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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결혼식 때 간택되면 주가 ‘껑충’

한 병에 5000만원 넘는 와인도…한국선 ‘이건희 와인’ 유명

유현희│파이낸셜뉴스 기자 ㅣ 승인 2015.05.07(Thu) 17:3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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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2월 영국 엘리자베스 2세의 여왕 즉위를 축하한 와인은 ‘샤토 페트뤼스’다. 이전까지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가라지 와인이었다. 가라지 와인은 시중 판매보다 와인 양조자 개인의 소장용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생산량이 적고, 대중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는다. 주로 차고나 창고에서 만든다. 샤토 페트뤼스는 여왕과 함께 신분 상승에 성공했다. 차고를 벗어나 왕실의 로열패밀리들과 재벌가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와인이 됐다. 샤토 페트뤼스는 훗날 미국 케네디가(家)를 비롯한 상류사회에서 가장 사랑받는 와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와인은 로열패밀리들의 특별한 날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메시지를 담게 된다. 엘리자베스 2세의 손자인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 피로연 와인이 국내에 수입되자마자 완판된 데도 이 같은 특별함이 한몫했다.

   
로열패밀리들의 선택을 받는 것만으로도 와인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사진은 ‘대한제국 외국 공사 접견례’ 재현 행사 모습. ⓒ 뉴시스
포트와인 유래는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

유럽의 역사 때문에 탄생한 와인도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 때 일이다. 영국은 프랑스로부터 더 이상 와인을 수입할 수 없게 되자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와인 공급처로 삼았다. 당시 프랑스에 비해 양조 기술이 뒤떨어졌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와인은 영국에 도착하기 전 산화(변질)되기 일쑤였다. 변질을 막기 위한 방책으로 주정을 강화하게 됐는데 이것이 바로 포트와인의 시작이다. 포트와인은 당시 영국으로 와인이 수출되던 항구 이름인 포트 항에서 유래했다. 영국 왕실의 포트와인 사랑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엘리자베스 2세의 만찬 피날레 와인으로 알려진 ‘다우’ 역시 포트와인이다.

절대 권력을 지녔던 루이 14세에겐 유독 와인에 얽힌 일화가 많다. 그의 정부였던 퐁파두르 부인과 측근이자 왕족 출신 콩티 공은 로마네 와이너리 소유권을 놓고 치열한 암투를 벌였다. 로마네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로마와도 연관이 깊다. 5세기 로마군이 프랑스 부르고뉴를 점령했을 때 마을 중 하나를 로마네로 명명했고 훗날 이 지역에 와이너리가 들어선 것. 최종적으로 와이너리 소유 경쟁에서 승리한 이는 당시 비밀경찰을 통솔하던 콩티 공이었다. 로마네 와이너리에 콩티가 더해져 지금의 로마네 콩티가 된 배경이다. 이 와인은 현존하는 와인 중 가장 비싸다. 웬만한 중형차 한 대와 맞먹는 가격을 자랑한다. 빈티지에 따라서는 5000만원을 상회하기도 한다.

루이 14세의 총애를 받은 와인으로는 토카이와 돔페리뇽 외노테크 빈티지를 꼽을 수 있다. 태양왕이라는 닉네임처럼 절대 권력을 휘둘렀던 루이 14세는 토카이를 “왕 중의 왕은 나요, 와인 중의 왕은 토카이”라고 칭했을 만큼 신봉했다. 하지만 루이 14세의 식탁에 가장 친숙한 와인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돔페리뇽이다. 일반적으로 샴페인은 논빈티지(빈티지가 없는)가 대부분이지만 루이 14세는 돔페리뇽 가운데서도 고가 제품인 돔페리뇽 외노테크 빈티지를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왕실의 사랑을 받은 와인은 아니지만 왕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아 만들어진 와인도 있다. 이탈리아 와인인 돈나푸가타는 공교롭게도 루이 14세의 손자며느리인 마리 앙투아네트와 연관이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친언니인 마리아 카롤리나 왕비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남편을 대신해 섭정을 펼칠 만큼 강인한 여인이었지만 나폴레옹의 군대가 나폴리를 점령하자 시칠리아로 도망가는 처지에 이른다. 돈나푸가타는 이탈리아어로 ‘도망간 여인’이라는 뜻이다. 마리아 카롤리나의 절박한 스토리를 담은 만큼 레이블 디자인에도 말을 타고 도망가는 여인과 눈물을 흘리는 여인 등을 담았다.

스웨덴 왕실의 빅토리아 왕세녀는 귀족이나 다른 국가의 왕족이 아닌 자신의 헬스트레이너와 결혼해 화제를 모았다. 이 결혼식 연회에는 유럽을 제치고 호주 와인인 ‘노블 원’이 선정됐고, 이 와인은 이후 결혼식 선물로 각광을 받게 됐다.

영국 왕실의 결혼식에 등장한 와인들은 하나같이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의 결혼식에서는 프랑스 와인이 아닌 스페인 와인이 주인공이었다. 스페인 와인인 베가 시실리아는 이전까지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얻지 못했지만 이들의 결혼으로 주목받게 되면서 스페인의 로마네 콩티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의 장남인 윌리엄 왕자는 왕실 샴페인하우스로 명명된 폴로저를 결혼 피로연 와인으로 선택했다. 영국의 총리 처칠이 즐겼던 샴페인으로 알려진 폴로저는 처칠 사후 그를 기리는 샴페인인 퀴베드 처칠을 선보이기도 했다.

왕실은 아니지만 현대판 로열패밀리인 재벌가의 결혼식으로 화제가 된 와인도 있다. 10년 전 세계 최대 명품 브랜드 그룹 모에헤네시(LVMH)의 장녀이자 세기의 상속녀로 손꼽히는 델핀 아르노의 결혼식에는 ‘간치아 아스티’가 만찬주로 선정됐다. 간치아 아스티 역시 왕실과 연관이 깊다. 간치아는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의 명가다. 간치아 아스티는 1870년 이탈리아 사보이 왕조의 왕이었던 빅토리오 엠마누엘 2세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왕실의 사랑을 받으면서 이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모든 와인에 ‘왕실의 간치아(Royal Gancia)’라는 문구를 넣을 수 있게 됐다.

   
국내 재벌가에서 선호하는 와인도 주목

국내의 로열패밀리들도 유럽 왕실 못지않게 와인 사랑이 각별하다. 특히 이건희 회장은 와인업계의 블루칩으로 통한다. 와인업계에는 이 회장이 선택한 와인을 산지에서 추가 구매하면 재고 부담이 없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다.

이건희 와인으로는 5대 샤토 중 하나인 ‘샤토 라투르’와 생일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샤토 몬텔레나 이스테이트 카베르네 소비뇽’, 칠순 때 선물한 와인인 ‘피터 마이클 벨 코트 샤도네이’, 평창올림픽위원회 동계올림픽 평가단 영접 시 선보인 ‘푸피유’ 등이 꼽힌다.

최근 주가 상승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은 프랑스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루뒤몽 와이너리의 ‘주브레 샹베르탱’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본무 LG 회장은 한정 생산되는 컬트와인 ‘카트눅 오디세이’를 선호하고,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칠레산 레드와인 ‘비냐 마이포’와 뉴질랜드산 화이트와인 ‘실레니’를 임직원들에게 자주 권한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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