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vs 김상열 호남 재벌 ‘돈’ 전쟁
  • 김수한│헤럴드경제 기자 ()
  • 승인 2015.04.0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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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박 회장, 방어에 총력

올해 M&A(인수·합병) 최대어로 꼽히는 금호산업 인수전에 호반건설이 뛰어들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3월25일 서울 남대문로 서울상의회관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22대 임시의원총회에서 금호산업 인수 의지를 명확히 했다. 김 회장은 “금호산업 채권단이 정한 인수 자금 가이드라인은 1조원이 조금 안 되는 9000억원대 수준”이라며 “호반건설의 자기자본은 2조원대로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재무적 투자자(FI)나 전략적 투자자(SI) 없이 본사 및 계열사 역량만으로 금호산업 인수전을 완주할 계획이다.

“호반건설 ‘실탄’ 2조원대로 인수 여력 충분”

호반건설은 지난해 11월 금호산업 주식을 네 차례 사들이면서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때 지분율을 6.16%까지 끌어올렸다. 금호산업 지분이 각각 5.35%(176만446주)와 5.15%(169만5733주)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을 누르고 단일 최대주주가 됐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 뉴스뱅크이미지
호반건설은 올해 1월 금호산업 주식 1.21%(34만8000주)를 매각해 수백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 당시만 해도 호반건설 측은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지분 보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1월 말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이 금호산업 지분 57.48%를 매각하기 위한 공고를 냈고, 호반건설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인수 의사를 공식화했다. 주가를 띄워 시세 차익을 노린다는 의혹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나머지 지분 4.95%도 모두 매각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에 대한 재계의 관심도 높아졌다. 김 회장은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꼽힌다. 김 회장은 1989년 자본금 1억원과 직원 5명으로 회사를 세워 26년 만에 KBC광주방송, 스카이밸리C.C. 등 6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호반건설그룹을 일궜다.

호반건설이 초고속 성장한 배경에는 건설업체의 관행을 뒤집는 김 회장만의 원칙과 역발상 경영이 크게 작용했다. 김 회장은 무차입 경영을 고수했다. 계약이 90%를 넘지 않으면 다음 분양을 시작하지 않는 ‘90% 룰’을 지켰다. 또한 대형 건설사에 비해 떨어지는 인지도를 우수한 상품성 대비 합리적 분양가로 극복해나가면서 시장의 신뢰를 얻은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운’도 크게 작용했다. 호반건설이 ‘일’을 벌일 때마다 ‘운때’가 맞아 대박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호반건설은 창업 초기 부지 매입에 어려움을 겪다가 광주광역시 변두리의 인기 없는 부지를 헐값에 매입해 140여 가구의 임대아파트를 지었다. 하지만 이 일대가 광주 시내 중심부의 고등학교 이전지로 결정되면서 아파트가 순식간에 팔려나갔다는 이야기는 익히 잘 알려진 일화다.

김 회장은 1996년 매출채권 할인이나 팩토링 금융, 할부 금융 등을 전문으로 하는 현대파이낸스를 설립했다. 여신 전문 업체를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한편, 토목 및 건축공사 업체를 인수해 본격적으로 건설업에도 뛰어들었다. 김 회장의 생각은 주효했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다른 기업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헐값에 알짜 부동산을 내놓았다. 김 회장은 이 부동산을 거둬들였다. 이 땅에 당시 호반 리젠시빌이라는 아파트를 지어 히트를 쳤다.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택지지구 땅을 사들여 자체 시행과 시공을 하는 사업 방식으로 전환했다. 2005년에는 호반베르디움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만들고 본사를 서울로 옮겨 또 한 번의 도약에 나섰다.

박삼구 회장, 금호산업 우선매수권 가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호반건설엔 기회였다. 호반건설은 당시 극심한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높이며 몸집을 키워나갔다.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의 성공 비결로 다수의 시행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 내 소형 주택 부지를 확보하고 분양가를 낮춰 단숨에 팔아치우는 전략이 주효했다고 평가한다.

이 전략으로 호반건설은 2008년 이후 약 5년간 매출이 급증했다. 2008년 2400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13년 1조원에 근접했다. 금융위기 이후 5년간 순이익과 영업이익 합계는 각각 4871억원과 5425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매출액 총액은 3조5317억원에 달했다. 연평균 매출 7000억원에 1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낸 것이다. 김상열 회장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으로 확보한 현금은 6000억원에 달하고, 2015년 3월 기준으로 보유 현금은 2조원대에 이른다.

업계에서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을 먹을 수 있다고 점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금호산업은 금호 리첸시아 주상복합과 어울림 아파트 등으로 유명한 국내 시공 능력 평가 20위의 대형 건설업체 중 하나다. 그러나 금호산업의 진정한 가치는 국적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08%를 가진 최대주주이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라는 점이다.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계열사 전체의 경영권을 가져오게 된다.

김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 의지를 강력히 표방하고 있다. 입찰적격자 중 금호산업과 같은 건설업체는 호반건설이 유일하다. 호반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4곳은 모두 사모펀드(재무적 투자자)다. 하지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입찰 최고가격에 경영권 지분(지분율 50%+1주)을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 호반건설 등 입찰 적격자 5곳이 써낸 최고 입찰가격이 얼마든 박 회장이 이를 부담하고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금호산업 인수전의 승자는 박 회장이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호반건설이 예상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써낼 경우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은 2013년 시공 능력 평가 24위에서 지난해 15위로 뛰어올랐고, 금호산업의 순위는 18위에서 20위로 두 계단이나 하락했다”며 “두 회사의 순위가 뒤바뀐 직후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을 인수한다는 점에서 건설업계 판도의 변곡점을 보여주는 단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산업 인수의 최종 승자는 5월이 돼야 결정될 전망이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호반건설 등 5개사는 4월10일 금호산업에 대한 실사를 끝내고 4월28일까지 본 입찰 접수를 마치게 된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5월 초에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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