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1위, 제일모직 2위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5.06.0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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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인싸이트그룹 공동 ‘굿 컴퍼니 지수’…코스피 상장사 상위권, 주요 그룹사 휩쓸어

올해 한국의 국가대표 ‘굿 컴퍼니’는 LG생활건강으로 조사됐다. 시사저널은 지난해부터 HR컨설팅그룹인 인싸이트그룹(대표 오승훈)과 함께 굿 컴퍼니 지수(Good Company Index·GCI)를 개발해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LG생활건강·한화케미칼·LG전자가 1~5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순위도 크게 바뀌었다. 지난해 1위였던 삼성전자는 17위로 16계단 밀려났다. SK하이닉스(2위), 한화케미칼(4위), LG전자(5위)도 각각 4위, 19위, 16위로 하락했다. 대신 지난해 3위였던 LG생활건강이 새롭게 1위로 등극했다. 지난해 19위였던 제일모직은 올해 2위로 17계단 상승했고, 삼성SDI는 지난해 69위에서 올해 3위로 66계단이나 순위가 높아졌다.

 

코스피 기업 평균 점수는 59.4점

 

조사 대상별로 보면 100점 만점 중 코스피 기업의 평균은 59.4점이다. 코스닥과 공공기관은 각각 49.5점, 47.0점이다. 상위 기업과 하위 기업 간의 편차가 컸다. 코스피의 경우 상위 100대 기업(68.3점)과 전체 평균(59.4점) 사이에 8.9점의 격차를 보였다. 코스닥과 공공기관 역시 상위 50대 기업과 전체 기업 간의 차가 4.7~9.5점으로 나타났다. 오승훈 인싸이트그룹 대표는 “상위 기업과 나머지 기업 간의 차이를 얼마나 좁히느냐가 향후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해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LG생활건강이 우선 눈에 띈다. 10년 전만 해도 LG생활건강의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반 토막 났고, 회사 성장 동력도 크게 약화됐다. 2004년 차석용 부회장이 P&G에서 옮겨오면서 LG생활건강의 체질이 크게 개선됐다. 코카콜라음료와 해태음료, 영진약품 드링크 사업 부문, 일본 긴자스테파니, 더페이스샵 등 10여 개 기업을 잇달아 인수했다. LG생활건강은 10년 연속 매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 ‘전자 3인방’이 내리막길을 걸었을 때도 LG생활건강은 ‘나 홀로 성장’을 이어왔다. 최근 5년간 LG생활건강의 주가는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화장품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 관광객을 일컫는 ‘유커’는 한국 화장품을 쓸어 담고 있다. LG생활건강 역시 유커 덕을 톡톡히 봤다. 화장품 브랜드 ‘후’는 국내 면세점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성과가 일정 부분 순위에 반영됐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의 순위를 끌어올린 배경은 경제적 가치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였다. 사회적 가치는 기업 자체의 굿 컴퍼니 실현 의지나 내부 구성원의 발전 지원, 소비자들의 배려, 지역사회 환원 여부 등이 주요 평가 항목이다. LG생활건강은 올해 사회적 가치 조사에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윤리적 가치는 준법 경영이나 상생 경영을 얼마나 성실히 수행하는지 여부를 평가한 것이다. LG생활건강은 사단법인 한국경영학회가 올해 주최한 올해의 CSV(공유 가치 창출) 대상인 동반성장위원장상을 수상했다. 이 같은 점이 높게 평가되면서 올해 윤리적 가치 부문에서 18위를 기록했다.

 

LG생활건강에 이어 전체 2위를 차지한 곳은 제일모직이다. 제일모직은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12월 코스피에 상장했고, 오는 9월 계열사인 삼성물산과의 합병 계획을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제일모직은 올해 조사에서 경제적 가치는 1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배점이 높은 사회적 가치에서 4위, 윤리적 가치는 10위를 차지해 전체 2위에 올랐다.

 


코웨이·아모레퍼시픽 30위권 진입

 

삼성SDI 역시 올해 조사에서 경제적 가치는 30위를 차지했지만, 사회적 가치와 윤리적 가치는 각각 21위와 19위를 차지해 전체 3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위에서 올해 4위로 두 계단 하락했고, SK텔레콤은 지난해 8위에서 올해 5위로 세 계단 상승했다.

 

그룹별로도 명암이 엇갈린다. 상위 100위권 중에서 가장 많은 계열사의 이름을 올린 그룹은 삼성이다. 삼성의 경우 모두 11개 계열사가 순위 안에 포진했다. 이어 현대차그룹·LG그룹(각 7곳), SK그룹(6곳), 롯데그룹(4곳), 한진그룹·금호아시아나그룹·현대중공업그룹(각 3곳), CJ그룹·두산그룹·포스코·KT(각 2곳) 순이었다. 상위 30위권은 삼성그룹(6곳), LG그룹(5곳), 현대차그룹(4곳), SK그룹(3곳), 두산·롯데그룹(각 2곳) 등 주요 그룹 계열사가 휩쓸었다. 자금 여력이 나은 편인 대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나선 덕분으로 보인다. 

 

중견 그룹 중에서는 코웨이와 아모레퍼시픽만이 30위권에 포함될 정도로 양극화가 심했다. 두 기업은 쟁쟁한 그룹들을 제치고 각각 6위, 13위를 차지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칠성과 롯데제과가 각각 28위, 30위를 기록해 간신히 체면을 유지했다. 한화그룹의 경우 30위권에 진입한 회사는 한화케미칼(19위)이 유일했다. 현대중공업이나 CJ그룹의 경우 30위권에 포함된 계열사가 전무했다. 오승훈 인싸이트그룹 대표는 “GCI를 통해 신뢰할 만한 지수가 나온다면 기업은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더욱 분발할 것이다. 굿 컴퍼니 인덱스 역시 이런 취지로 개발됐다”고 말했다.

 

 

 


굿 컴퍼니 어떻게 선정했나 

세계적인 석학이자 <굿 컴퍼니>의 공동 저자인 로리 바시(Laurie Bassi) 박사는 시사저널이 주최하는 ‘2013 굿 컴퍼니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해 “기업이 대형화되고 있는 만큼 착한 기업을 요구한다. 과거에는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이 최고였다면 미래에는 착한 기업이 살아남는다”며 착한 기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굿 컴퍼니 지수(GCI) 개발도 이런 시대적 요구에서 시작됐다. 대전제는 기업의 ‘역할 변화’다. 변화된 환경에 기업이 어느 정도 부응하고 있는지를 짚어보는 것이다.

 

평가 영역은 경제적 가치, 사회적 가치, 윤리적 가치 등 크게 세 가지다. 기업의 가장 큰 역할은 경제적 가치 창출이다. 하지만 재무적 성과에 의해 전체 인덱스가 좌우되지 않도록 경제적 성과는 가중치(10점)를 낮게 설정했다. 가중치가 가장 높은 영역은 사회적 가치(60점)다. 기업의 굿 컴퍼니 실현 의지나 내부 구성원에 대한 처우, 소비자에 대한 충실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행 여부 등이 주요 평가 대상이다. 준법 경영과 상생 경영 수행도를 평가하는 윤리적 가치에는 30점의 가중치를 뒀다.

 

단계별 가중치 설정을 통해 측정된 지표를 바탕으로 인싸이트그룹이 그동안 수행한 조직 진단 툴을 통해 1차 결과를 도출했다. 이후 전문가 집단의 정성적 평가와 심사를 통해 최종 결과를 냈다.

 

평가 대상은 코스피 상장사, 코스닥 기업, 공기업 등으로 제한했다. 지주사, 투자회사, 외국계 법인은 조사에서 제외됐다. 해당 기업을 총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에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계 법인의 경우 공개하고 있는 자료와 화폐 단위 등이 국내 기업과 차이를 보여 조사 대상에 포함하지 못했다. 앞으로 이러한 한계를 보완해나간다면 GCI가 숨겨진 굿 컴퍼니를 발굴하는 데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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