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일본 납품 컵라면에서 ‘이물질’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5.04.2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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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K사에 공급한 PB 제품에서 애벌레·노끈 등 나와

1963년 이후 42년간 ‘라면 원조 기업’으로 불려온 삼양식품이 각종 이물질 논란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주력 상품인 ‘불닭볶음면’과 ‘나가사끼짬뽕’에서 벌레·유리조각 등이 나와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본지 취재 결과, 삼양식품이 일본에 납품한 PB 상품(생산 위탁 제품)의 포장과 위생 부분에 클레임이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K사는 2012년부터 삼양식품이 생산한 컵라면을 납품받아 판매해왔다. 그러나 컵라면 뚜껑이 접착되지 않거나 포장이 터져 플레이크가 노출되는 등 제품 하자가 상당수 발견됐다. K사는 머리카락·애벌레·노끈 등 이물질 검출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65건의 클레임을 제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K사가 샘플로 제공받은 삼양의 컵라면 개봉 동영상. 뚜껑을 열자마자 나방이 날아 나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K사 제공
2013년 6월 삼양이 K사에 납품한 컵라면에서 노끈이 나왔다. 삼양 측은 당시 K사에 보낸 문서를 통해 ‘플레이크 원료 가운데 하나인 건당근의 포장 비닐에 썼던 노끈이 믹서하는(가는) 과정에서 들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삼양 측이 원료를 입고할 때 더 철저히 점검하고, 원료를 밀봉할 때 노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일본 납품 제품에서 30건 이상 클레임

그러나 2014년 2월에도 이취(세제 냄새), 뚜껑 접착 불량 등 거듭된 클레임이 발생해 삼양 측은 또 해명서를 보냈다. 지난해 7월에는 컵라면에서 화랑곡나방(일명 쌀벌레) 유충이 나와 삼양식품 품질안전팀이 원인조사서를 보내기도 했다. ‘포장 용기에 구멍을 뚫고 침입하는 화랑곡나방 유충의 특성상 제조 공정에서 벌레가 들어갔다고 보기보다는 유통 및 보관 과정에서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었다. 제조 공정에서 벌레가 들어갔다면 기계에서 1㎜ 형태로 잘렸을 것이며, 튀김 공정을 통과했다면 벌레의 온전한 색상이나 형태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양 측은 당시 조사서를 통해 ‘유통 및 보관되는 과정에서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철저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방제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K사가 65건의 클레임을 제기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삼양 측은 4월10일 본지에 “K사가 삼양 측에 접수한 클레임은 33건이다. 접수된 클레임이 모두 이물질이 혼입된 건은 아니다”며 “수프 포장지 절단이 잘못됐거나 바닥 인쇄 불량 등 미세한 문제와 보관상 부주의로 라면에서 냄새가 발생한 것 등이 포함됐다. 33건에 대해서는 원인 규명을 한 뒤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새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도 발생했다. 일본엔 우리나라의 이마트, 미국의 월마트와 유사한 대형 유통기업인 이온(AEON)이 있다. 이곳에는 많은 제품이 PB 상품 형태로 공급된다. 이온에 납품하기 위해 K사는 2014년 5월, 삼양과 약정서를 체결했다. 그러면서 K사는 삼양 측에 이온에 들어갈 제품 샘플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삼양 측은 간장맛·해물맛 등 맛별로 5개씩의 컵라면 샘플을 보냈다. 그런데 그 컵라면에서 벌레가 나왔다. 컵라면에 물을 부으니 유충이 떠올랐고, 다른 컵라면 뚜껑을 열자 나방이 나오기도 했다. K사가 본지에 제보한 동영상을 보면, 삼양의 컵라면 용기에 ‘간장맛’이라고 쓴 종이를 별도로 붙여놔 삼양 측이 샘플 용도로 제공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동영상에서는 컵라면을 개봉하고 수프 봉지를 꺼내니 갑자기 아래쪽에 있던 나방이 튀어 나오는 장면이 나온다. 나방은 한 마리가 아니었다. 용기 옆면에 붙어 있던 나방이 기어 나왔고, 라면을 뒤적이자 다른 한 마리가 또 날아올랐다.

삼양 측은 이에 대해 “(해당 샘플은) 수작업으로 만든 제품으로, 시중에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다. 실험실에서 샘플을 만드는 과정에서 재료 문제로 벌레가 발생했을 수도 있고, 유통 과정에서 들어갔을 수도 있지만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기는 어렵다”며 “수작업으로 인한 문제일 가능성이 있어 실제 판매되는 제품과 동일한 품질의 샘플 70개를 수작업이 아닌 생산 라인을 통해 만들어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샘플이라고 해도 벌레가 들어가는 것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문제다. 앞으로 더욱 신경 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삼양이 납품한 K사 컵라면에서 나온 유충들. ⓒ K사 제공
삼양식품 측 “피해 배상 책임 없다”

K사 측은 “삼양은 지속적인 클레임을 제기해도 품질을 개선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K사는 3월20일자로 삼양 측에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지금까지 불량 제품으로 입은 피해와 상품 공급이 되지 않아 생긴 피해, 샘플로 사용하고 남는 제품들을 판매하기 위해 준비한 전시회 출전비용 등에 대해 보상을 요구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삼양 측이 납품한 컵라면 용기 뚜껑 인쇄 상태가 좋지 않아 판매가 부진했고, 결국 가격을 할인해서 판매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K사는 이온에 납품하기로 했던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이온 측이) 샘플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는데 삼양 측이 샘플을 제공하지 않아 계속 재촉했다. 그러자 삼양 측은 샘플 용도로 세 가지 제품을 2350박스씩(총 7050상자) 발주하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세 가지 제품 2350박스만 발주했다. 그런데 발주한 물량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K사는 4월16일 삼양 측에 2차 공문을 발송했고, 법적 소송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삼양 측 주장은 다르다. “샘플 70개를 발송하겠다고 통지했으나 공급 가격 등에 대한 협의가 되지 않아 샘플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양은 4월13일 K사 내용증명에 대한 답변서를 보내 ‘뚜껑 품질에 대한 개선 요청을 이전에 한 적이 없고, 할인 판매에 관한 통지도 받은 사실이 없기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내용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없다’고 밝혔다. 이온과 관련한 계약에 대해서도 ‘공급 가격과 부자재 처리가 합의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온사 공급과 관련해 체결한 약정서도 전에 거래했던 제품에 대한 약정서이기 때문에 새로 규격이 바뀐 제품을 거래하려면 새로운 협의를 해야 하는데 K사가 거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양 측은 “삼양이 본래 이온에 제공하기로 한 제품은 이온사 PB 제품으로 판매하기로 했던 것인데, K사 측에서 임의로 자사 브랜드로 생산을 요청했다. 양사의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제품을 발주했기 때문에 정식 주문으로 접수하지 않았다”며 “K사와 재계약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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