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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리딩뱅크! 넘보지 마

국민·신한·하나·농협…진용 정비하고 본격 경쟁 나서

조현주 기자 ㅣ cho@sisapress.com | 승인 2015.04.02(Thu) 17: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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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금융사들이 새로운 수장 선임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금융권에서는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월23일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의 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으로 4대 금융지주의 경영진 교체가 일단락됐다. 지난해 말 우리금융지주가 해체되고 NH농협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신한금융지주·KB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농협금융지주가 4대 금융지주로 불리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농협금융)는 이날 서울 중구에 위치한 본사에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김용환 전 행장을 최종 회장 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김병호 하나은행장이 선임됐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확정됐고 지난 3월18일 조용병 신임 행장이 취임했다. 국내 주요 금융사 모두 새 수장을 맞으면서 본격적인 체제 정비에 나선 상태다.

   
ⓒ 연합뉴스·뉴시스
현재 리딩뱅크 자리에 오르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선 곳은 KB금융그룹이다. 국민은행은 2007년까지만 해도 은행권 사상 최대 이익으로 기록되는 2조8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등 ‘리딩뱅크’의 위상이 확고해 보였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신한은행에 밀려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기준 KB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1조4000억원 수준으로 1위인 신한금융그룹(2조811억원)에 6000억원이나 뒤처졌다.

   
조용병 신한은행장, 박지우 KB캐피탈 사장, 김병호 하나은행장 ⓒ 연합뉴스
KB금융 윤종규호, 리딩뱅크 탈환 나서

윤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리딩뱅크 탈환에 대한 투지를 드러냈다. 첫 번째 작업으로 경쟁사의 수장을 영입하는 파격을 보였다.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를 KB금융의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시도였다. KB금융이 리딩뱅크 탈환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윤 회장은 미뤄지고 있던 LIG손해보험 인수 작업도 마무리했다. KB금융은 지난해 6월 LIG손보 지분 19.47%를 구자원 LIG그룹 회장 일가 17명으로부터 685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경영진 간 내홍을 겪으면서 금융위원회의 인수 승인이 미뤄졌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사외이사들이 전원 사퇴하고 지배구조 개선안을 제출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한 뒤에야 금융위로부터 인수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허가를 받은 후에도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LIG손보 인수 가격 문제를 두고 KB금융과 LIG그룹 간 이견이 생겨 최종 인수가 지연된 것이다. 윤 회장은 3월19일 구 회장과의 담판에서 합의를 이뤄냈다. 이에 따라 당초 양사가 합의한 6850억원보다 6%가량 낮아진 가격인 6450억원으로 인수 가격이 최종 확정됐다. KB금융지주는 손보업계 4위 업체인 LIG손보 인수로 리딩뱅크 탈환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윤 회장의 야심 찬 계획이 최근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KB금융 인사에 또다시 정치권이 압력을 넣고 있다는 외부 개입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3월5일 윤 회장이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의 초대 회장을 지낸 박지우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을 KB캐피탈 사장으로 내정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KB캐피탈은 3월26일 주주총회를 열어 박 전 부행장의 사장 선임을 확정했다).

박 전 부행장은 지난해 벌어진 이른바 ‘KB 사태’의 핵심 관계자 가운데 한 명으로 금융 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고 지난해 말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초 KB캐피탈 사장은 다른 사람으로 내정돼 있었으나 막판에 외부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 부는 외풍으로 벌써부터 윤 회장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외압에 흔들리는 곳은 KB금융만이 아니다. 지난 2월 임종룡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금융위원장으로 가면서 차기 농협지주 회장 선임 문제를 두고 ‘관치 논란’이 거셌다. 신충식 전 농협은행장이 2012년 2월 잠시 회장 자리를 겸직한 것을 제외하고 역대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관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3년 동안 3번의 회장 교체를 겪었다.

관치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농협금융지주는 한 달여 동안 차기 회장 추천을 미뤄오다 3월23일 뒤늦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었다. 이날 회추위는 차기 회장 후보로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을 단독 추천했다.    

   
2014년 9월12일 KB금융지주 임영록 당시 회장이 금융위원회의 직무정지에도 사퇴를 거부한 가운데 서울 중구 명동 KB 사옥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신한금융 수성 가능할까

신한금융의 리딩뱅크 수성 여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탄탄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올해도 1위 수성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한 회장은 최근 조용병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을 은행장으로 선택했다. 그동안 함께 신한금융그룹을 이끌어왔던 서진원 신한은행장이 지난 2월 초 건강상 이유로 퇴임 의사를 밝힌 데 따른 조치였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또다시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라응찬 전 회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행장 후보와 신상훈 전 사장 라인 후보 간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립 후보였던 조용병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이 행장 자리에 올랐다. 조용병 행장 선임은 지난 2010년 불거진 ‘신한 사태’(경영진 간 갈등으로 라응찬 전 회장과 이백순 전 행장 쪽에서 신상훈 전 사장을 고발한 사건)로 인한 상처를 봉합하자는 차원에서 한 회장이 꺼내 든 카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신한 사태와 관련한 대법원 선고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 신한 사태의 불씨는 꺼지지 않은 상태다. 신한은행이 주채권 은행을 맡았던 경남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 역시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경남기업은 2차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2년 5개월 만인 2013년 10월 신한은행으로부터 3차 워크아웃 승인을 따냈다. 건설업계와 금융권에서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경남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정부 지원금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3월20일 신한은행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신한은행으로부터 경남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등 금융 거래내역 자료를 확보했다. 감사원 또한 경남기업 특혜 대출 의혹과 관련해 신한은행 등 경남기업의 채권단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마무리한 상태다. 4월께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숙원 사업인 외환은행과의 조기 합병 문제를 마무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3월2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확정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조기 합병 문제는 향후 리더십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다.

김 회장은 지난해 7월부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을 추진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12년 2월 하나금융지주는 미국계 론스타펀드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하나금융은 5년간 외환은행의 법인과 은행의 독립 경영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이른바 ‘2·17 노·사·정 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를 깬 김 회장의 조기 통합 결정으로 외환은행 측의 반발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연임을 위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서두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2015년 3월로 임기 종료를 앞둔 김정태 회장이 연임을 위한 승부수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실제 그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이 가시권에 든 상황에서 ‘은행 통합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연임에 성공한 김 회장이 조기 통합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대 천왕 떠난 자리 ‘성금회’가 차지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전경 ⓒ 성균관대 제공
금융권에 ‘성금회’(성균관대 출신 금융인 모임) 바람이 거세다. 주요 금융사 수장직을 성균관대 출신이 줄줄이 꿰차고 있다.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이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오르면서 국내 4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3곳의 회장을 성균관대 출신이 맡았다. 성대 출신인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자(73년 입학, 경제학)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73년 입학, 행정학)과 동문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도 1975년 성균관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서울대 출신이다.

금융권의 학맥 논란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이명박 정권 때는 이 전 대통령과 동문인 고려대 인맥이 금융권을 장악했다.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과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강만수 전 산은금융 회장 등이다. 이들은 ‘4대 천왕’이라 불리며 금융권을 쥐락펴락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4대 천왕’이란 별칭이 암시하듯, 이들은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워 권력을 휘두른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성균관대 출신과 서강대 출신의 부상이 두드러졌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였던 2013년에는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73년 입학, 법학)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종준 하나은행장(76년 입학, 경제학),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등 성대 출신이 줄줄이 금융권 수장 자리를 차지했다.

박근혜 정부가 임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다시 ‘서금회’가 실세로 떠오르고 있다. 서금회는 2007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탈락하자 금융권 동문들이 결성한 친목 단체다. 현재 300명이 넘는 인사들이 서금회 멤버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우증권은 역사상 처음으로 공채 출신 홍성국 센터장을 신임 대표로 임명했다. 서금회의 후광 때문이라는 뒷말이 적지 않았다. KB금융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박지우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이 KB캐피탈 사장으로 내정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우리은행이 서금회 출신 이광구 행장을 선임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돌고 돌아 이제는 다시 성금회 출신이 금융권의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은행의 수장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관행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일례로 KB금융은 지난해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이 갈등을 빚으면서 만신창이가 됐다.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내홍으로 100일 넘게 경영 공백 사태가 이어졌다. 국민은행의 실적은 지난해 1등에서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그러는 사이 우리나라의 금융 시장 성숙도(세계경제포럼 평가)는 2007년 27위에서 지난해 80위까지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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