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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와 시리아를 통째 삼키겠다”

시아파-수니파 갈등 이용해 영토 확장 전략 펴는 IS

김회권 기자 ㅣ khg@sisapress.com | 승인 2015.06.02(Tue) 17: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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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도시를 하나씩 먹어치우고 있다. 움츠러들 것만 같던 ‘이슬람국가’(IS)의 세력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확장되고 있다. IS는 5월17일 이라크 중서부의 요충지인 라마디를 제압하며 이라크 정부에 큰 타격을 주더니 사흘 후인 5월20일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시리아의 고대 유적 도시 팔미라까지 점령하면서 전투 능력을 과시했다. 이 기세대로라면 “이라크와 시리아의 수도인 바그다드와 다마스쿠스까지 점령하겠다”는 IS의 호언장담이 결코 가볍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IS가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모술을 점령한 게 지난해 6월10일이었으니 꼭 1년이다. 이미 모술은 잊혀진 도시가 됐다. IS의 모술 정복은 오래된 얘기다. 이제 모술은 IS의 이라크 내 수도처럼 굳어졌다.

IS가 라마디와 팔미라를 점령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배경은 무엇일까. 지난 3월 이라크의 티크리트 탈환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게 지금의 이라크 정부군이다. 티크리트 탈환이 가능했던 것은 선봉에서 싸운 시아파 민병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티크리트 탈환 이후 시아파 민병대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약탈과 방화가 일어났다. 이내 수니파 주민들이 반발했다.

   
IS는 최근 이라크의 라마디, 시리아의 팔미라를 점령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사진은 2014년 6월30일, 시리아 동부 라카를 점령하며 탱크를 몰고 진군하는 IS. ⓒ REUTERS
시아파 민병대 공백이 IS 승리 불러

티크리트 탈환 후 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다음은 안바르 주 해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바르 주는 IS에 점령당한 라마디가 있는 곳이다. 그러나 아바디 총리의 뜻과 달리 시아파 민병대의 파병은 보류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안바르 주에는 수니파 주민이 다수를 차지한다.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100㎞ 떨어진 전략적 요충지인 이곳은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주둔한 미군, 그리고 시아파 주도의 중앙정부에 대항하는 주요 저항 거점이었다. 그래서인지 IS의 간부 중에는 안바르 주 출신이 많다고 한다. 여기에 수니파와 시아파 간 갈등을 우려하는 미국 정부의 압력도 있었다. 시아파 민병대가 빠진 뒤 IS가 맞아야 할 적은 수니파가 다수를 차지하는, 그리고 전투력이 훨씬 떨어지는 이라크 군경이었다.

시리아에서도 IS의 상대가 바뀌었다. 원래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는 시리아의 아사드 정부를 위해 시리아 반(反)정부군과 전투를 벌여왔다. 그런데 당장 모국 이라크가 티크리트 함락을 위해 이들을 필요로 했다. 3월이 되자 시리아에 있던 시아파 민병대 대다수는 티크리트 탈환 작전을 위해 시리아가 아닌 이라크 땅으로 돌아왔다. 시리아 정부군에 전력의 누수가 생기자 시리아 반정부 세력은 알카에다의 시리아 지부인 알누스라 전선(JN)을 중심으로 집결했다. 이전까지 시리아 전역에 분산돼 있던 반정부 세력의 공격이 통일된 형태로 전환됐다. 이런 상황에서 아사드 정부 역시 방어의 거점을 수도인 다마스쿠스 근교로 한정시켰다. IS는 그 빈틈을 파고들었고 시리아의 팔미라 역시 이런 공백을 틈타 점령할 수 있었다. 팔미라는 고대 유적의 보금자리기도 하지만 전략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팔미라 근처에는 가스전이 있고 수도인 다마스쿠스와 주요 산업도시 중 하나인 홈스와도 도로가 연결돼 있다.

IS의 대대적 반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라마디와 팔미라 점령에서 보여준 IS의 힘은 더 이상 수니파에서 IS를 대신할 만한 존재가 없음을 뜻한다. IS가 시리아 동부에서 이라크 서부에 걸쳐 ‘칼리프 국가’(예언자 무함마드의 후계자가 통치하는 국가) 수립을 선포했던 지난해 여름만 해도 이슬람권 지도자들은 ‘허세’라고 생각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특히 이라크에서 소수파인 수니파는 오히려 IS를 이라크 정부보다 더 국가다운 국가로 받아들인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미국 국무부의 테러 대책을 보좌했던 데이비드 킬카렌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단적으로 말하면 IS는 이미 국가다”라고 말했다. IS의 출현 이후를 주시해온 그는 “IS는 국가처럼 싸울 2만5000명 이상의 병력을 갖고 있다. 그중에는 이라크 전 집권당인 바트당의 핵심 멤버도 있고 알카에다 멤버도 있다”고 경고했다. IS가 어느 정도 국가의 기초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이라크와 시리아 영토를 각각 3분의 1 정도 점령하고 있다. 시리아 내전을 조사하는 영국의 민간단체 ‘시리아 인권관측소’는 “IS가 시리아 국토의 50%를 차지했다”며 더욱 넓어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다 보니 과거 아프가니스탄에서 후퇴한 탈레반이 이웃나라 파키스탄에서 재충전했던 일을 떠올리며 시리아가 IS의 재충전 장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미국의 ‘이라크 우선 전략’이 문제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이미 자신들의 군대와 치안부대를 가지고 있고 학교 및 정부 기관, 병원, 조세제도 및 사법제도도 있다고 IS는 주장한다. 주위에는 유전과 정유시설 등이 풍부하다. 군인을 모집하고 이들을 훈련시킬 시설도 갖추고 있다. 선전 동영상에 나오는, 군복을 입고 훈련을 받는 젊은이들은 이라크나 시리아 정부군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테러 집단 잡듯 IS 대하는 미국이 문제”

중동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미국의 종파적 테러 대책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마치 테러 집단을 잡듯 때에 따라서 이 세력, 저 세력을 쓰는 것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시리아와 이라크 일대에서 IS 전사들을 여러 차례 인터뷰해 <알라의 사생아, IS>라는 책을 펴낸 하산은 “테러 조직과 싸우는 미국이 수니파에 의존하는 것은 완전한 옛날의 일이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이라크 문제 전문가인 앤서니 코즈먼은 “티크리트 탈환 작전에서는 이라크 수니파 주민들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했지만 결과적으로 종파 갈등이 일어나며 안정감을 주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킬카렌은 “IS와의 싸움은 국가를 상대로 하는 진정한 전쟁이며, 국가로서의 IS를 괴멸시키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S의 반격, 그리고 세력 확장은 이쯤에서 끝날까. 5월24일, 이라크와 시리아가 아닌, 아프가니스탄 서부 파라 주에서는 이틀간 전투가 벌어졌다. 아프간의 탈레반과 총알을 주고받은 상대는 바로 IS였다. 탈레반 대변인은 5월26일 “28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했다. 외국인 4명을 포함한 IS 구성원 1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IS가 아프간에서 활동을 시작한 지는 반년 정도 됐다고 한다. 특히 파키스탄과 아프간 국경 근처 부족 지역에는 이미 수백 명의 IS 구성원이 잠복해 있었다는 게 탈레반 측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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