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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기 함께 개발해 중국 겨누자”

남중국해 문제 두고 거리 좁히기 나선 미국과 베트남

김원식│미국 통신원 ㅣ 승인 2015.06.16(Tue) 18: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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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양국이 수교한 지 20년이 지났다. 미국과 베트남은 서로의 능력을 강화시킬 만큼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됐다.” 1975년 사이공이 함락되면서 베트남 전쟁이 끝난 지 40년이 지난 2015년 5월31일, 미국 국방부의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애슈턴 카터 장관이 베트남의 북부 항구도시인 하이퐁을 방문했다. 그는 이곳에서 정박 중인 베트남 연안경비대 소속 CSB-8003 순시선에 올라 베트남과의 관계 개선 의지에 대해 말했다. 과거 철천지원수로 싸우던 상대국의 국방부 수장이 이제는 국교 수립에 이어 양국이 밀월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날이었다.

미국, 중국 견제 위해 베트남에 선물 보따리

카터 장관은 단순 수사로만 끝내지 않았다. 그는 현장에서 베트남에 선물을 안겨줬다. 베트남이 해상 방위력 증강을 위해 미국제 순시정을 구매하는 데 1800만 달러(약 200억원)를 즉각 지원하겠다고 했다. 다음 날인 6월1일에도 선물 보따리 공세는 계속됐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퐁 꽝 타잉 베트남 국방장관과 회담을 갖고 동남아시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상호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공동 비전 성명(JVSDR)을 발표했다. 이 성명의 핵심은 ‘현행 법률과 정책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신기술과 장비 생산 분야의 협력 가능성을 포함해 방산 교역 확대에 주력한다’는 조항이다. 무기까지 공동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미국은 이를 위해 40년을 지켜오던 베트남에 대한 금수 조치도 지난해에 부분적으로 해제한 바 있다.

   
6월1일 미국 국방부 수장으로는 전쟁 이후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한 애슈턴 카터 장관(왼쪽)이 퐁 꽝타잉 베트남 국방장관과 회담을 끝낸 후 악수하고 있다. ⓒ AP 연합

양국 간 관계 변화의 단초는 외부에 있다. ‘남중국해’를 놓고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이라는 공동의 적이 만들어진 것이다. 남중국해를 통제권에 두려는 중국은 전체 면적(350만㎢)의 80% 이상을 ‘중국의 바다’라고 주장한다. 남중국해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세계 상선의 3분의 1이 지나가는 길목이다. 동아시아 경제권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는 지역이 남중국해다. 지난 5월 초 베트남을 분노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원래 리커창 총리가 직접 베트남을 찾아 중국과 함께 공동 개발을 하기로 약속했던 남중국해 석유 개발을 중국이 독자적으로 시도해버렸다. 중국은 약 10억 달러(약 1조원)짜리 석유시추선을 설치하는 공사를 일방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베트남은 초계함 등 선박 30여 척을 시추 현장에 보내 저지하려 했고 베트남 내에서는 반중 시위가 이어지는 등 양국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베트남만큼 미국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로 대표되는 미국의 동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핵심은 부상하는 중국을 막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남중국해를 기점으로 서서히 앞으로 치고 나오고 있으니 미국의 전략과는 반대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직접 중국 왕이 외교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근의 남중국해 사태에 강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중국 시추선 시설 공사는 도발적 행위”라고 항의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미국은 언행을 조심하라”였다. 당신들과 멀리 떨어진 남의 나라 일에 간섭하지 말라는 게 중국 외교부장의 공식 답변이었다.

카터 국방장관이 베트남을 방문한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4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해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을 막자는 결의를 나눈 후 직접 그 핵심 국가인 베트남을 방문해 선물 보따리를 풀어버렸다. “간섭하지 말라”는 중국의 반발을 꺾으려다 보니 과거의 적과 해후해야 했다.

   
 

중국, 베트남 깎아내리고 캄보디아 띄우기

남중국해는 베트남의 외교 전략에서 역사적인 전환점을 가져왔다. 그동안 ‘친(親)중국’ 성향을 보여왔던 베트남 외교가 미국과 가까워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중국은 베트남에 수출의 9%, 수입의 23%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대량의 물자는 국경을 통해 교역되고 있다. 베트남에서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중국계 자본 진출도 활발하다. 베트남 내에서 추진하거나 진행되고 있는 10여 개의 발전소 건설은 중국 자본이 빠질 경우 중단될 수밖에 없을 정도다.

밀접해 보이는 양국의 관계지만 내부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반감이 크다. 지난해 5월23일 새벽, 호찌민 시 중심부에서 67세 베트남인 여성은 자신의 몸에 5리터나 되는 휘발유를 들이붓고 불을 붙였다. 사망한 여성은 종이를 들고 있었다. ‘중국은 베트남 바다에서 나가라’는 내용이었다. 극단적인 행동에 나설 정도로 베트남인의 대중국 감정은 악화되고 있다.

국민감정과는 별도로 베트남 정부 역시 중국에 대해 불쾌감이 크다. 남중국해 문제 이전에도 그랬다. 베트남은 중국 윈난성·광시자치구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베트남과 중국은 3개의 국제 도로와 26개 국도로 연결돼 있고 이곳을 통해 국경을 넘나들 수 있다. 하지만 이 육로를 둘러싼 갈등도 끊임없이 빚어지고 있다. 국경을 통해 마약과 무기가 밀매되고 있고 베트남 여성의 인신매매를 위한 납치도 적지 않게 일어난다. 어떤 곳에서는 베트남 정부도 모르게 국경 라인이 베트남 쪽으로 수십 m 안쪽으로 들어와 새로 그어진 경우도 있다.

여기에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중국으로 인해 베트남의 영향력이 갈수록 약화되어가고 있는 점도 둘의 관계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중국이 집중 공략하고 있는 곳은 베트남의 이웃 국가인 캄보디아다. 중국은 캄보디아에 거액의 공적 개발 원조자금을 제공하고 직접 투자 등을 집중시키고 있다. 약 20년에 걸친 중국의 지원은 캄보디아 내 중국의 영향력을 크게 증대시켰는데 반대로 그만큼 베트남의 영향력은 줄어들었다. 그 결과가 단적으로 증명된 게 2012년 아세안(ASEAN) 정상회의였다. 당시 의장국이었던 캄보디아는 아세안이 공동으로 제출한 남중국해와 관련한 중국 비난 결의안을 의장국 자격으로 거부했다. 베트남에서는 이런 캄보디아를 두고 “캄보디아는 중국에 팔렸다”고 공공연히 비난한다. 베트남이 미국과 거리 좁히기에 나선 것 역시 필연적인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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