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뛰는데 내 집 마련 고민되네
  • 김진수│한국경제 기자 ()
  • 승인 2015.05.1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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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거래량 부쩍 늘어…청약 시장도 호황

계약 만기가 다가오는 전세 세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세가격이 2년 전에 비해 많게는 1억원까지 뛰어서다. 집주인은 인상분을 ‘보증부 월세(반전세)’로 돌려 꼬박꼬박 월세를 받으려고 한다. 집이 한 채 있지만 자녀 교육 때문에 이사를 염두에 둔 학부모의 마음도 좌불안석이다. 막상 집을 장만하려니 기존 아파트를 사야 할지, 새 아파트를 청약해야 할지 등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주변에서는 2017년께 입주 대란으로 부동산 냉각기가 다시 올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난해 이후 분양 시장이 좋아져서 건설사들이 물량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실수요자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매매 거래 급증, 1순위 청약 단지 속출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해 이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거래 정상화는 곧 부동산 가격 반등과 함께 분양 시장 호조로 이어졌다. 집을 팔고 새 아파트로 옮겨가는 선순환이 가능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전국 연간 주택 매매량은 100만5173건으로 2013년에 비해 18.0% 증가했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06년 이후 최대치라는 게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4월17일 서울 응암동 ‘힐스테이트 백련산 4차 아파트’ 견본주택을 보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 뉴시스
서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9만136건으로 아파트 가격이 최고점을 찍었던 2006년(13만7216건) 이후 가장 많다. 2013년(6만6260건)에 비해서는 36.3%나 늘어났다. 지난해 아파트 거래량이 급증한 것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재건축 기준 연한 30년으로 10년 축소,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정부의 잇단 규제 완화 정책이 효과를 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서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넉 달째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주택 거래 시장에 훈풍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 거래량은 1만3915건으로 2008년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는 2006년 실거래가 조사가 시작된 이래 4월 아파트 거래량으로는 가장 많다. 시장 활성화 기대감과 매매가격 회복세에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전세자의 매매 수요 전환이 늘어나고 임대 사업을 하려는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서울 주택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으로 당분간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데다, 재건축 이주 등으로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임대 수요가 매매로 돌아선 영향이 크다. 최근 저금리 기조 속에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80~90%를 웃도는 곳이 늘어나자 소형 아파트 등을 구입해 임대 사업을 하려는 수요가 많아진 것도 거래량 증가의 원인이다.

청약 시장에서도 2006년의 호황기가 재현되는 느낌이다. 올 들어 수도권에서 공급된 주요 단지가 1순위에서 평균 10 대 1을 웃도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데 이어 당첨자와 예비 당첨자 선에서 100% 계약되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왕십리 뉴타운의 ‘센트라스’처럼 서울 강북 도심의 대형 재건축 단지와 위례신도시, 하남 미사강변도시, 동탄2신도시, 광교신도시 등 서울 주변 택지지구가 관심을 끌고 있다. 경기 김포한강신도시와 용인, 남양주, 의정부, 인천 송도 청라 등 한때 미분양이 많았던 지역에서도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

실수요자들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지면서 대출 금리가 낮아졌다. 청약 후 계약 조건도 거의 부담이 없다. 계약금 10~20%에 중도금 무이자나 이자 후불제가 적용된다. 2년 6개월 후 입주할 때까지 자금 부담이 적다. 입주 때 잔금을 내야 하지만 저금리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하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실수요자는 먼저 기존 주택을 살지, 아니면 청약통장을 활용할지를 살펴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생활권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다. 서울 강북에 살던 사람이 자녀 교육 때문에 강남으로 가야 할 때처럼 생활권을 벗어난다면 선택의 폭이 더 넓을 수 있다. 물론 경제적인 여력을 감안해야 한다. 지은 지 5년 미만의 새 아파트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 재건축 추진 단지는 장래 개발 가치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준공한 지 10~20년 된 아파트는 새 아파트에 비해 내부 평면이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 부담이 덜하다.

일반적으로 도심에서는 재건축·재개발 조합분을 사거나 일반분양 아파트를 청약할 수 있다. 지하철 역세권 오피스텔도 공략 대상이다. 다만 오피스텔은 원룸 형태가 많아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이 거주하기에 적당하다.

수도권 거주자라면 인근 택지지구를 공략하는 게 좋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가격이 저렴한 데다 향후 기반시설이 다 들어서면 가치 상승 여력이 크기 때문이다. 적정선의 프리미엄(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구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인기 지역에서 청약 당첨 확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서다. 분양권 프리미엄은 동(棟)·향(向)·층(層) 등의 리스크를 제외한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부동산정책과 금리 변동 신경 써야

부동산 시장은 수요와 공급, 정부 정책 변수 외에 ‘외풍’에도 적잖은 영향을 받는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기 둔화 등 거시경제도 직·간접적으로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 2년 후 입주 물량이 늘어나 시장에 ‘입주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최근 지방 등에 공급된 아파트는 전용 85㎡ 이하 중소형이어서 중대형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았던 5년 전과는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소형은 상대적으로 몸값이 가벼워 침체기에도 수요자를 찾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어쨌든 단순 시세 차익이 아닌 실거주 목적까지 염두에 둔다면 이들 변수가 실수요자에게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 같다.

전세가격 동향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전세가격 상승폭이 다소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가을 이사철이 오면 전세가격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작지 않다. 서울 강남발 재건축 이주 수요가 전세난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다. 서울만 보면 주택보급률은 여전히 100%를 밑돈다.

전문가들은 은행 대출이 지나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은행 대출을 아파트 가격의 30% 안팎으로 정하는 게 좋다는 게 금융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집값 하락기에 무리한 대출 여파로 ‘하우스푸어(house-poor)’로 전락한 집주인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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