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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개최권 러시아 유지, 카타르 박탈?

FIFA 개최지 선정 비리 수사···카타르 “이슬람 국가 차별” 반박

김회권 기자 ㅣ khg@sisapress.com | 승인 2015.06.15(Mon) 17: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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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블래터 전 FIFA(국제축구연맹) 회장의 사임이 발표된 직후, 러시아의 스포츠지인 ‘스포르트 익스프레스’는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블래터 전 회장이 사임하고 난 후 2018년에 개최되는 러시아월드컵 개최에 부정적인 기사들이 막 쏟아지던 시기였다. ‘블래터 퇴임 후 러시아는 월드컵 개최권을 박탈당할까’라는 질문에 ‘그렇다’와 ‘아니다’는 47% 대 53%로 갈렸다. ‘아니다’의 비율이 미세하게 높았지만 박빙이었다.

그러면 ‘스포르트 익스프레스’는 이 결과를 전하는 기사에서 어떻게 예측하고 있었을까. 한마디로 정리하면 “일단은 시끄럽지만 우선은 괜찮을 것”으로 요약된다. 미디어뿐만 아니라 러시아 정부 역시 그렇게 보고 있다.

2010년 두 대회 개최권 한 번에 선정 논란

2018년 러시아, 2022년 카타르에 돌아간 월드컵 개최권은 그 선정 절차부터가 의아하게 진행됐다. 전례가 없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2008년 5월 당시 회장이던 블래터는 기막힌 아이디어 하나를 가지고 왔다.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권을 패키지로 묶어 한 번에 선정하겠다고 제안했다. 두 번의 대회를 한 번에 결정하겠다는 그의 발상은 논란거리가 됐다. 블래터의 제안 배경은 이랬다. “이렇게 하면 개최국과 스폰서에게 좀 더 안정적으로 대회를 준비할 기회를 줄 수 있다.”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을 추진하면서부터 의혹은 스멀스멀 새어나왔다. 특히 개최 준비를 하던 몇몇 나라들, 방송권에 접근하던 미디어들, 새로운 스폰서가 되기 위해 도전하려던 기업들에 이런 패키지 선정은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이전에는 한 번 실패하면 몇 년 정도만 기다리면 됐지만 블래터의 안대로 될 경우 최소 10년 정도를 기다려야 되는 상황이 벌어질 판이었다. 블래터의 제안은 현실이 됐다. 2010년 말, 두 대회 개최지에 대한 표결이 22명의 FIFA 집행위원회의 손에 의해 이뤄졌다. 원래는 24명이 투표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2명이 비리 혐의로 낙마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원샷’으로 두 개의 개최권이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결정됐다.

   
 

이렇게 결정된 개최권을 깔끔하고 공정하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직 FIFA만이 그렇게 봤다. FIFA에는 윤리위원회가 있다. 지난해 11월, 부정 선정 의혹이 제기되자 윤리위원회는 러시아와 카타르 월드컵 유치 활동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윤리위원회의 한스 요아힘 에케르트 위원장은 “개최지를 다시 선정해야 될 정도의 부정은 없었고 타당하다”고 말했고, 430쪽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했던 마이클 가르시아 윤리위원회 조사관은 이 발표를 들은 후 조사관에서 사임했다. 윤리위원장이 손에 들고 있던 보고서는 그가 내놓은 분량의 10분의 1에 불과했고 부정을 드러내기 위한 보고서는 면죄부로 바뀌었다.

의혹만 눈덩이로 커져가던 러시아와 카타르의 월드컵 개최지 선정. 하지만 주된 타깃은 러시아보다는 카타르가 될 전망이다. 러시아의 경우 타격은 받겠지만 박탈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관련 마케팅 사업을 다루는 미국 레버리지 에이전시의 벤 스태너 CEO는 “2018년 러시아 대회까지는 이제 3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러시아의 개최권이 박탈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경기 침체로 12개 주경기장 중 하나만 완성한 점, 인종 차별이 심각하다는 점 등 러시아월드컵을 향한 비관론이 비리와 맞물려 불가론을 만들고 있지만 이미 예선이 시작되고 일정에 돌입한 만큼 박탈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카타르는 상황이 좀 다르다. FIFA의 비리 의혹 진원지는 2022년 월드컵 개최지로 카타르가 선정된 사건이었다. 카타르 의혹의 보호막이 돼주던 블래터 전 회장은 이제는 더 이상 감싸줄 수가 없다. 블래터 전 회장이 사의를 표시한 날, 카타르의 주식시장은 일시적으로 3%나 떨어졌다. 블래터와 카타르의 관계에 시장이 반응한 결과다.

월드컵 개최지가 선정되기 전까지 카타르 경제는 몸살을 앓았다. 사막 프로젝트들은 진척이 더뎠고 비즈니스맨들의 입국 숫자도 오락가락했다. 그만큼 카타르에 월드컵 개최권이 가지는 의미는 컸다. 천연자원에만 의존하는 국가에서 월드컵을 통해 스포츠와 관광의 주축으로 탈바꿈하려는 게 카타르 정부의 의도였다. 그래서 그동안 세계 축구계에 꾸준히 오일 머니를 뿌려왔다. 유니폼 광고를 하지 않는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가 100여 년의 금기를 깨고 ‘카타르 재단’ 이름을 새기기로 한 대가로 2억5000만 달러나 투자했다. 카타르 국영투자청은 프랑스의 명문팀 파리 셍제르망을 인수한 후 엄청난 돈을 풀면서 세계적 선수로 베스트 일레븐을 꾸렸다.

그런데 돈다발을 뿌려 얻은 카타르의 개최권은 블래터라는 보호막이 없어지자 위태로워졌다. 카타르의 대응은 과거보다 공격적으로 변했다. 카타르월드컵에 가장 반대하는 쪽은 유럽과 미국이다. 살인적인 더위로 11월에 개최하기로 한 카타르월드컵 때문에 유럽 각국의 프로리그는 스톱돼야 한다. 선수 보호가 어려워진 유럽의 클럽들, 그리고 UEFA(유럽축구연맹)의 반대는 이전부터 거셌다. 미국은 2022년 개최지 선정 최종 투표에서 8표를 얻어 14표를 얻은 카타르에 패배한 구원(舊怨)이 있다.

“FIFA가 대체 국가 찾을 수밖에 없을 것”

유럽과 미국이라는 서구의 양대 축이 반대하자 카타르는 축구를 정치와 종교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아랍과 이슬람에 대한 지역·종교적 차별 때문에 카타르가 공격받고 있다고 항변하고 나섰다. 칼리드 빈모하마드 알 아티야 카타르 외무장관처럼 “어떤 사람들은 이슬람 국가가 월드컵 개최국이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반박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블래터 전 회장의 측근들이 하나 둘 플리바게닝(유죄를 인정하면 형을 감량해주는 것)을 대가로 어두운 사실들을 폭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래터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귀도 토그노니 전 FIFA 마케팅 고문은 BBC와 가진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카타르가 월드컵을 유치하기 위해 쓸 수 있는 것은 뇌물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카타르에서도 이탈자가 나왔다. FBI의 신병 보호를 받고 있는 페드라 알 마지드는 2010년까지 카타르월드컵 유치위원회에서 일했다. 그녀는 “카타르의 비리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FIFA가 대체 국가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비리 혐의로 개최권이 박탈된다면 해당 국가는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최장 3년 정도가 걸린다는 게 축구계의 의견이다. 3년 남은 러시아와 7년 남은 카타르의 운명이 다를 것이라고 전망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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