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미디어’가 TV 잡아먹는다?
  • 정덕현│문화평론가 ()
  • 승인 2015.06.0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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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패러다임 바꾸는 MCN 지상파 등 플랫폼 파워 약해질 듯

최근 방송가에서는 MCN(Multi Channel Network)이 단연 화제다. MCN이란 유튜브 같은 동영상 사이트에서 인기가 높은 1인 또는 중소 창작자에게 촬영 스튜디오 등 방송 장비와 교육, 마케팅 등을 지원해주고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신종 미디어 사업을 말한다. 최근 경쟁력을 갖춘 ‘1인 미디어’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들을 모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낸 것이다. 과거엔 글을 주축으로 한 파워블로거들을 모아 블로그 마케팅을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었다면, 이제는 동영상을 무기로 삼는 ‘유튜버’들을 모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MCN은 그저 소소하게 벌어지고 있는 개인 방송의 확장 정도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미 전 세계에서 도드라지고 있는 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 산업들을 근본적으로 바꿔버릴 힘을 갖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새로운 콘텐츠의 등장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글에서 동영상으로 옮겨가는 미디어의 변화에 근간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기존 방송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지상파나 케이블방송 등에는 엄청난 위협으로 다가온다. 국내 굴지의 미디어 그룹인 CJ E&M이 적극적으로 MCN 사업에 뛰어들고, 양대 포털업체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역시 곧 이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는 사실은 이러한 위기의식을 잘 보여준다.

ⓒ 인터넷 캡처
네이버·다음카카오 등 MCN 뛰어들어

MCN은 물론 미디어 변화에 의한 것이지만 그 역시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이 시장은 국가나 언어 같은 장벽을 뛰어넘어 글로벌하게 펼쳐진다는 점에서 국가 미래 산업으로서의 한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과연 국내의 ‘1인 미디어’들이 경쟁력 있는 콘텐츠들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지금처럼 몇몇 기획사·제작사·방송사에 의해 발굴된 한류 콘텐츠들이 아니라 개개인들이 저마다 만들어낸 콘텐츠로 새로운 한류를 지속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인가.

전망은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결국 콘텐츠가 얼마나 참신하고 경쟁력을 갖는가는 그 콘텐츠가 얹어질 미디어 환경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IT 강국으로서 우리가 갖고 있는 인프라는 세계적이다. 특히 모바일 환경은 어디서든 쉽게 공용 와이파이와 접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들도 부러워할 만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유리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 1인 미디어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콘텐츠가 한류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은 이미 싸이 열풍이나 기타리스트 정성하의 유튜브를 통해 어느 정도 확인된 바 있다. 싸이 열풍은 네트워크가 가진 힘이 콘텐츠를 얼마나 강력하게 만들어주는가를 보여준 사례이자 우리 식의 접근 방법이 해외에도 그대로 먹힐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정성하 역시 지상파 같은 기존 미디어를 거의 활용하지 않고도 유튜브만을 통해 충분히 해외까지 어필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1인 미디어로서의 개인 방송 채널을 이들이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하드웨어적인 것들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그것은 언제든 필요하면 당장 만들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콘텐츠들이 TV에서 인터넷으로, 또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면 기존 기획사들의 콘텐츠 전략 또한 수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은 기존 연예인 발굴 시스템보다는 1인 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스타들을 발굴해 콘텐츠에 투자하는 쪽이 훨씬 유리해진다. 최근 들어 SM엔터테인먼트나 YG엔터테인먼트가 매니지먼트의 틀을 벗어나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데는 이런 미디어 변화에 적응하려는 의미도 들어 있다.

지상파·케이블과 1인 미디어 공조 시대

SM은 콘텐츠 사업을 넘어서 IT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고, YG 역시 매니지먼트를 뛰어넘는 브랜드 론칭 같은 수익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향후 주목받는 스타들이 지금처럼 ‘퍼포먼서’에 머무르지 않고 오히려 ‘제작자’에서 탄생하리라는 점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존 연예인 중심의 매니지먼트 사업은 점점 축소될 수밖에 없고, 그 자리를 1인 미디어 같은 제작자 혹은 콘텐츠 중심의 매니지먼트 사업이 차지할 거라는 얘기다.

지상파나 케이블은 이런 변화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무수한 1인 미디어의 출현은 지금껏 누려온 방송권력을 위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가진 TV 같은 매체의 플랫폼 파워는 갈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인터넷과 결합한 스마트TV가 어느 정도 방어막을 형성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쏟아져 나오는 1인 미디어 방송이 지상파나 케이블에서 만들어내는 방송과 나란히 모바일 앱으로 서게 될 날은 그리 멀지 않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지상파나 케이블 역시 이들 1인 미디어들과 공조하는 시대가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MCN은 태동기에 불과하다. 여기에 탑재되는 1인 미디어들도 게임 방송 같은 특정 분야에 쏠려 있는 게 현실이다. 초등학생들에게 유명한 ‘양띵’ ‘대도서관’ 같은 게임 방송 진행자들이 그렇다. 언어 문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게임의 테스트 마켓으로까지 불리는 우리네 시장에서 이들 게임 방송들은 향후 해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쏟아지고 있는 쿡방이나 먹방 같은 개인 방송 콘텐츠들이나, 이미 거대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인터넷 교육 방송 콘텐츠들 역시 현재는 국내에 한정되어 있는 형국이지만 향후에는 글로벌한 접근이 언제든 가능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교육에 대한 해외의 관심은 높은 편이다.

1인 미디어가 쏟아져 나오는 MCN 시대의 한류는 이처럼 기존 지상파가 내놓았던 연예인들이나 드라마 예능 콘텐츠들과는 다른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1인 미디어의 특징이 생활에 기반을 둔 콘텐츠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이 이끌어갈 향후의 한류라면 좀 더 구체적인 생활 밀착형의 우리 문화를 어떻게 보편성을 갖춰 보여주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일반인들 역시 이제는 모두 1인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시대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미래의 주인공을 가름할 열쇠는 이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는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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