트 직원은 스타벅스코리아에 50% 지분을 투자한 신세계그룹 직원과 사실상 동일한 혜택을 받는다. 이들은 신세계가 운영하는 임직원 스포츠센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스타벅스 내에서 학자금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의료비도 A파트너는 근속연수에 따라 연간 최고 1000만원까지 지원받지만, B파트너인 바리스타는 4분의 1 수준인 250만원이 고작이다.

고용노동부 공식 블로그인 워크넷에서는 시간제 일자리를 ‘전일제 근무가 아닌 하루 4~6시간 일하면서 최저임금의 130% 이상 급여와 각종 복리후생을 누리는 고용 형태로 건실한 일자리와 거리가 있다’고 정의하며 ‘승진 기회와 호봉 상승 문제와 같이 장래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도 큰 문제로 지적돼 비정규직의 다른 이름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있다’고 설명한다. 또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이 정규직의 64.2%라는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도 있다. 스타벅스 B파트군은 이 정의에 꼭 들어맞는다. 

바리스타 A씨는 “우리끼리는 A파트너를 신세계 직원이라고 하고 B파트너를 스타벅스 직원이라고 한다”며 “다른 나라에서는 바리스타에게 스톡옵션까지 준다고 하는데 A파트너와 B파트너의 구별 없이 한 가족이라고 하면서 왜 사원증도 다르고 복리후생도 차별을 두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는 “A파트너는 매장 매니저 역할을 하기 때문에 B파트너를 그만두고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의미에서 퇴사 후 재입사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에선 학력보다 매장 경험이 우선이다. 특히 매장 경험이 풍부한 바리스타는 고품격 커피전문점을 지향하는 스타벅스에서 가장 중요한 직군이다. 그러나 이 원칙이 한국에서 균열을 보이고 있다.

‘학력 차별 없다’며 사실상 ‘대졸 공채’ 우대

스타벅스코리아는 최근 대졸자 직군(ASMT)과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직군(ASMW)을 만들었다. 대졸자 직군은 4년제 정규 대학을 졸업한 사람만 지원할 수 있다. 고졸은 물론 2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지원할 수 없다. 일명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 직군은 시간제 근로자를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 따라 2013년부터 새로 만들어졌다.

문제는 이 두 직군 모두 부점장급인 A파트군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임금과 복리후생은 모두 B파트군보다 위다. 가령 경단녀 직군은 4시간만 근무하지만 임금은 바리스타 리더 이상인 시급(8000원 이상)을 받는다. 대졸 공채 직군은 부점장과 시간당 기본급이 동일하다. 특히 대졸자 직군은 ‘검정고시 출신도 임원이 될 수 있다’는 스타벅스만의 수평적 파트너십 원칙을 스스로 약화시킨 것이다. ‘바리스타’ 중시 원칙이 무너지면서 스타벅스코리아 내부에서는 “매장의 현실을 센터(본사)직원이 너무 모르는 것 같다”는 불만이 표출되는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대졸 직군과 경단녀 직군 신설로 B파트군의 승진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이는 직급별 인원 수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스타벅스 내부 자료를 보면, 2012년에 32명에 불과했던 대졸 직군은 지난해에는 101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올 1월부터 3월까지 뽑힌 이들만도 101명이다. 연말까지 더한다면 올해 대졸 공채자(ASMT)가 사상 최대일 것으로 전망된다. 경단녀 직군도 지난해 32명으로 전년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평균 부점장 직군(ASMW)의 정원은 평균 300명 안팎이다. 부점장 직군의 정원이 한정돼 있는 만큼 대졸 공채자와 경단녀 수가 늘어나면서 바리스타부터 올라온 바리스타 리더(S.S/V)들이 승진할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바리스타 리더(S.S/V)에서 부점장으로 승진한 수가 379명이었다. 한 분기당 평균 95명 내외를 뽑은 셈이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 바리스타 리더(S.S/V)에서 부점장으로 승진한 이는 37명이다.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 것이다.

더욱이 대졸 직군과 경단녀 직군은 1년만 있으면 바로 부점장으로 진급이 가능하다. 바리스타가 부점장으로 올라가는 데 최소 1년 6개월이 소요되는 것보다 짧다. 그만큼 대졸 공채자는 단기간에 승진할 수 있는 것이다.

부점장뿐 아니라 B파트군인 바리스타 내에서도 4년제 이상 학사 출신자가 늘어나고 있다. 바리스타 직군에서 4년제 학사 출신이 빠르게 증가하고, 고졸·전문대 출신은 조금씩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스타벅스코리아 내부 자료를 보면, 학사 출신 바리스타 리더(S.S/V)는 2012년 409명에서 지난해 717명으로 75%가량 증가했다. 반면 전체 바리스타 리더(S.S/V)에서 고졸 출신의 비율은 2012년 20%에서 지난해 18%로 2%포인트 낮아졌다. 전체 바리스타 리더(S.S/V) 가운데 전문대 출신도 2012년 30%에서 지난해 28%로 감소했다.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대졸 출신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 보니 대졸자 채용을 늘리라는 정부의 압박이 심하다”며 “A파트·B파트 간 차이가 있지만 이는 내부적인 문제일 뿐 직원 모두에게 4대 보험, 설·추석 인센티브 등이 적용돼 타 경쟁사에 비해 복리후생이 좋은 편”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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