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엔 없는 무형 자산이 회사 운명 결정
  • 이규대 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5.06.0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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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도 서울대 교수 “사회공헌 활동이 주가 높여”

 김병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2015 굿 컴퍼니 컨퍼런스’ 주제인 ‘Compliance, Reputation, Performance’에 관한 경영학계의 과거 및 최신 논의를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관련 연구 업적을 충실히 설명하는 한편, 학계에서 자주 언급되는 사례를 곁들여 이해를 도왔다. 김 교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재무적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경영학계에서 정설로 인정된 지 오래”라고 밝혔다. 실증적 연구 결과가 세계적으로 수백 편 이상 축적됐다는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자신이 지난 2007년 공동 연구를 통해 발표한 논문을 토대로 “국내 기업들의 사업공헌 활동이 해당 기업의 주가를 1.04%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평판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혁신”


김 교수는 이번 컨퍼런스의 주제 중 하나인 ‘평판(Reputation)’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면 실제로 기업의 재무적 성과도 나아진다’는 인과 관계의 연결 고리가 바로 ‘평판’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외부 이해관계자의 평판 상승을 매개로 기업의 실적도 오른다는 ‘평판 이론’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재무적 성과 간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가장 보편적인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케팅학 전문가인 김병도 서울대 교수는 기업 평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시사저널 최준필

 

 

평판은 숫자로 측정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유형 자산’이 아닌 ‘무형 자산’이다. 김 교수가 제시한 경영학계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최근 40년간 기업의 시장 가치를 판단하는 데 유형 자산 및 무형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완전히 역전됐다. 1975년에는 유형 자산이 83%, 무형 자산이 17%였다. 2015년 현재는 유형 자산은 16%, 무형 자산은 84%다. “회사 재무제표만 보면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없다. 장부로는 알 수 없는 무형 자산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 특히 기업의 평판은 전체 시장 가치의 25%를 차지한다고 분석될 만큼 기업의 핵심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무형 자산의 특징은 변화가 급격하다는 것이다. 한순간에 급전직하하는가 하면 어느 순간 급상승하기도 한다. 김병도 교수는 “미국 주요 기업들의 최근 10년간 유형 자산 및 무형 자산 순위 변동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유형 자산 순위의 경우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 거의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무형 자산 순위는 10년 사이 10위권 가운데 8개 기업이 물갈이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기업 평판을 떨어뜨리는 3대 위험으로 윤리 및 진실성 문제, 보안, 제품 및 서비스 문제 등을 지적했다. 최근 10년 사이 무형 자산 순위 10위권에 진입한 기업들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기업의 평판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혁신”이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환경 친화적 가치를 강조하며 화장품업계의 혁신을 이끈 영국 기업 ‘보디숍(Body Shop)’의 사례를 소개했다. 기업의 윤리와 혁신이 결코 동떨어진 것이 아니어서 ‘윤리적 혁신’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강연을 마친 후 기자에게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서는 이 시점에서는 전 세계 소비자가 우리 기업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글로벌 기준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준수는 이제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며 CSR 경영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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