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게이트
  •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
  • 승인 2015.05.0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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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죽음이 정치자금 불법 제공을 넘어 사면 로비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성 전 회장은 노무현 정권 마지막 순간에 이례적으로 두 번째 사면됐는데, 그 배후를 두고 여러 추측이 나돌고 있다. 본인들은 부정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와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강금원씨,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관련돼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법무비서관을 지낸 박범계 의원이 사면을 받아내기 위한 거대한 지하 시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비춰보건대 정치인과 기업인의 사면을 두고 배후에서 치열한 로비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면 대한민국에는 사람에 따라서 각각 다른 정의(正義)가 있는 셈이다. 보통 사람들과 달리 정치인과 기업인들은 전관예우를 동원할 수 있는 막강한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재판을 받아서 형량을 줄이고, 사면 로비를 통해 그렇게 줄어든 형량도 제대로 채우지 않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재판은 법관의 판결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그나마 최소한의 공정성이 담보된다고 하겠으나 사면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재량에 따른 것이니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사면은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예외이기 때문에 일반사면은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특별사면도 일정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 통합을 한다거나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무더기로 특별사면을 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면이 검은 로비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음이 드러났으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권 말기에 이루어지는 사면이 특히 문제인데, 성완종 전 회장에 대한 두 번째 사면은 노무현 정권 마지막 순간에 이루어진 것이라서 특히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클린턴 대통령이 정권이 끝나가는 최후 순간에 무더기로 사면을 해서 물의를 일으켰다. 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임기 종료를 앞두고 딕 체니 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내다가 리크 게이트와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던 스쿠터 리비에 대한 사면을 거부했다. 그러자 체니 부통령은 정색을 하고 “전우를 전쟁터에 남겨두고 갈 수 있느냐”고 부시에게 대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큰 문제는 대통령의 사면 때문에 재벌 총수들이 유죄 판결을 받고서도 제대로 복역하는 사례가 없어 법치주의가 우습게 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뇌물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한 정치인들이 사면·복권에 힘입어 정치 현장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복귀하는 경우가 흔한 것이 특히 문제다. 물론 권위주의적 정부 시절에 시국 사건으로 복역했던 이들이 사면·복권을 통해 정치 일선에 나온 데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뇌물죄 등 각종 비리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았던 정치인들이 사면·복권 절차를 거쳐 정치 일선에 복귀하는 현상은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의 특별사면 권한에 일정한 한계를 정하는 입법적 보완이 시급하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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