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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오 90%는 가짜, 진짜도 약효 없다”

식용 금지된 이엽우피소와 효과 없는 1년생 백수오 사용

노진섭 기자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5.05.05(Tue) 13: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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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를 따라갈 만큼 백수오(2년생 이상)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다. 거의 모든 제품은 이엽우피소(가짜 백수오)를 사용했거나 섞은 제품이다. 또 100% 백수오 제품이라도 1년생이어서 약효가 없다.” 약용작물 전문가·농가와 한의사들이 백수오 제품에 대해 내린 결론이다. 가짜가 판을 치는 데다 진짜라도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지경이어서 백수오 원료의 진위를 가리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여성 갱년기 증상 완화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최근 몇 년 새 불티나게 팔린 백수오(은조롱 뿌리) 제품의 원재료가 가짜로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원은 4월21일 백수오 원료에서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엽우피소는 중국과 타이완에서 식품 원료로 사용하지만 독성이 있고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국내에서는 2007년 재배나 유통이 금지됐다.

   
ⓒ 일러스트 정찬동
   
서울지방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가 백수오 유전자 추출 전처리 과정 작업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수요 늘어도 재고 쌓이는 이상한 현상

약초 전문가들 사이에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형범 한국전통심마니협회 회장(대법원 약용작물 감정인)은 “본격적으로 백수오를 상품화한 게 고작 2년 정도인 데다 공급량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수많은 백수오 제품이 생산되는 것을 보고 약용작물 전문가들은 이엽우피소로 만든 것임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그 많은 제품을 만들어낼 백수오를 어디서 재배하느냐고 한 건강기능식품업체에 물었지만 묵묵부답이었다”고 덧붙였다.

내츄럴엔도텍은 10여 년 전부터 백수오를 재배해오다 농가와 계약 재배를 시작했다. 지난해엔 16만평에서 백수오 150톤을 계약 재배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 관계자는 “계약한 농가에서 수매한 백수오 물량이 많아 이엽우피소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평당 1~2kg의 백수오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16만평에 150톤을 계약 재배했다는 업체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특용작물 생산 실적에 따르면 백수오의 재배 면적은 2013년 21만평으로 전년도 2만7000평보다 4배 이상 늘어났다. 백수오는 과거 일부 농가가 재배했지만 생산성이 맞지 않아 재배를 꺼렸다. 백수오가 대중화된 것은 5~6년 전 약용작물 전문가인 김  아무개씨가 종자를 일부 농가에 분양하면서 시작됐다. 김씨는 “당시 재배 농가는 10여 곳에 불과했고 재배 면적도 농가당 50~100평, 넓어도 300평을 넘지 않는 소규모였다”며 “2~3년 전부터 100평 이상 부지를 가진 재배 농가가 100여 곳으로 늘어났고, 재배 면적도 농가당 최대 3000평 정도로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건강기능식품 생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의 2013년 생산액은 704억원으로 전년(100억원) 대비 약 7배 이상 증가하는 등 한 번도 오름세가 꺾이지 않았다. 백수오 제품군의 전체 시장 규모는 약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2012년 200억원대이던 내츄럴엔도텍의 매출은 지난해 1200억원대로 급증했다. 내츄럴엔도텍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업체는 동아제약·CJ오쇼핑·천호식품 등 30여 개 제약사와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에 백수오 원료를 공급했다. 완제품은 TV홈쇼핑, 방문판매,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팔렸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도 농가 수익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재배 농가에서 5~6년 전 kg당 6만~7만원에 팔던 백수오 가격이 서서히 내려가더니 지난해 2만원대로 떨어졌다. 재배 농가들은 이엽우피소가 백수오로 둔갑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있다. 재배 기간이 2~3년인 백수오에 비해 이엽우피소는 1년이면 출하할 수 있다. 게다가 가격도 백수오의 3분의 1 수준이다. 백수오를 재배하고 있는 김씨는 “과거보다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고 재배 농가(공급)는 변함이 없으니 오히려 가격이 올라야 함에도 실제 상황은 반대로 나타났다”며 “현재 농가에 백수오가 재고로 쌓여 있는데, 그 많은 완제품은 무엇으로 만들었을까를 생각해보면 중국에서 수입해온 이엽우피소가 아니면 답이 없다”고 말했다.

“100% 백수오 제품이라도 약효 없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백수오 제품 32개를 조사해보니 3개만 100% 백수오인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중 9개에서는 이엽우피소 성분이 나오거나 아예 성분 확인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식약처도 4월30일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원료를 검사한 결과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내츄럴엔도텍은 이엽우피소를 백수오로 둔갑시켜 판매한 것일까. 고의로 속일 의도는 없었더라도 농가에서 원재료를 납품받는 과정에서 이엽우피소가 혼입됐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내츄럴엔도텍은 농장 2곳으로부터 백수오를 공급받는데, 이 농장도 150여 농가로부터 납품을 받는다. 김태민 식품 전문 변호사는 “업체가 일부러 이엽우피소를 사용하지는 않았겠지만 농가에서 받은 백수오에 이엽우피소가 섞여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내츄럴엔도텍의 무리한 출하 독촉 때문으로 보인다. 완제품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자 내츄럴엔도텍은 농가에 백수오 출하를 재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농민은 “백수오를 오래 재배하면서 실험한 결과 상품 가치가 있는 2년생 이상만 출하한다”면서 “그런데 지난해 금산(내츄럴엔도텍에 백수오를 공급하는 지역)에서 1년짜리 백수오를 kg당 3000~4000원에 납품했다. 내츄럴엔도텍이 농가에 출하를 독촉했다고 들었다. 말이 1년생이지, 봄에 심어 가을에 수확한 것이니 1년도 채 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심마니협회 “야생 40년 이상 백수오여야 약효”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든 싼 가격에 수매하기 위한 것이든 1년생 백수오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1년생 백수오에서는 특정 약효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약초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전통심마니협회에 따르면 야생에서 40~50년 자생한 것을 약효가 있는 백수오로 쳐준다. 한 뿌리에 20만원이 넘는다. 심마니협회 정형범 회장은 “백수오는 본래 단기간에 재배하기 어려운 종”이라며 “내츄럴엔도텍에 공급한 1년생은 약효가 없다”고 말했다.

백수오를 재배하는 한 농민은 “업체가 지난해 공급량이 부족하다며 우리 쪽에도 1년짜리 백수오를 납품해달라고 요청했었다”며 “그러나 약효가 하나도 없는 1년생을 파는 것은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라고 생각해 납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때 백수오를 한약재로 사용했던 한의원도 현재 거의 취급하지 않는다. 약효가 없기 때문이다. 한 아무개 한의원 원장은 “과거 인삼 대신 썼지만 약효가 뛰어나지 않아 지금은 한의학에서 많이 활용하는 ‘빈용 약재’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한의사 서 아무개 원장은 “자연산이 아니면 약효가 떨어진다. 아무리 오래 재배한 삼이라도 자생한 산삼보다 못한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기술의 발달로 1년만 재배해도 야생에서 자란 것보다 더 크게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심마니협회 정 회장은 “2~3년 재배하는 농가는 바보인가. 1년 이내에 그만큼 키우려면 농약과 성장촉진제를 농촌진흥청의 지도나 감독 없이 주입했을 것이다. 농약과 중금속이 당장 큰 부작용을 일으키지는 않더라도 몸에 쌓여 사람을 병들게 한다. 농약이나 중금속은 씻는다고 해소되는 것이 아니다. 농약이 묻은 인삼 모종을 산에 8년 동안 심어도 농약이 그대로 검출된다. 백수오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실험 결과가 앞으로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가짜 백수오’ 논란은 소비자원이 최근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원료에서 이엽우피소 성분이 나왔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소비자원은 서울서부지방검찰청·경기도특별사업경찰단과 공동으로 시중에 유통 중인 32개 백수오 제품의 진위 여부를 조사했다. 유전자검사 결과 32개 중 백수오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은 3개(9.4%)에 불과했다. 12개 제품(37.5%)은 백수오 대신 이엽우피소를 사용했다. 9개 제품(28.1%)은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를 혼합했다. 8개 제품(25%)에서는 백수오를 원료로 한 것으로 표시된 것과 달리 백수오 성분을 확인할 수 없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백수오 제품 10개 중 9개는 가짜인 셈이다. 실제로 2014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된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추정 사례 1733건 중 백수오 제품 관련 사례가 301건(약 17%)으로 전체 2위를 차지했다.

   
업체 측 “시중에 판매하는 백수오는 진짜”

백수오 완제품을 판매하는 제약사와 건강기능식품업체들은 제품을 자발적으로 회수·폐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내츄럴엔도텍은 원료의 자발적 회수와 폐기를 거부했다. 소비자원은 4월22일 이 업체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김재수 내츄럴엔도텍 대표는 “식약처가 2월 검사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소비자원이 이를 무시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공인 기관의 검사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이 업체에서 시료를 채취해 검사에 들어갔고 4월30일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가짜 백수오로 판명이 난 것이다. 내츄럴엔도텍은 이날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지만 현재 시중에 판매된 제품은 100% 백수오라고 주장했다. 식약처는 백수오 제품을 생산하는 300여 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전반적인 특별점검에 들어갔다. 시중에 유통된 제품을 수거해 검사를 실시 중이다. 이번 특별점검과 수거 검사 결과에 따라 회수 등의 행정처분 조치를 취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백수오·이엽우피소·하수오 차이 


   
백수오는 한반도 자생 식물인 은조롱의 뿌리로 백하수오라고도 부른다. 사상의학 창시자 이제마는 저서 <동의수세보원>에서 적(赤)하수오와 백(白)하수오를 분류했는데, 적하수오가 하수오, 백하수오가 백수오다. 꽃색은 황록색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황갈색의 뿌리(백수오)만으로는 이엽우피소와 구분하기 힘들다. 여성 갱년기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엽우피소는 중국 자생 식물인 넓은잎큰조롱의 뿌리다. 꽃색은 황백색이다. 뿌리 자체는 백수오보다 상대적으로 길고 굵은 편이지만 두 뿌리가 섞여 있으면 식별하기가 힘들다. 간 독성, 신경 쇠약, 체중 감소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는 연구보고가 있고 국내에서 식품 원료로서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

하수오(적하수오)의 꽃은 흰색이고 뿌리 자체는 고구마 모양이어서 구별하기가 비교적 쉽다. 탈모나 흰머리 개선에 유용하다고 알려졌다. 하수오란 명칭도 하씨 성을 가진 사람이 이 약초를 먹고 머리카락이 까마귀처럼 까맣게 됐다는 중국의 고사에서 유래한다. <동의보감>에는 정수를 채우고 털과 머리카락을 검게 하며 안색을 좋게 하고 늙지 않게 하며 명을 연장한다고 쓰여 있다. 

 

 


 
 

내츄럴엔도텍은 어떤 회사인가  


   
2001년 자본금 5300만원으로 설립됐다. 성장호르몬에 대해 연구하다 2002년부터 여성용 의약품을 개발했다. 2005년 초피나무·댕댕이덩굴 등 한약재 추출물을 성분으로 하는 다이옥신 유사 물질에 대한 특허권을 취득했다. 2007년 출시한 백수오 추출 의약품으로 50억원 넘는 매출을 올렸다.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을 받았고 2012년 TV홈쇼핑 등을 통해 백수오 완제품이 알려졌다. 2013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2014년 경기도 이천에 백수오 추출물 공장을 설립하고 백수오 원료 공급에 전력을 쏟았다. 벤처기업을 코스닥 10위로 키운 김재수 대표(51)는 서강대 화학공학과 82학번으로 2009년에는 바이오 석사 학위를 받았다. 유공(현 SK에너지)과 한솔그룹에서 10년 정도 일한 후 벤처 열풍을 타고 바이오 벤처회사(내츄럴엔도텍)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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