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 재보선 판 흔들다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5.04.2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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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재보선 이후 정국 ‘5대 시나리오’ 전망

“아직 선거가 한 달이나 남았다. 그동안에 세상이 뒤집힐 만한 뉴스가 몇 개는 더 나올 수 있다.” 지난 3월 말 기자가 4·29 재보선 전망에 대해 묻자 한 정치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당시만 해도 새정치민주연합은 ‘전패’ 위기감에 휩싸였다. 당 소속이던 천정배·정동영 전 의원이 잇따라 무소속과 국민모임(가칭) 후보로 출마 선언을 하면서다. 새정치연합 선거 전략을 총괄하는 팀 관계자는 “4월16일이면 세월호 1주기다. 현 정부에 대한 심판 여론이 한 번 일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야당이 기대할 수 있는 반전 카드는 ‘세월호’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앞서 언급한 정치평론가의 예상은 적중했다. ‘성완종 게이트’라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형 이슈가 터졌다. 성완종 게이트는 일방적으로 흐를 뻔한 선거 분위기를 뒤헝클어 놓았다. 이제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게 됐고, 재보선의 의미는 더욱 커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4월16일 해외 순방 출국으로 세월호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으며, 성완종 게이트는 정권의 레임덕을 부추기고 있다. 네 곳의 ‘미니 총선’이지만, 재보선 결과에 따라 향후 정국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4월8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오신환 후보가 관악구 신사시장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4월10일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가 관악구에 위치한 선거사무소에서 문재인 대표와 선대위 출범식을 개최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여론도 요동치고 있다. 성완종 게이트가 터지기 전인 4월3~5일 ‘조원씨앤아이-CBS노컷뉴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새정치연합 후보들이 네 곳 모두에서 여당과 무소속 후보에게 9~10%포인트 차로 뒤지고 있었다. 여당의 압승, 야당의 완패가 현실화되는 듯싶었다. 하지만 성완종 게이트로 정국이 발칵 뒤집힌 4월11~12일 ‘리서치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변화가 감지됐다. 인천 서·강화 을에서 새정치연합 후보가 선두로 나섰다. 경기 성남 중원에서도 여당이 앞서기는 했지만 오차 범위 내로 격차가 좁혀졌다. 서울 관악 을도 오차 범위는 벗어났지만,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추격을 허용했다. 광주 서 을만 1, 2위 격차가 더 벌어졌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유력 후보군은 좁혀지고 있다. 정치평론가 및 선거·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관악 을의 경우, 오신환(새)-정태호(민)-정동영(국) 3파전 양상으로 전망했다. 인천과 성남은 각각 안상수(새)-신동근(민), 신상진(새)-정환석(민)의 여야 맞대결 구도다. 광주는 조영택(민)-천정배(무) 두 야권 성향 후보의 맞대결이다(※새누리당=새, 새정치민주연합=민, 국민모임(가칭)=국, 무소속=무). 이를 통해 예상할 수 있는 선거 결과는 모두 24가지다. 이 경우의 수는 크게 14가지 결과 조합으로 정리할 수 있다(34쪽 표 참조). 시사저널은 여야의 자체 분석과 전문가들의 전망을 토대로, 14가지 결과 조합을 다시 다섯 범주로 묶었다. 이를 바탕으로 4·29 재보선 이후 정국을 다섯 가지 시나리오로 정리해본다.

① ‘민4’ 또는 ‘민3-국1’

차기 대권 논의 본격화될 것

4개 지역 선거구에서 야당 후보가 모두 승리하면 그야말로 새정치연합의 압승, 새누리당의 완패다. 만약 새정치연합이 관악을 국민모임에 내주더라도 광주를 포함해 3곳을 이긴다면 축배를 들 수 있다. 이래저래 새누리당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완패다. 여권의 권력 역학관계는 급속도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당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정국을 주도하고, 사실상 박근혜 정부는 국정 추진의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이 같은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성완종 게이트 정국으로 인해 한쪽으로 기울던 무게추가 중심을 잡은 것은 맞지만, 어느 일방으로 흐르진 않을 것”이라며 “새정치연합이 승리하더라도 3 대 1 정도가 될 것이고, 2 대 2나 거꾸로 1 대 3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하지만 만약 게이트 정국이 악화돼 제1야당이 싹쓸이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레임덕은 이제 공공연한 얘기가 될 것이며 차기 대권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패배 원인을 청와대 등 ‘친박’에게 돌릴 것이다. 총리와 청와대 비서실장은 사퇴가 불가피하고, 큰 폭의 개각도 예상된다. 오히려 여당은 김무성-유승민 체제에 더 무게감이 실릴 수도 있다. 이들을 통해 쇄신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고, 청와대도 이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또 “반면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지금의 대권 주자 1위 독주를 계속할 것이다. 5년 전 박근혜 대통령처럼 ‘대세론’으로 굳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여권에서 다시 ‘반기문 대망론’이 고개를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② ‘새1-민3’ 또는 ‘민3-무1’ 또는 ‘민2-국1-무1’   

여당 내 쇄신 요구 거세질 것

새정치연합이 광주를 포함해 세 곳에서 이기고 새누리당이 수도권 한 곳에서 이길 경우, 간결하게 ‘야당 승리, 여당 패배’로 정리된다. 새누리당이 전패하더라도 새정치연합 또한 전승이 아닌 광주에서 패배를 기록할 경우 상황은 엇비슷해진다. 야당은 ‘승리’를 자평하겠지만, 내심 광주에서의 패배가 찜찜한 탓에 ‘완승’을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여당은 ‘완패’를 자인해야 한다. 이 시나리오 역시 청와대는 정국 주도권을 상실한 채 여당 내에서 변화 요구가 거세게 불어닥칠 가능성이 크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이전까지는 야·야 대결 구도가 부각되었는데, 이제부터는 여야 대결 구도가 됐다. 야당으로서는 호재임이 분명하다”며 “성완종 게이트는 야권 분열 우려 이슈를 완전히 덮었다. 야권 지지 성향층이 여야 대결구도에서는 제1야당에 힘을 몰아주는 경향이 강하다”고 밝혔다. 윤 센터장은 “여당의 패배로 규정되면, 게이트 수사는 더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당·청 간 갈등도 크게 불거질 것이다. 보수층의 결집 현상이 이완된 것에 대한 위기감으로 총선 전까지 당내에서는 ‘비박’과 소장파를 중심으로 쇄신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반면 문재인 대표 체제는 좀 더 견고해질 것”이라며 “단, 여당에서 근본적 변화를 새로 잉태하는 개혁 문화가 나타나면 야당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표 독주 체제에 불만을 가진 ‘비노’ 세력과 여권 내 개혁 세력 간에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정계 개편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쳤다.

 

③ ‘새2-민2’ 또는 ‘새1-민2-무1’ 또는 ‘새1-민2-국1’

야당 내 계파 대치 분위기 이어질 것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게이트 정국 전까지는 확실히 여당이 유리했다. 분위기가 야당 쪽으로 다소 바뀌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야당이 역전 승리를 가져가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엇비슷한 결과를 전망했다. 이럴 경우, 여야 지도부 모두 ‘무승부’라며 충격을 최소화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여당보다 새정치연합이 다소 더 흔들릴 수 있다. 특히 광주에서 패하는 결과가 나오면 더더욱 그렇다.

이 교수는 “여야 무승부 결과가 나오더라도 문재인 대표는 ‘소득이 있었다’고 자평할 것이다. 어쨌거나 어려워진 선거에서 지지는 않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야당 내 ‘비노’ 진영에서 ‘재보선 끝나고 한번 보자’던 반대 기류도 당분간은 수그러들면서 지금의 대치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다. 물론 광주에서 패배한다면 분열의 불씨는 계속 남는 셈”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김무성 대표도 역시 패배로 보진 않을 것”이라며 “여당보다는 청와대와 정부가 궁지에 몰리면서 당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④ ‘새3-민1’ 또는 ‘새2-민1-국1’ 또는 ‘새2-민1-무1’ 또는 ‘새1-민1-국1-무1’

‘호남 신당론’ 또는 ‘분당론’ 대두

여당은 게이트 정국의 악재 속에서도 ‘승리’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한 곳만 이기는 데 그친다면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한 곳도 그나마 광주면 다행이지만, 광주에서까지 패한다면 더 큰 내홍에 휩싸일 수 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현재 상황으로 보면 어느 한쪽이 완승하거나 완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비록 성완종 리스트 등으로 여권에 악재가 생기긴 했지만, 기존의 흐름을 뒤바꿀 만큼의 큰 변수가 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역시 변수는 광주인데, 만약 여기서 새정치연합이 천정배 의원에게 패하면, 여당 승리-야당 패배로 정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 평론가는 이런 결과가 나올 경우, 당장 크게 정국이 소용돌이치진 않더라도 야권은 계속 시끄러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 대권 주자 1위인 문재인 대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대안 부재인 상황에서 문 대표가 당장 퇴진 압력을 받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책임론을 둘러싸고 당내 갈등이 재연될 것이다. 친노 주류의 대응 방식에 따라서는 ‘호남 신당론’ 또는 ‘분당론’ 등이 총선 전에 대두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⑤ ‘새3-무1’ 또는 ‘새2-국1-무1’

새정치연합 분당 수순 밟을 것

그야말로 여당의 완승, 제1야당의 완패다. 새정치연합 입장에서는 관악과 광주에서 정동영·천정배 후보에게 모두 패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성완종 게이트가 재보선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기 때문에 조직표가 강한 여당이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그렇게 될 경우, 성완종 게이트 수사가 확대되더라도 정국 주도권은 새누리당이 쥘 것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검찰 수사가 야당까지 확대되더라도 ‘정치 보복’밖에 할 말이 없게 된다. 정국 주도권에서 여당에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문 대표 체제는 엄청난 공격을 받을 것이다. 더구나 검찰 수사에서 야당 정치인 이름 몇몇이 거론되기라도 한다면 야당은 그야말로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분당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본다. ‘비노’ 입장에서는 이대로는 모두가 죽는 길이어서 변화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볼 것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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