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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내려가 딸기 농사로 대박 치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 전공한 농사꾼…매년 가족과 해외여행

윤영무│MBC아카데미 이사 ㅣ | 승인 2015.06.16(Tue) 18:4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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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 때 사업을 접어야 했다. 그래서 시골로 내려가 형님의 딸기 농사를 돕던 한 사람이 어떻게 10여 년 만에 연매출 수억 원의 대박 농사꾼이 됐을까. 게다가 딸기 농사가 끝나는 6월이 되면, 왜 어김없이 가족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일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면 별다를 것도 없다. 하지만 힘든 농사로 1년 내내 죽도록 고생해 번 돈을 해외여행으로 날려버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 그 이유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어쩌다 가는 해외여행도 아니고 10년 내내 한 해도 빠짐없이 가고 있다니, 이 사람의 생각은 어떤 것인지 들어보고 싶었다. ‘농사를 지으면서 매년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다면, 젊은 사람들이 하루라도 일찍 귀농해 6차 산업(농업+관광+가공)의 현장에 뛰어들어 백만장자에 도전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강릉에 있는 그의 아파트로 달려갔다.

햇볕에 적당히 그을린 얼굴에, 군살이 전혀 없는 중간 키의 이성돈씨(55)가 입구에서 필자를 맞았다. 이씨는 원래 농사꾼이 아니었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졸업하자마자 지방에 있는 한 신문사에서 근무하다 그만두고 생활용품 대리점을 했다. 농사와는 관련을 지으려 해도 지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충남 부여에서 딸기 농사를 짓던 형님 집으로 낙향해서, 그곳에서 지금의 부인을 만나 결혼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강원도 강릉에서 딸기 농장을 운영하는 이성돈씨 부부가 직접 수확한 딸기를 보여주고 있다. ⓒ 윤영무 제공

외환위기 때 사업 접고 딸기 농사꾼 변신

“하던 일을 정리하고 거의 빈손으로 갔어요. 그래도 빚은 없었으니 다행이었지요. 형님 집에 잠시 몸을 의지하려고 했는데, 딸기 농사를 돕다 보니 어느새 농사꾼이 되어 있더군요. 딸기는 재배 시기가 딱 정해져 있어요. 누렁이 잎 제거와, 번식 줄기 제거, 검정 비닐 뒤집어 교정하는 멀칭 작업까지 잠시도 쉴 틈이 없어요. 8월20일부터 흙에 거름을 섞고, 9월5일에 심어요. 10월 중순쯤 딸기 꽃이 피고,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5월까지 수확을 합니다.”

“강릉에는 언제 오셨나요?”

“2002년이지요. 벌써 13년 됐네요. 강릉은 그 당시 딸기 불모지였어요. 시설하우스 재배단지가 없었지요. 그런데 이곳 날씨가 생각보다 춥지 않았어요. 그래서 형님네와 함께 이곳에서 딸기 농사에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한데 오자마자 12월에 갑자기 강풍이 불었어요. 딸기를 심기도 전에 200평짜리 시설하우스 5동이 전부 날아가버렸어요. 많이 실망했죠.”

농사꾼으로 변신한 이씨의 첫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이씨는 2005년 강릉으로 이주할 때 가져온 1억원과 강릉시의 보조 사업비 6000여 만원을 들여 200평 규모의 시설하우스 12동(2400평)을 새로 지었다. 이 농장이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새빨간 끝물 딸기를 내오며 이씨의 부인 전영희씨가 말했다.

“우리 딸기밭을 찾아와 딸기를 사가는 강릉 지역 고정 고객만 2000명 정도예요. 주말에는 200~300명이 오세요. 하루 최고 550만원까지도 팔아봤어요.”

설향이란 국산 품종은 향이 강하고 달았다. 이씨 부부는 올해 40톤 정도를 생산해 재배 현장에 있는 컨테이너 판매소에서 전부 팔았다. 매출액만 수억 원. 이씨의 부인 전씨가 판매 업무를 맡았다. 끊임없는 도전과 부부의 체계적인 업무 분담으로 자기 분야 최고가 되는 것이 바로 이씨 부부의 성공 공식이었다.

아파트 창밖을 보니 멀리 동해의 한 부분이 시야에 들어왔다. 필자가 ‘해마다 가족끼리 해외여행을 가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씨가 대답했다.

“딸기 농사는 6월부터 석 달간 쉽니다. 이때를 이용해서 해외여행을 가는데 올해는 발칸반도로 갑니다. 주로 유럽을 갔고, 지난해엔 캐나다와 미국을 다녀왔어요. 먼 곳부터 여행을 해야 가까운 곳까지 빠짐없이 볼 것 같아서요. 물론 사업적으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한 해 농사짓느라고 힘들었으니까 좋은 데 보고 맛있는 것 먹는 거지요. 가족 여행이라 힐링이 되고, 가족끼리도 마음의 문이 열려 소통이 잘돼요. 돈은 언제 없어질지 모르지만 여행을 하면 무형의 자산이 쌓이는 거죠. 추억이 오랫동안 남듯이….”

이씨의 부인 역시 일할 때마다 올해 여행 갈 곳을 생각하며 힘들다는 것을 잊는다고 했다. “일만 하면 힘들잖아요. 그럴 때마다 여행 가는 것을 생각해요. 소소한 목표가 있으니 기대감도 있고 해서 일하는 데 활력소가 되는 것 같아요. 아니면 여행 갔다 왔던 곳을 생각하지요. ‘아, 거기 갔을 때 그랬었지.’ 여행 사진을 보면 생각이 나고요. 여행지 사람들의 생활습관이며 삶의 방식이 다르잖아요. 저는 유럽 사람들이 이기적인 줄 알았는데 막상 만나보니 남한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남을 배려하는 게 있더라고요. 그들 자녀는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더라고요. 저희 딸이 그런 것을 보고 배운 모양입니다. 보고 배우는 게 대단하잖아요.”

강릉 지역 단골손님만 2000여 명

이씨 부부의 딸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가족 여행을 함께했다. 올해는 고3이라서 같이 가지 않지만 해외여행을 통해 자신의 인생 목표를 뚜렷이 세워놓고 있다. 아들은 농대 졸업반인데 에티오피아에서 농업 봉사를 경험했다. 지금은 아버지와 함께 딸기 농사를 지으면서 월급을 받는다. 지난해 월세를 얻어 독립한 것도 가족끼리의 해외여행이 준 영향이다.

올해 이씨 부부는 아들, 그리고 아들의 여자친구와 함께 떠나기로 했다. 한 사람당 350만원씩, 1400만원의 예산을 잡고 있다. 이씨 가족이 매년 이렇게 해외여행에 쓴 돈을 따지면 얼추 1억원이 넘는다. 이씨는 여행 경비는 낭비가 아닌, 당당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가족이 해외여행을 갔다 와서 기분 좋게 딸기 농사를 지으니 딸기 역시 품질도 좋아지고, 얼굴에 늘 미소가 떠나지 않아 판매도 잘된다고 했다. 해외여행의 선순환 덕분에 그동안 이씨 부부는 딸기 시설단지 부지 3000여 평을 추가로 구입했고, 지금 사는 아파트와 전원주택 부지도 마련했다. 거기에 예금통장까지 있다. 무엇보다 자녀들이 해외여행을 통해 보고 배운 영향으로 독립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큰 보람이다.

최근 부농을 꿈꾸며 젊은 나이에 귀농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구촌 시대에 백만장자 농사꾼이 살아가는 방법을 강릉의 딸기 농사꾼 이씨 부부는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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