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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분담금 ‘이자놀이’ SOFA 위반

해마다 남는 돈 2000억?3000억…불평등 조항 손질해야

박기학│평화통일연구소 소장 ㅣ | 승인 2015.05.22(Fri) 14: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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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의 혈세로 충당되는 방위비분담금(주한미군 비인적주둔비용 지원비)이 편의적이고 불법적으로 운용되고 있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방위비분담금(군사건설비)을 전용해 미2사단 기지 이전비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것은 미2사단 기지 이전 사업비를 미국이 부담하기로 한 LPP(연합토지관리계획) 협정 위반이다. 미국은 미2사단 기지 이전비로 쓰기 위해 2002년부터 군사건설비의 일부를 쓰지 않고 축적해왔다. 이렇게 축적된 돈이 2008년 말 1조1193억원에 이르렀고, 2014년 1월 현재 6210억원이 남아 있다. 국가 예산은 애초 목적과 달리 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쓰기 위해 따로 사적으로 보관하는 것은 유용이며 국가재정법 위반이다.

또 미국은 축적한 방위비분담금을 자국의 상업은행인 아메리카은행이나 국내 시중은행에 예치해 이자 소득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자 소득만 2002년부터 따져 3000억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자 수취 행위는 영업행위를 금지한 ‘한·미 SOFA(행정협정)’ 7조(접수국 법령 준수) 위반이다. 또 이자 소득을 수취하고도 세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이는 탈세에 해당한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소속 회원들이 2014년 1월13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정문 앞에서 9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협정(SMA) 협상 결과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도 개선 합의 불구 지켜지지 않아

해마다 집행되지 않는 방위비분담금 규모가 2000억~3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방위비분담금이 적정 수준을 넘어 과도한 수준에서 결정돼 운용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런 대규모 미집행액의 연례적 발생은 예산의 원칙인 경제성(낭비의 배제, 국민 부담의 최소화) 원칙이나 엄밀성 원칙, 공개성 원칙에 위배된다. 국회에서 이런 방위비분담금 미집행액 문제가 매번 지적되지만 시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방위비 분담은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한·미는 대규모 미집행액 발생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9차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2014~2018년 적용) 체결 때 ‘제도 개선에 관한 교환각서’도 함께 채택했다. 교환각서에는 ‘분담금 배정 단계부터 사전 조율 강화’ ‘군사건설 분야의 상시 사전 협의 체제 구축’ ‘국회와의 정보 공유 증진’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럼에도 미집행액 발생 문제는 고쳐지지 않고 있다. 제도 개선이 시행된 첫해인 2014년에 미집행된 예산이 1591억원에 이른다. 내역을 보면 이월금 616억원, 불용액 86억원 등이다. 2014년 방위비분담금 예산은 7997억원으로 협정상 지불할 금액 8886억원보다 감액 편성된 것이다. 이 차액 889억원은 미국에 나중에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이것도 미집행액이다.

제도 개선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 것은 그것이 구속력이 약하며 한·미 간 관계가 불평등해 미국이 합의를 존중하지 않고 있는 데다 한국도 강하게 요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국회 통제 장치라 할 수 있는 ‘국회와의 정보 공유 증진’도 국방부가 국회에 ‘보고할 수 있다’고 돼 있어 의무사항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국방부가 방위비 분담 예산안을 작성할 때 각 항목별(인건비·군사건설비·군수지원비) 배정액, 특히 군사건설비의 경우 배정액을 얼마로 할 것인지를 주한미군과 사전에 상시적으로 협의하게 돼 있다. 그런데  2014년 및 2015년도 군사건설비 배정 과정을 보면 ‘군사건설 분야의 상시 사전 협의 체제 구축’이라는 한·미 간 기존 합의와는 달리 주한미군에게 통보받는 수준이다. 이는 ‘합의’가 아닌 ‘협의’라는 낮은 수준의 구속성에 따른 한·미의 불평등한 관계 때문이다.

‘제도 개선’이 아니라 ‘제도 후퇴’가 된 부분도 있다. 9차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 이전에는 집행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군사건설비의 현금 지원은 총사업비의 12%를 차지하고 설계 및 시공 감리 분야에 한정돼 있었다. 나머지 88%는 한국이 전부 현물로 주한미군에 제공하며 설계 및 감리를 제외한 모든 건설 시공은 한국이 맡게 돼 있었다. 그런데 9차 협정에서는 ‘특정 군사건설 사업’의 경우 주한미군이 직접 건설 시공도 하고 그 경우 설계 및 시공 감리비 12% 이외에 추가로 현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개정됐다. 즉 한국의 현물 지원 88% 규정이 무너진 것으로, 이는 제도 개악이다.

   
한·미 대표단이 2014년 1월9일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제10차 고위급 협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방위비분담금 증액 속도, 국방비 증가 앞질러

한·미는 ‘군수비용 분담 시행 합의서’의 ‘한국 업체’ 규정을 개정해 ‘무늬만 한국 업체’일 뿐 실질적으로는 미국 소유인 업체가 정비용역 사업을 맡는 일이 없도록 합의했다. 하지만 주한미군은 ‘한국 업체’의 정의를 명확히 하기 위한 ‘군수비용 분담 시행 합의서’의 개정 협상이 끝나기도 전에 미국 업체인 PAE Korea사(미국 사모펀드인 린드세이 골드버그의 자회사)를 전쟁예비물자(WRM) 정비용역 사업체로 선정했다. 우리 국방부는 PAE Korea 선정을 지난해 12월1일 불승인 처분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아직 수용하지 않고 있다. 

방위비분담금을 처음 지급하기 시작한 것은 1989년이다. 올해로 27년째다. 한국이 1991년부터 2012년까지 지급한 방위비분담금은 12조원(약 100억 달러)으로 주한미군의 장비 가치 92억 달러를 상회한다. 방위비분담금은 그 증액 속도가 국방비 증가를 앞질러 국방예산을 압박해왔다. 방위비분담금은 주한미군의 모든 주둔 경비는 미국이 부담하도록 한 한·미 SOFA에도 위배된다.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특별협정을 맺어 방위비분담금을 지급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한국의 경우 방위비분담금 지원 범위와 대상이 포괄적인 데 비해 일본은 지원 대상이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어 불법 전용이 없다. 분담금 결정도 한국은 협정에 연도별 총액이 사실상 정해져 있는 반면 일본은 매년 총액을 결정해 미국에 통보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제도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제 방위비 분담 제도는 평등한 한·미 관계를 위해서 없앨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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