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2015 굿 컴퍼니 컨퍼런스’ 주제인 ‘Compliance, Reputation, Performance’에 관한 경영학계의 과거 및 최신 논의를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관련 연구 업적을 충실히 설명하는 한편, 학계에서 자주 언급되는 사례를 곁들여 이해를 도왔다. 김 교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재무적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경영학계에서 정설로 인정된 지 오래”라고 밝혔다. 실증적 연구 결과가 세계적으로 수백 편 이상 축적됐다는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자신이 지난 2007년 공동 연구를 통해 발표한 논문을 토대로 “국내 기업들의 사업공헌 활동이 해당 기업의 주가를 1.04%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평판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혁신”
김 교수는 이번 컨퍼런스의 주제 중 하나인 ‘평판(Reputation)’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면 실제로 기업의 재무적 성과도 나아진다’는 인과 관계의 연결 고리가 바로 ‘평판’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외부 이해관계자의 평판 상승을 매개로 기업의 실적도 오른다는 ‘평판 이론’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재무적 성과 간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가장 보편적인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평판은 숫자로 측정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유형 자산’이 아닌 ‘무형 자산’이다. 김 교수가 제시한 경영학계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최근 40년간 기업의 시장 가치를 판단하는 데 유형 자산 및 무형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완전히 역전됐다. 1975년에는 유형 자산이 83%, 무형 자산이 17%였다. 2015년 현재는 유형 자산은 16%, 무형 자산은 84%다. “회사 재무제표만 보면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없다. 장부로는 알 수 없는 무형 자산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 특히 기업의 평판은 전체 시장 가치의 25%를 차지한다고 분석될 만큼 기업의 핵심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무형 자산의 특징은 변화가 급격하다는 것이다. 한순간에 급전직하하는가 하면 어느 순간 급상승하기도 한다. 김병도 교수는 “미국 주요 기업들의 최근 10년간 유형 자산 및 무형 자산 순위 변동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유형 자산 순위의 경우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 거의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무형 자산 순위는 10년 사이 10위권 가운데 8개 기업이 물갈이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기업 평판을 떨어뜨리는 3대 위험으로 윤리 및 진실성 문제, 보안, 제품 및 서비스 문제 등을 지적했다. 최근 10년 사이 무형 자산 순위 10위권에 진입한 기업들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기업의 평판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혁신”이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환경 친화적 가치를 강조하며 화장품업계의 혁신을 이끈 영국 기업 ‘보디숍(Body Shop)’의 사례를 소개했다. 기업의 윤리와 혁신이 결코 동떨어진 것이 아니어서 ‘윤리적 혁신’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강연을 마친 후 기자에게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서는 이 시점에서는 전 세계 소비자가 우리 기업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글로벌 기준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준수는 이제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며 CSR 경영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