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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 광장의 ‘탱크맨’을 찾아나서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연극 <차이메리카>

김진령 기자 ㅣ | 승인 2015.04.23(Thu) 17: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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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메리카>는 1980년 이후의 최근 현대사를, 연극에선 보기 드물었던 다큐멘터리풍의 영화처럼, 시간과 지역을 뛰어넘는 교차 편집으로 보여주는 연극이다. 제목 ‘차이메리카(Chi-merica)’에 내용에 대한 실마리가 들어 있다. 2000년대 들어 가장 큰 변화는 중국의 부상이다. 최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을 주도한 중국과 그에 대한 참여 여부를 저울질한 한국·미국·영국·일본의 어지러운 행보는 중국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준 사례였다. 중국은 한국의 참여를 권유했지만 한국은 미국의 눈치를 봤고 서방 자본이 대거 합류하자 서둘러 참여를 결정했다. AIIB 출범이 보여준 것은 중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의 투톱(G2)으로 불릴 만한 자격이 있다는 점이다. G2 체제를 가리키는 신조어가 ‘차이메리카’다. 

이 말은 하버드 대학의 니얼 퍼거슨 교수가 저서 <금융의 지배(The ascent of money)>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만든 저가 상품을 수출해 벌어들인 달러로 미국의 국채를 사들이고 미국은 이를 통해 적자 재정을 메우고 다시 중국의 상품을 소비한다. 미국과 중국의 이런 ‘의존적 공생 관계’를 통해 중국은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선언 이래 단기간에 G2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연극 <차이메리카>의 한 장면. ⓒ 두산아트센터 제공
자본주의 총본산인 미국과의 의존적 공생 관계에 기댄 중국의 압축 성장은 1989년 6월4일 발생한 톈안먼(天安門) 사건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 정부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했다. 이 사건의 사망자 수에 대해서는 241명부터 1만명까지 종잡을 수 없다. 다만 이 사건을 통해 중국 정부의 통제력은 다시 확인됐고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던 미국은 ‘중국식’을 인정했다.

연극 <차이메리카>는 톈안먼 사건에 참여했던 중국의 소시민과 미국 사진기자가 2013년 월스트리트 시위까지 이어지는 관계를 통해 개인의 안녕과 국가권력, 민주화, 대의와 실리, 체제 논리를 뛰어넘는 자본과 힘의 논리까지 개인의 삶을 흔들어대는 권력의 여러 모습을 담고 있다.

돈을 매개로 타결된 중국과 미국의 데탕트

희곡의 출발점은 사진 한 장이다. 원작자 루시 커크우드는 7년간의 자료 조사를 통해 이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그는 톈안먼 광장에 밀려드는 탱크를 몸으로 막아선, 까만 봉지 두 개를 양손에 들고 있는 남자의 사진에 주목했다. 이 사진은 AP통신의 미국인 사진기자 조 스코필드가 찍었다. 여기까지는 역사에 기록된 사실이다. 나중에 한참 시간이 흐른 후 조가 탱크를 막아선 ‘탱크맨’을 찾아 나선다는 설정부터는 픽션이다. 조는 탱크맨을 찾는 과정을 통해 중국의 경제 성장 열망과 중국 인민의 민주화 요구 확산, 중국 공산당의 독재 체제 유지라는 기묘한 동거에서 나오는 파열음, 탄압을 피해 미국에 밀입국한 톈안먼 시위 참가자, ‘한 세대 안에 기아와 다이어트 약을 모두 경험하는 압축 성장’과 공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체제 전복을 꾀하는 불온한 세력으로 치부되는 중국의 오늘,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는 미국의 미디어와 자본가들의 추레한 실체를 경험하게 되고 그 과정이 객석에 중계된다.

특이한 것은 무대다. 관객은 무대에 포위된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극단적으로 벌어진 무대의 양 끝에 중국과 미국이 자리 잡고 있고 배우들은 객석 가운데 양끝 통로 물품 반입로에서 튀어나온다. 가변형 극장인 두산아트스페이스 111의 장점을 유감없이 활용한 경우지만 덕분에 객석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최용훈 연출가는 “영화적인 편집 스타일로 전체적인 구성을 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 연극을 올해의 인문학 시리즈 중 하나로 기획한 두산아트센터 쪽에선 “올해의 주제가 ‘예외’다. 극에 등장하는 탱크맨도 예외적인 존재이고, 탱크맨의 인생도 예외적이고 중국 역사에서 톈안먼 사건도 예외적인 사건이었다. 그런 예외적인 사건과 인물이 역사의 큰 줄기를 어떻게 바꿨는지 조감해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어떤 사람의 작은 동기가 역사의 줄기 바꾼다”  
연출가 최용훈 인터뷰


   
연출가 최용훈 ⓒ 시사저널 이종현
연출가 최용훈은 극단 ‘작은신화’를 1986년에 창단해 지금까지 이끌면서 현재 배우 110명, 연출가 6명이 속해 있는 연극계의 강자로 키워냈다. 

그는 이 작품을 고른 이유에 대해 “일단 실제 사건에 픽션을 가미한 팩션이라는 점에서 형식도 재미있다. 톈안먼 사건이 우리의 광주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 중국과 미국이 우리와 가깝고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관객에게도 흥미롭게 느껴지는 지점이라 한번 들여다볼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영국의 젊은 작가가 미국과 중국의 이야기를 이렇게 쓰는데 한국의 젊은 작가도 너무 자기 얘기로만 빠지지 말고 우리 시대의 구체적인 사건을 끌고 들어와 만들어야 한다는 자극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원작과 달라진 부분에 대해 그는 “미국의 구체적인 정치 선거 일정과 에피소드는 뺐다. 하지만 국제 관계에서 명분과 사실의 차이, 미국의 권력과 자본, 미디어도 철저히 자본 논리로 움직인다는 이야기는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을 그는 “사진기자 조 스코필드의 시선을 쫓아가는 드라마”라고 정의했다. 별 볼일 없는 사진기자가 과거의 영광을 다시 리바이벌하면서 건수를 올리려고 고군분투하다가 그 과정에서 과거에 놓쳤던 진실을, 그 사진 뒤의 이면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검정 비닐봉지 두 개를 든 남자가 탱크에 맞선 것은 사실이고, 탱크를 타고 있던 군인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봉지를 든 남자를 밀어버리지 않은 것은 역사에 기록된 사실이다. 작가는 이 팩트에 픽션을 붙였다. 어떤 사람의 작은 동기가 역사의 큰 줄기를 틀기도 하고,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놓기도 한다.”

그는 같은 이유로 우리 근현대사의 ‘반민특위’에 관심이 많다. “언젠가는 꼭 무대에 올리고 싶다. 우리 현대사가 꼬인 부분이 여러 곳인데, 그중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 바로 반민특위라고 본다.”   

그는 강단에도 서지 않고 무대만 쳐다보고 산다. 그래서일까, 지난 2008년 시사저널이 선정한 차세대 리더 연극 부문 1위에 선정되는 등 그는 한국 연극계의 허리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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