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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장’에 뭉칫돈 들어온다

활황 장세 주식시장…개미들 추격 매수 조심

김진령 기자 ㅣ jy@sisapress.com | 승인 2015.04.23(Thu) 17: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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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4일 코스피지수가 2100포인트를 돌파했다. 2011년 8월 이후 3년 반 만이다. 증시가 달아오르고 있다. 17일에는 코스닥지수가 700선을 뚫었다. 600선을 넘어선 지 4개월 만이고 시점을 좀 더 넓히면 금융위기 직전 증시가 호황을 구사하던 2008년 1월 이후 7년 3개월 만이다.

오랫동안 제자리에서 맴돌던 국내 증시가 천장을 뚫었다는 말이 전해지자 개미들도 증시에 모여들고 있다. 그동안 시중에 넘쳐나도록 돈이 풀렸음에도 증시로 들어오는 돈은 많지 않았다. 1%대의 금리에 향후 금리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누구나 가지고 있었지만 증시가 장기간 박스권에 갇혀 지리멸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오를 것’이라는 확신(상승 모멘텀)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코스닥이 기지개를 켜고 한국 증시에 외국인 투자자의 유동성 자금이 유입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삼성전자·현대차 주가 향방에 달려

개미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것은 통계가 증명한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공여 잔액을 보면 4월17일 기준으로 7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2000년대 이후 최고액이자 직전 최고액인 2007년 6월29일 6조6000억원을 가볍게 넘어선 액수다. 2007년 6월은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 펀드가 뜨고 ‘차·화·정’ 테마로 주식시장이 한창 달궈지던 시기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4조9000억원)과 비교해도 지금의 증시 상승 기대심리가 엄청 뜨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2월부터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돈을 빌려 주식 투자에 나섰음을 알 수 있다. 신용융자 금리가 8~12%에 달하는 만큼 개미들이 주식 투자로 이보다 더 벌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코스닥에서 불이 붙고 외국인 자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기세가 살아난 한국 증시의 상승세가 계속될 수 있을까. 국내 증시의 실질적인 상승은 한국 경제의 투톱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가의 향방에 달려 있다. 하지만 이 두 회사의 주가는 횡보 국면이고, 상승 모멘텀이 될 만한 실적 개선 소식도 들리지 않고 있다.

일단 대다수 증권사는 오랜만에 활기가 도는 모습에 반색하며 호재성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가장 최근의 활황장이던 ‘2011년보다 더 큰 장이 설 것’이라는 자료를 내며 현재의 증시 상승세를 반기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선진 각국이 모두 불황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실시하면서 전 세계 증시에 돈이 넘쳐나며 주가 상승 파티가 동시 다발적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왜 유독 한국만 이렇게 늦게 유동성 파티가 시작됐느냐는 점이다.

더 많은 수익률을 쫓아 국경을 넘나들던 핫머니가 마지막 사냥터로 한국 증시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유동성 과잉은 3년 전부터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한국은 그동안 곁불도 못 쬐다 이제야 순서가 돌아왔다.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한국 시장을 쳐다보면서 돈이 들어오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들이 오래 있지는 않을 것이란 점”이라고 말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가에 대해 “기본적으로 지금보다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한국 증시에 있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측면이 있다. 해외 증시에 상장됐더라면 지금보다 두세 배 더 비쌌을 것이다. 갤럭시S6가 모멘텀이 될 수 있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 달렸다. 미국 시장 점유율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점이 문제다. 올해 중국 성장률은 7%도 안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대차가 공장 추가 건설을 진행 중이고 내년 중에 완공되는 만큼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가가 늘 실적 예상치를 감안해 선제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현대차의 주가가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보다는 좀 더 신중한 또는 비관적인 의견도 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차는 이미 피크를 넘어서 당분간은 수익률이 더 좋아지지 않을 것이고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4년 동안 현대차가 돈을 많이 벌었지만 판매 라인업에서 신차가 크게 성공한 경우는 없었다는 것. 또 그렇게 쌓아둔 현금을 지난해 서울 강남의 한전 부지를 10조원 넘게 주고 사는 데 써버린 것도 투자 심리를 냉각시킨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S6로 상황은 개선되겠지만 지난 2~3년 동안 보여준 분기당 7조원 이익을 내는 화력 시위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삼성전자나 현대차나 당분간 주가가 크게 뛸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코스피도 폭등할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증시에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얼마간의 상승은 가능해도 지수 3000을 뚫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 코스닥 시총 1위 복귀

이번 장세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코스닥의 분전이다. 이번 장은 특이하게도 코스피가 뜨기 전에 코스닥부터 기세를 올렸다. 불쏘시개는 바이오와 핀테크였다. 최근 코스닥 시가총액 1조원 클럽에 새롭게 합류한 콜마비앤에이치·산성앨엔에스·바이로메드 등은 바이오 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이다. 다음카카오를 2위로 끌어내리고 코스닥 대장주 자리에 복귀한 셀트리온은 대표적인 바이오 테마주다. 다음카카오의 합병 이후 행보가 신통치 않았던 까닭도 있지만 셀트리온의 코스닥 시총 1등 탈환은 바이오 테마에 대한 증시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문가들은 벌써 ‘과열’을 걱정한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은 이미 투기적인 단계에 진입했다”고 단언했다. “기업 실적이 좋다기보다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그에 맞춰서 띄우고 있다. 적자가 난 어떤 회사는 액면가 5000원짜리가 50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테마주를 형성한다는 것은 그만큼 바탕(실적)이 없다는 것이다. 주가가 돌아서기 시작하면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 ‘좀 더 올라갈 것이냐’ 또는 ‘꺾이는 것이냐’로 볼지는 투자자 개인의 선택이지만 이런 국면에서 추격 매수를 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라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도 코스닥의 상승세에 의문을 제기했다. “최근의 코스닥 시장 뜀박질은 설명하기 어렵다. 적정 주가에 비해 너무 많이 올랐다. 바이오 관련주가 주력이고 핀테크 관련주가 떠오르는 형세다. 하지만 바이오 관련주는 터무니없이 비싸졌고 핀테크 관련주는 가시화되지 않은 성장에 대한 기대만으로 주가가 형성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자신의 투자 원칙을 설명했다. “우리도 코스닥에서 주식을 쇼핑한다. 단 수익 근거를 설명할 수 있는 주식만 담는다. IT나 IT 부품, 자동차 부품, 홈쇼핑 관련주를 담고 있다.”

테마주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가까이는 이명박 정부 때 ‘녹색성장주’가 테마를 형성한 적이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자리 창출과 산업 육성을 내세우면 그에 맞춰 테마주가 등장하곤 했다. 한 증시 관계자는 “실체도 없는 핀테크를 갖고 개별종목이 뛰고 있다. 개별 기업의 정부 돈 따먹기 프로젝트를 코스닥에서 재료로 재활용하는 셈이다. 과거 녹색성장주라고 하던 기업들 지금 다 어떻게 됐나. 기대만 갖고 주가 띄우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주가 오르는데 펀드는 ‘아직’ 



코스피지수가 순식간에 2100 벽을 뚫었고 고객 예탁금도 3년 반 만에 21조원을 넘어섰다. 증시 활황기 끄트머리였던 2007년 출시된 인사이트펀드가 -60%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수많은 개미투자자를 울렸다. 그런 인사이트펀드마저 최근 1년간 수익률이 25%를 기록할 정도로 회복했다. 황소가 돌아온 것일까.

그러나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은 상황이 간단치 않다. 지수가 2100포인트를 넘어서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 전체적으로는 원금이 회복됐다고 말할 수 있다. 펀드 설정액(투자자가 투자한 금액)과 펀드의 순자산 총액(펀드가 투자한 종목의 가격)이 일치하는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다. 2011년 8월 이후 평균적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마이너스였다는 의미다. 무려 4년여를 기다려 원금에 도달했으니 환매를 할 것인지, 더 기다리거나 투자를 늘릴 것인지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주식시장이 오르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펀드 투자를 늘렸다가 오랜 손실 기간을 거친 후 원금 근처에 도달하면 대량의 환매가 일어나곤 했던 기존 펀드 투자 패턴을 감안하면 자산운용사 입장에서 주가 상승이 무작정 반갑지만은 않다. 실제 주식이 상승추세에 들어선 3월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약 2조3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4월에도 10일까지 8000억원의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박스권 장세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왔던 기존 가치주 펀드에서도 수익 실현을 위해 지속적으로 환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정은호 금융투자연구원 대표는 “코스피도 많이 올라왔지만 현재의 장세는 유동성에 의한 종목장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증시에 고객 예탁금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코스닥의 상승이 돋보이면서 펀드를 환매해서 직접 투자에 나서는 개인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얘기다. 문제는 외국인 주도 장에서 국내 기관이 차익 실현을 위해 매도세를 주도하는 국면에서도 주가지수가 오르는 경우가 많지만 이 국면에서 개인투자자가 좋은 성과를 얻기 힘들다는 점이다. 정 대표는 “최근의 상승장에서 중·소형주나 코스닥 종목의 선전이 두드러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누적 성과만 보더라도 여전히 대형 가치주의 성적이 우수하다. 종목 장세에 대응하고 싶다면 중·소형주 펀드나 성장주 펀드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최근 펀드 수익률을 보면 여전히 대형 성장주 종목보다는 가치주 투자를 우선하는 신영자산운용이나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눈에 띈다는 점을 보면 국내 증시가 실적을 바탕으로 한 랠리를 시작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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