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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세월호 1주기] “우리 아이, 너무나 보고 싶고, 만지고 싶어요”

지우 엄마가 <시사저널> 편집국에 보내온 편지

단원고 2학년 3반 박지우 엄마 곽현옥·정리 김지영(& ㅣ | 승인 2015.04.15(Wed) 14: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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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지우가 있는 곳을 못 가봤어요. 지우가 어디 있는지도 몰라요. 아이가 하늘나라 간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봐도 식구들이 안 알려줘요. 지우가 한 줌의 재로 돌아온 날, 제가 쓰러졌거든요. 급성 뇌경색이래요. 의사는 한 번만 더 쓰러지면 이제 못 일어난대요. 3개월 동안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었어요. 밥도 못 먹고, 목에 호스를 끼고 있었어요. 눈을 안 뜨려고 했어요. 그런데 우리 엄마랑 아들이 스쳤어요. 팔십에 가까운 우리 엄마가 너무 불쌍한 거예요. 우리 엄마랑 아부지가 지우를 키웠거든요. 우리 엄마 아빠가 나이도 있는데 저까지 가면, 세상 사람이 아닐 것 같았어요. 우리 부모님 보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루에 몇 시간씩 재활 치료를 받다가도 너무 기가 막히는 거예요. 이 모든 상황이.

우리 가족은 모두 정신과 치료를 받았어요. 팔십하나 먹은 아부지는 지금도 10시만 되면 지우 마중 가겠다고 집을 나가요. 지우가 학교에서 10시쯤 집으로 돌아왔거든요. 지우는 어둠을 무서워했어요. 항상 방에 불을 켜놓고 잤어요. 지우가 어느 날 나한테 손금을 보여주면서 묻기도 했어요. “엄마 나 얼마나 살아?” 그렇게 죽음을 무서워하고 밤을 무서워하던 아이였는데 혹시라도 지우가 집에 돌아오는 길이 무서울까 봐, 노인네가 그렇게 나가는 거예요. 그리곤 저 몰래 울고 올라와요.

   
ⓒ 시사저널 임준선
“밤을 무서워하던 아이였는데…”

하루는 우리 엄마가 이렇게 물어요. 왜 나한테 나라에서 20만원씩 주느냐고. 박근혜 대통령이 20만원씩 노인들한테 기초연금 주잖아요. “세월호 유가족 때문에 세금이 부족하다” “세월호 유가족 때문에 세금이 모자라서 담뱃값 인상했다”고 누가 그랬대요. 그래서 당신께서 받은 거 다 내놓는다고, 20만원 이제 안 받는다고 그래요. 노인네가 오죽하면 그런 말을 했을까요?

제가 치료를 받는 병원에서는 제가 지우 엄마인 걸 몰라요. 병원 사람들이 말해요. 세월호 가족들 너무 많이 바란다고, 보상금을 주면 주는 대로 받지 자기들 세금 가지고 세월호 가족 다 퍼준다고. 하도 답답해서 엊그제는 제가 물어봤어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고. 그랬더니 세월호 가족한테 나라가 7억~8억원을 해줬다는 거예요. 죽은 애들만 불쌍하지 가족들은 떵떵거리며 잘 먹고 잘산다고.

저는 단 한 번도 보상금을 말한 적이 없어요. 제가 거동을 못했던 3개월 동안 간병인 월급도 제 돈으로 줬어요. 한 달에 200만원씩. 물론 나라에서 병원비는 대줬어요. 하지만 그 외에는 1원 한 푼도 정부에서 받은 적 없어요. 이 집도 우리 엄마·아부지가 사줬어요. 네가 자식 잃었으니까 집이라도 있어야 할 거 아니냐면서. 이 마음을 알까요?

어쩜 말을 그렇게 쉽게 할 수 있을까요? 한 번만이라도 입장 바꿔서 생각할 수는 없을까요? 그들도 부모잖아요. 단 1초라도 우리 같은 부모 입장이 돼서 생각해준다면 저는 더 바랄 게 없어요. 제 가슴을 찢어 꺼내서 보여줄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알아줄까요?

어쩌면 제가 죽어야 끝나는 일일지도 몰라요. 어느 날은 길을 가는데 차가 나를 향해 왔으면 좋겠다, 생각도 해봤어요. 며칠 전에는 여든한 살 먹은 아부지를 앉혀놓고 제가 그랬어요, “아부지 먼저 돌아가시면 꼭 지우 만나세요. 어디 가든 꼭 지우 만나고 계세요. 내가 따라갈 테니까.” 그러니까 아부지가 “오냐, 꼭 그럴란다”라고 하세요. 유가족 부모들은 이렇게 하루를 살아요.

네, 밥도 먹어요. 살려고요. 내가 죽으면 진짜 부끄러운 엄마가 돼버리잖아요. 내가 다시 쓰러지면 이젠 내 오줌·똥 누군가 다 받아내야 하는데 그걸 누가 받아내요? 엊그제는 카카오톡으로 지우에게 편지를 썼어요. “그곳에서 편하게 살아라. 떳떳한 나라 만들어놓고 내가 갈 테니까.”

지우는 제가 10년 만에 낳은 딸이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지우 보는 낙으로 지금껏 살았어요. 지우는 여기 안산에서 할머니·할아버지와 살고, 저와 신랑은 사업한다고 파주에 있었거든요. 저랑 신랑은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 오면 지우 손가락을 초코우유마냥 빨았어요. 지우가 “짜증나”라고 말할 정도로.

그런 손이 보니 시꺼멓게 썩어 있었어요. 지우는 이틀 만에 (바다에서) 나왔어요. 다른 곳은 붓지도 않고 멀쩡한데 열 손가락이 다 그래요. 오른쪽 얼굴은 피멍이 들었어요. 아이가 얼마나 나오려고 유리창을 긁었으면 그랬을까요? 상상이 돼요. 그게 가슴에 한이 맺혀요. 차가운 바닷속에서 꺼내자마자 펄펄 끓는 불속에 지우를 넣었어요. 물에 빠진 고통, 불에 타는 고통, 전 생각할 수 없어요. 지우가 가루가 됐어도 어디선가 날아다니면서 엄마를 보고 있지 않을까? 이 생각만 하면 가슴이 타들어가요. 지우가 커서 외국 나가고 싶다고 해서 열심히 돈을 벌었는데, 이렇게 18년 만에 떠날 줄 알았더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에 와서 그랬어요. “유가족들 걱정하지 말라고. 원하는 대로 다 해주겠다”고. 전 박근혜 대통령하고 악수까지 했어요. 그래놓고 이제 나타나지도 않아요. 부모 마음을 이렇게 갈기갈기 찢어놓고 어떻게 이럴까요?

“단 1초라도 부모 입장이 돼주세요”

저는 먹고사느라 지우가 수학여행을 가는지도 몰랐어요. 나라에서 교육과정이라서 꼭 가야 한다고 해서 보냈어요. 개인적으로 놀러 간 거 아니에요. 돈 없으니까 배 타고 가라고 한 부모들 없어요. 아무리 돈이 없다고 수학여행 하나 못 보낼 정도 아니에요. 그렇게 우리를 무시하지 말아주세요. (돈) 없다고 무시하고, 말 함부로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돈 다 필요 없어요.

 우리 부모들은 그렇게 두 번, 세 번 죽었어요.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어요? 항상 사랑하는 내 가족이라고 텔레비전에서 하잖아요. 부모 입장이 한 번만 돼주세요.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단 하루라도. 저도 애 키우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만 생각했지 아무것도 몰랐어요. 세월호 사건 터지고 우리나라에 이렇게 비리가 많은 줄 몰랐어요. 서민들이 너무 불쌍해요. 서민들이 잘사는 나라여야 하잖아요. 같이 뭉쳐서 같이 공감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서로 상처 주는 게 가슴 아파요.

전 시골 아줌마예요. 무식해서 어떻게 유식한 말을 해야 할지 몰라요. 그런데 우리 아이, 너무나 보고 싶고, 만지고 싶다는 말은 꼭 전해주세요. 전 노란색을 어릴 때부터 무지 좋아했어요. 이젠 눈물이 나요. 그런데 이젠 노란색 옷만 입으려고요.

2015년 4월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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