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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독진’ 탓에 천도까지 고민하다

최악의 황사로 고통받는 중국…2개월간 공장 527개 폐쇄

모종혁│중국 통신원 ㅣ 승인 2015.04.30(Thu) 18: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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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5일 올해 들어 최악의 황사가 중국 수도 베이징을 덮쳤다. 오후에 불어닥친 황사로 인해 가시거리가 1㎞ 이하로 떨어졌다. 시민들은 저마다 마스크나 머플러로 입과 코를 가린 채 다녀야 했다. 이날 베이징 기상 당국이 측정한 미세먼지(PM10) 농도는 700~800㎍/㎥을 넘어섰다. 일부 지역에서는 무려 1000㎍/㎥에 달했다. 건강한 사람도 밖에서 10분 이상 서 있으면 목과 눈이 따끔거릴 정도였다.

중국 서북부의 황사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3월 신장·위구르 자치구와 간쑤성에는 가시거리가 5m밖에 안 되는 슈퍼 황사가 5차례나 발생했다. 과거 필자가 취재차 2차례 방문했던 간쑤성 민친 현 신거우 4촌은 황사의 대표적인 피해 지역이다. 이곳은 황사로 인해 급속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반세기 전만 해도 마을에서 30여 ㎞ 떨어져 있었던 바단지린 사막은 이제 주택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이 때문에 리완샹 촌장(49)은 봄철 하루 일과를 대청소로 시작해 대청소로 끝낸다. 밤새 집 안 곳곳에 쌓인 모래를 쓸어낸 뒤 저녁에 밭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어김없이 모래가 수북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리 촌장은 “끊임없이 불어오는 거센 모래 폭풍에 못 견뎌 마을 주민 3분의 1이 고향을 떠났다”고 말했다.

   
황사 공포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중국에서는 스카프로 얼굴을 둘러싼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 Imaginechina
황사와 미세먼지 조합은 최근 일

한동안 뜸했던 황사가 중국을 다시 휩쓸고 있다. 올해 황사는 최근 10년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지난겨울 중국 북부가 예년보다 포근했고 눈이 오는 날이 적었기 때문이다. 사막 지역에선 땅이 건조하고 햇볕이 강하면 대기가 불안정해진다. 고비 사막, 황토고원, 타클라마칸 사막 등은 이런 기후조건에 민감하다.

우리의 편견과 달리 황사는 인간에게 마냥 해가 되지는 않는다. 우리 측 사서에는 ‘신라 아달라왕 21년(174년)에 흙비(雨土)가 내렸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처음 나온다. 그 후 역대 왕조는 황사에 대한 정확하고 꼼꼼한 기록을 남겼다. 황사를 잘못된 정사(政事)에 대한 하늘의 응징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황사 입자에는 칼슘·철·나트륨·마그네슘 등 땅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알칼리성 물질이 다수 함유돼 있다. 황사 발원지의 토양이 한반도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런 물질은 산성비를 중화시키고 강과 호수의 산성화를 방지한다. 과거 중국에서 넘어온 모래와 흙먼지가 한반도의 강과 호수를 옥토로 탈바꿈시키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황사가 우리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변모한 것은 오염물질을 동반하면서부터다. 지난 반세기 동안 중국은 급속한 경제 성장을 추진했다. 발전소와 공장에서 무분별하게 화석연료를 사용했다. 14억 인구가 소비하는 난방과 취사는 그 규모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이런 개발 위주 정책과 그 과실로 얻은 풍요는 환경을 희생시킨 토대 위에 이뤄졌다. 그로 인한 환경의 역습이 바로 스모그다. 스모그는 발전소·공장·자동차 등에서 배출되는 매연으로 오염된 공기를 일컫는다. 여기에는 연소되지 않은 탄소 알갱이와 각종 중금속, 유기물질 등이 섞여 있다. 중국의 황사는 해발 500~1500m의 사막이나 건조 지대에서 발생해 저지대로 떨어진다. 이때 허베이·랴오닝 등지에 있는 공업 지역을 통과하면서 스모그를 함유한 미세먼지를 동반한다. 4월15일 베이징을 강타한 황사도 이 미세먼지를 끼고 있어 인체에 해를 끼친 것이다.

황사가 미세먼지를 함유하게 된 것은 근래의 일이다. 황사를 ‘죽음의 독진’이라 오해한 것은 스모그와 미세먼지가 결합된 역학관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탓이다. 미세먼지와 달리 황사의 발생은 사막화와 온난화가 주범이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에 따르면 전 세계 건조 지대의 70%, 지구 지표면의 4분의 1에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몽골과 중국은 아시아에서 사막화가 가장 심각한 나라다.

해마다 중국에서는 서울 면적의 4배인 2460㎢가 메말라가고 있다. 중국 사막화의 3대 피해지 중 하나인 민친 현도 과거에는 실크로드로 통하는 하서회랑의 오아시스 도시였다. 20세기 초만 해도 민친 현 내에는 1200여 개의 크고 작은 하천과 호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수백 개의 하천과 호수가 메말라 사라졌다. 20여 년 전부터는 지하수마저 고갈돼 현재 연간 6억 톤의 물이 부족하다.

온난화는 티베트 고원에서 뚜렷이 확인된다. 아시아의 젖줄인 황허(黃河), 양쯔 강(長江), 메콩 강은 평균 해발 3600m인 칭하이(靑海)성 빙하 지대에서 발원한다. 티베트 고원에서 흘러내린 물은 강 주변에 사는 인구 5억8000만명을 먹여 살린다. 그런데 영구동토대의 얼음이 빠르게 녹고 있다. 최근 10여 년간 양쯔 강 수원지를 조사 중인 싱위안훙 중국과학원 연구원은 “티베트 고원의 해빙 속도가 아주 빨라 10년 내 빙하의 30%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막화와 온난화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말라붙는 땅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석탄의 엄청난 소비가 온난화의 원흉이다. 2003년에서 2007년 사이 중국의 석탄 사용량은 2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소비량은 26% 증가했을 뿐이다.

오늘날 중국은 에너지의 70%를 석탄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이미 중국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5%를 차지해 배출 1위 국가가 됐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인정받아 탄소 배출을 제한받지 않는다. 지난 3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해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로 인해 중국에서 연간 26만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황사 영향권인 수도를 옮기자”

최근 들어 중국도 대기오염의 위험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신규 화력발전소의 건설을 최대한 규제하고, 원자력발전소와 수력발전소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 도시별로 자동차 운행을 제한하는 차량 부제를 강력히 시행하고 있다.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한 새 환경보호법을 지난 1월부터 발효했다. 4월11일 관영 신화통신은 “개정된 법 시행 후 2개월간 527개 공장을 폐쇄하고 26개 기업에 벌금 1240만 위안(약 21억8240만원)을 부과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학자와 언론은 황사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있고 공업 지대에 둘러싸인 베이징에서 다른 곳으로 천도를 하자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가 중국 탓만 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황사를 확대하는 사막화와 온난화는 전 세계적인 환경 문제인 데다, 황사가 동반하는 미세먼지로 고통받는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중국인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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