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 집 ‘꼼수 경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5.05.0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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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동 고급 빌라 딸이 낙찰…실거주자는 아들 부부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은 한때 ‘테마상가의 원조 디벨로퍼’로 불렸다. 그는 1984년 지방 건설사인 호프주택건설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1990년대 중반에는 국내에 생소한 ‘복합 테마 전자 쇼핑몰’ 건립을 추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세인들은 “세상물정 모르는 지방 건설업자의 무모한 도전”이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백 회장은 쓰레기 하치장과 모래사장으로 버려진 땅 위에 지상 39층, 연면적 7만8000평의 테크노마트를 건립했다.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는 현재까지도 서울 남동부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백 회장은 M&A(인수·합병)에도 탁월한 수완을 보였다. 부도 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인수해 우량 회사로 변신시켰다. 프라임엔터테인먼트·한글과컴퓨터·프라임상호저축은행(현 BNK저축은행)·(주)삼안·동아건설 등이 이런 식으로 프라임그룹에 편입됐다. 2006년에는 대우건설 인수전에도 뛰어들어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7년까지 프라임그룹은 총자산 1조8580억원으로 재계 순위 66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이 2011년 8월 프라임저축은행의 뱅크런 사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현철 전 삼미그룹 회장 자택 경매로 매입

하지만 백 회장의 성공 신화는 여기까지였다. 백 회장은 2008년 10월 회사 돈 수백억 원을 횡령 및 배임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이듬해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가 2012년 5월 200억원대 불법 대출을 지시한 혐의로 또다시 검찰에 기소됐다. 대법원은 2013년 말 백 회장에 대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백 회장은 자택까지 경매로 내놓게 됐다. 서울 방배동의 고급 빌라 밀집 지역에 위치한 하얀빌라 302호였다. 대지 지분은 185㎡(약 56평)이고, 건물 지분은 316㎡(약 95평)로 감정가는 15억원 상당이다. 백 회장의 부인 임명효 전 동아건설 회장이 소유주였다. 백 회장이 2011년 이 집을 답보로 거액을 대출받았다가 빚을 갚지 못하면서 경매에 부쳐진 것이다.

이 집은 한때 김현철 전 삼미그룹 회장의 자택이었다. 1996년까지만 해도 삼미그룹은 재계 순위 26위로 삼미슈퍼스타즈 프로야구단까지 운영하고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삼미그룹은 부도 처리됐고, 김 전 회장의 자택 역시 경매로 넘어가게 됐다. 프라임그룹도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건설 경기가 바닥을 기면서 주력 계열사인 프라임개발과 신안은 2011년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기업 개선 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백 회장은 프라임저축은행과 한글과컴퓨터를 매각해 재기에 나섰지만 경영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백 회장 소유의 빌라는 2014년 1월 또다시 경매로 넘겨지는 처지가 됐다.

빌라를 낙찰받은 사람은 백 회장의 외동딸인 아영씨다. 경매가 한 번 유찰되면서 낙찰가는 13억3000만원으로 떨어졌다. 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아영씨와 장 아무개씨가 현재 이 집의 지분 절반씩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장씨는 아영씨의 남편으로 추정된다. NH농협은행 일산호수지점은 이 집에 채권최고액 10억8000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해놓은 상태다. 금융회사가 대출액의 10% 정도를 더해 채권최고액을 설정하는 점을 감안하면 10억원 정도를 대출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아영씨가 인수한 빌라의 실제 거주자가 백 회장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 빌라 관계자는 “302호에는 원래 백 회장 부부가 살았다. 현재는 아들 부부가 이사해 거주 중”이라며 “백 회장이 어디로 이사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아영씨 부부는 이 빌라의 102호에서 시부모를 모시고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2호 역시 백 회장 소유다. 백 회장은 2003년 이 빌라를 경매로 낙찰받았다. 때문에 빌라 경매가 세금 추징이나 채권단의 독촉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백종헌 회장이 두 채를 소유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1-115번지 하얀빌라. ⓒ 시사저널 최준필
102호와 302호에 백 회장 자녀들 거주

실제로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은 1990년대 중반 사업에 실패하면서 84억원 상당의 지방세를 체납했다. 국세 체납액도 700억원대에 이른다. 조 전 부회장 소유였던 서울 장충동 빌라는 2004년 법원에 압류돼 공매 처분됐다. 조 전 회장의 매제가 나중에 이 빌라를 인수했다. 바로 옆에는 아내인 이미성씨 명의의 빌라가 있었다. 조 전 회장은 두 빌라를 연결해 사실상 한 채처럼 써왔다. 2013년 9월 서울시 38세금징수팀이 조 전 회장의 집을 기습 방문했다. 매제 소유의 집에서는 비밀금고가 발견됐다. 38세금징수팀은 집 안에서 발견된 5만원권 수백 장과 초고가 패션 브랜드 의류 등을 발견해 압류 조치했다.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과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등도 현재 거액을 체납하고 있다. 이들은 “세금을 낼 돈이 없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녀나 부인 명의 주택에서 호화생활을 해오다 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백 회장 소유의 빌라도 의문이다. 이 빌라 102호 역시 백 회장 소유로 여러 차례 경매에 부쳐졌다. 심지어 백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던 프라임상호저축은행도 이 빌라를 가압류했고, 여러 차례 경매도 진행했다. 그때마다 압류가 해제되거나 법원에 의해 경매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2014년 11월에는 동아건설이 건물을 가압류했다가 이듬해 3월 취하해 의문이 일고 있다. 2013년부터는 경매가 계속 유찰되면서 최소 경매가는 2003년 15억원에서 현재 9억6000만원까지 떨어졌다.

경매업계에서는 백 회장이 채권단과 협의를 통해 시간 끌기를 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경매 물건인 빌라에서 백 회장의 딸과 아들 부부가 아무런 제재 없이 거주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얀빌라 101호는 현재 국민은행·프라임상호저축은행·예금보험공사·솔로몬저축은행 등에 의해 수십억 원의 저당이 잡혀 있다”며 “백 회장이 근저당을 설정한 채권단과 합의를 했기 때문에 경매 기각이 가능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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