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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 심하면 집에만 있으라고요?

환경부·기상청·서울시 등 국민행동요령 단순하고 제각각

노진섭 기자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5.04.30(Thu) 18:2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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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세먼지나 황사가 짙은 날이면 돼지고기를 먹는 사람이 많다. 기름기가 목에 걸린 먼지를 씻어낼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는 탄광에서 탄가루를 마신 광부가 돼지고기를 먹는 습관에서 유래했다. 딱히 돼지고기가 아니더라도 음식을 먹으면 목에 걸린 먼지는 위장으로 내려가겠지만 호흡기에 쌓인 먼지는 제거할 수 없다. 돼지고기는 먹어서 나쁠 것은 없지만 일부러 먹을 필요도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물 자주 마시면 도움

차라리 물을 자주 마시는 편이 가래 배출을 촉진하므로 도움이 된다. 미세먼지가 폐에서 산화 작용을 일으켜 호흡기나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므로 항산화 성분이 많은 과일이나 채소를 섭취하는 것도 좋다.

   
지구의 날인 4월22일 서울광장에서 환경정의 회원들이 교통경찰·환경미화원 등의 옷차림을 하고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황사·미세먼지가 낀 날 일반인이 실천할 방법은 이 정도다.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마스크를 착용한다. 일반 마스크는 효과가 거의 없으며 수술용 마스크도 초미세먼지의 20~25%만 잡아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80% 이상 걸러내는 제품에 대해 황사 방지용 마스크로 인증했다. 이 마스크는 초미세먼지 80% 정도는 막아낼 수 있다. 반대로 20%는 무방비라는 뜻이다. 필터 능력 80%는 정면으로 공기가 통과했을 때를 기준으로 차단 효과를 최대치로 잡은 경우다. 실제로 마스크를 착용하면 얼굴에 밀착되지 않아 틈새로 미세먼지가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맹신하면 곤란하다.

호흡기나 심장 질환자는 으레 마스크를 사용해야 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마스크를 쓰면 공기 유입량이 줄어드는 탓에 숨쉬기가 힘들어 증상이 악화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과 국민이 실천할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껏해야 미세먼지 예보를 하는 정도다. 미세먼지가 많을 것 같으니 외출을 삼가라는 메시지다. 정부 각 부처는 지난해부터 미세먼지 농도를 구분하고 국민행동요령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 농도가 1㎥당 80㎍(마이크로그램, 1㎍은 1000분의 1mg)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 ‘약간 나쁨’으로 구분해 실외 활동을 자제하도록 권고한다.

그런데 환경부·기상청·지자체(서울시)가 제시한 국민행동요령이 제각각이어서 혼란스럽다. 게다가 행동요령도 ‘외출 자제나 제한’ 등 피상적인 내용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이 생긴다. 환경부는 대기환경 정보 홈페이지(에어코리아)를 통해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4단계(좋음, 보통, 나쁨, 매우 나쁨)로 구분하고 행동요령을 제시했다. 그러나 미세먼지 농도 기준이 표기돼 있지 않아 국민은 현재 공기 상태가 좋음 또는 나쁨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제시한 행동요령도 무성의하다. 이를테면 나쁨과 매우 나쁨 단계에서의 행동요령은 ‘심장 질환 혹은 폐 질환이 있는 사람, 노인, 어린이는 장시간 또는 무리한 활동 제한’으로 모두 같다. 굳이 미세먼지·초미세먼지, 일반인·민감군, 좋음·나쁨 등으로 구분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기상청은 농도 기준을 없애고 황사 예보나 특보에 따라 행동요령을 제시하고 있다. 황사 발생 전, 황사 발생 중(황사특보 발령 시), 황사 발생 후로 나누고 각각 가정·학교·농가에서 취할 행동요령을 알렸다.

서울시는 미세먼지 농도 수치에 따라 5단계(좋음, 보통, 약간 나쁨, 나쁨, 매우 나쁨)로 구분했다. 그러나 행동요령은 ‘옥외 활동 자제나 금지’로 일관돼 있다. 약간 나쁜 정도면 외출을 자제하고 많이 나쁘면 외출하지 말라는 ‘빤한’ 내용이다.

국민의 반응은 싸늘하다. 기준도 모호하고 행동요령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부 김은미씨(36)는 “사람은 공기 오염 농도 수치를 몰라도 코·눈·피부를 통해 그 정도를  느낀다”며 “이런 대기오염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국민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꼬집었다.

한 산업보건 전문가는 “대책은 있지만 공무원의 실행 면에서 긴장감은 보이지 않는다. 황사나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하는 일은 국민에게 예보를 전달하는 정도에 그친다”며 “미세먼지는 건강과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연재해라고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제발 숨 좀 쉬자”

시민들이 직접 대기오염 개선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지구의 날인 4월22일 서울광장에 교통경찰·환경미화원 차림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숨 좀 쉬자’는 피켓을 들고 나타났다. 환경단체인 환경정의 회원들이 미세먼지에 집중적으로 노출되는 직업군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연 것이다. 이 단체 관계자는 “미세먼지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을 고조시키고 미세먼지 취약 직업군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를 위해 행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직업군에는 고속도로 요금징수원도 포함된다. 이들은 직업 특성상 미세먼지에 노출된 상태다. 게다가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자동차가 수시로 지나는 곳이어서 직접적인 피해를 겪고 있다. 현재로서는 자동차가 뜸할 때 창문을 잠시 닫아두는 정도로 미세먼지 노출을 피하는 실정이다. 노동부 등은 5월 실태조사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주훈 전국민주연합노조 국장은 “요금소 노동자는 호흡기 질환, 눈병 등을 달고 살 정도로 미세먼지에 노출된 환경에서 일한다”며 “정부에서는 요금소 근로자를 실내 노동자로 구분했는데 그렇다면 공기청정기 설치 등 법적으로 정한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람이 살면서 만들어낸 먼지는 우리 건강을 해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이 부메랑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는 국민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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