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몸집에 꽤나 높이 날았네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5.04.1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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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 항공사 시장 급팽창…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경쟁 치열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의 성장세가 무섭다.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 등 5개 저비용 항공사의 지난해 총매출액은 1조7000억원에 달한다. 대표 주자인 제주항공은 2011년 이후 해마다 매출액이 1000억원씩 뛰고 있다. 지난해 510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국내 LCC의 이정표를 세웠다. 제주항공의 올해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1000억원 이상 늘어난 6000억원대에 달한다. 최근에는 싱가포르에어라인과 투자 유치 협상을 벌이며 올해 중 상장을 목표로 몸 만들기에 들어갔다.

신규 시장 진입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아시아나 지분 46%+부산시 5.02%)에 이어 제2의 자회사인 가칭 서울에어(아시아나 지분 100%)를 출범시키기 위해 3월부터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하고 있다. 제주·울산 등 지자체에서도 저비용 항공사를 출범시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한국 국적의 저비용 항공사 설립을 추진하다 무산된 아시아 최대의 저비용 항공사 에어아시아는 벤야민 이스마일 에어아시아엑스 대표가 4월 초 방한해 한국 진출 뜻을 분명히 했다.

아시아나항공, 100% 자회사 설립 추진

출범 10년째를 맞는 저비용 항공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선 항공 시장은 2008년 저비용 항공사의 분담률이 9.7%였는데, 2014년에는 50%를 넘어섰다. 국내선 이용객 중 절반 이상이 저비용 항공사를 이용한다는 뜻이다. 또 비행시간 5시간 이내의 중·단거리 국제선 시장을 중심으로 국제선도 저비용 항공사의 여객 수송 분담률이 높아지고 있다. 2013년 2.3%였던 분담률이 일본·중국·동남아로 노선이 확대되면서 지난해에는 11.5%를 차지했다. 에어아시아의 한국 법인 설립 시도나 싱가포르에어의 제주항공 지분 참여는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 항공편에서 저비용 항공사 간의 접전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는 신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국내 메이저 항공사들이 최근 들어 LCC 확대에 더 열심이라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제2의 LCC 자회사를 준비하고 있고, 대한항공은 지난 3월 말부터 자회사인 진에어가 운항 중인 인천-코타키나발루, 인천-비엔티엔, 인천-괌 등 총 6개 노선에서 공동 운항(코드 셰어)을 시작했다. 예약·발권은 대한항공을 통해서 하지만 실제 탑승하는 항공편은 진에어가 되는 것으로 다른 국제선 공동 운항처럼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하다. 항공업계에선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공동 운항을 LCC 전쟁이 국제선으로 확대됐다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진에어는 지난해 말 하와이 등 중거리 노선 투입을 염두에 두고 LCC 최초로 중·장거리용 여객기인 보잉 777을 도입했다. 진에어는 상반기 중 하와이행 노선을 여는 한편 하반기에 부산과 후쿠오카·방콕·홍콩·마닐라를 잇는 8개 국제선을 추가할 예정이다. 에어부산 역시 부산 공략에 나서 4월부터 부산과 후쿠오카·오사카·타이베이를 잇는 국제선을 추가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LCC에 적극 참여하는 데는 시장 방어가 가장 큰 이유로 풀이된다. 두 거인은 이미 국내선 전쟁에서 완패했다. 문제는 국내선 매출이 줄어든 만큼 다른 LCC의 수익으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제주항공이 매출 5000억원을 넘긴 것을 방관할 일이 아닌 것이다. 즉 자회사를 내세워 적극적으로 저비용 항공사의 공세를 막아내야 매출 감소를 막아낼 수 있는 것이다.

기존 항공업계 종사자들은 메이저 항공사의 LCC 설립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항공 노동자들의 임금 저하와 노동 조건 악화를 수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LCC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이유는 티켓 값을 싸게 받는 대신 좌석을 많이 파는 쪽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국내 LCC 5곳의 국내선 평균 탑승률은 87.8%로 국내 메이저 항공사의 국내선 탑승률(72.6%)보다 높다. 물론 이것만 갖고는 부족하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력도 싸게 쓴다.

안전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국내 메이저 항공사에서 항공기 조종사로 일하는 한 부기장은 “LCC의 항공 운항 인력이 받는 임금은 메이저의 70~80%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100% 자회사인 진에어에서 일하는 인력 중 대한항공에서 파견된 인력은 대한항공 기준으로 받고, 진에어로 입사한 인력은 자체 임금 기준에 따르는 등 임금 체계가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이 제2 LCC 설립을 준비하자 지난해 5월 아시아나항공 노조가 발표한 성명에 노동자 측의 입장이 잘 드러나 있다. 성명서에는 ‘최근 항공업계의 LCC 도입 과정을 살펴볼 때 노후 항공기의 재배치, 안전 핵심 분야인 정비 부문 외주 확대를 통한 비용 절감, 지방 공항 예약 영업 사업의 통합 및 외주, 용역·계약직 등 비정규직의 확대 등이 핵심’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극단적인 예지만 최근 조종사의 자살 비행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낸 저먼윙스는 루프트한자의 LCC 자회사다. 루프트한자는 자회사인 저먼윙스와 유로윙스를 통해 동남아 노선 등 장거리 노선을 확대하려고 했지만 이 사고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안전과 관련된 항공 조종 인력에 대해서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고 이들의 비행 적격 여부를 가리기 위한 체력과 심리 테스트에 해마다 큰 비용이 든다는 점은 LCC도 어쩌지 못하는 비용 요소다. 국내 대형 항공사들은 2006년 이후 조종사 양성 프로그램을 없애 비용을 줄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역 조종사는 “국내 메이저 항공사에서 조종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없앤 후 LCC 자회사를 통해 이제 막 면장을 딴 부기장을 고용해 여기서 경력이 쌓이면 모회사로 채용하는 인력 풀로 활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이 저비용 비행기 티켓을 찾는 것이 LCC의 급팽창을 불렀지만 이것이 안전과 바꾼 대가가 돼서는 안 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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